최근 ‘전국 의대생·전공의 학부모협의회’는 더 이상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를 지켜볼 수 없어 병원계와 정부당국에 수련환경 개선을 적극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전공의들이 하루 당직비 1만 원으로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으며, 넘치는 업무로 인해 시간이 없어 합당한 의견을 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모님의 치맛바람‘이라는 일각의 의견보다도, 바빠서 올바른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전공의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다.&nbs
나는 충남소방안전본부에 근무하면서 전화를 통해 의료상담을 하고 구급대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나의 일이 '원격의료'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처방전 발급이나 시술 및 처치 등을 하지 않더라도 증상과 과거력에 대해 묻고 향후 계획에 대해 지시하는 행위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처음 부임하여 업무내용을 알고 국가고시 직전 얼핏 보았던 원격의료에 대한 내용이 생각나 관련 법률을 찾아보고 혼자 내린 결론이었다. 이후 지인들을 만날 때 농담조로 ‘나는 주업무가 원격의료이니 의료계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의사
오래간만에 졸업했던 대학에 갔다. 중앙도서관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입구 한 가운데에 붙어있는 대자보를 보았다. 마침 한참 논란 중인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대자보였다. "가족도 집도 없는 처지에 병까지 얻어 치료받으며 연명하는데 여기서 나가면 죽을 수밖에 없다"라는 한 환자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고, '경남도청이 적자를 이유로 의료원을 폐쇄 하려고 한다' '돈보다 생명이다! 우리 대학생들도 함께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자'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학생 때는 이런 대자보를 볼 때, 나는 내
국회 및 정부에서 영유아 건강검진을 보건소에서 실시시키려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국회에선 민주통합당 조경태 의원이 영유아 건강검진을 보건소에서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통과 된다면 의무적으로 전국의 공중보건의들은 영유아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이미 50여곳의 보건소에서 영유아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고 시행확대 추세이다. 이런 움직임에 배경은 이렇다.현재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는 아이들은 약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검진기관으로 지정된 곳이 많지 않고 대기기간이 너무 길어서 사
호러스 알렌(Horace Newton Allen)은 1858년 4월 23일 미국 오하이오 주 델라웨어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기독교가정에서 자란 그는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선교사가 되어 1984년 9월 14일 부산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가 바로 한국명 안연(安連),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廣惠院)의 주인이었던 알렌이다. 광혜원에서 시작된 한국의 서양의료는 1908년 6월 3일, 7명의 의사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들이 한국 최초의 의사들이었다. 알렌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충남 소방안전본부에서 구급대원에 대한 직접 의료지도를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법적으로 구급대원이 환자에 대한 처치를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의사의 지도를 받게 되어 있어 내가 그 지도를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의료지도업무를 하던 중 함께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 몇개월 전의 어느 오후다. 구급대원이 전화를 통해 의료지도 요청을 하는데 특이하게도 BUN/Cr 수치를 읊으며 어떤 조치를 취해줘야 하냐는 것이었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수치가 워낙
진료실 밖에서 내가 의사라는 사실을 밝힐 때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의 반응은 놀랍게도 비슷하다. 먼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무슨 과에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나서는 옛날에 당사자나 가족이 병원에서 당했던 안 좋은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하고 불쾌했을 것이라고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당연한 처치 혹은 충분히 가능한 대응을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일일이 해명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쓴웃음만 지을 수 밖에 없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특히나 한국의 10년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빨랐다. 세상은 이토록 빠르게 돌아가는데 가장 늦게 변화하는 분야가 두 가지가 있는데 의료분야, 그리고 정부정책이다. 그럼 두 분야 만나는 의료정책분야는? 단연 변화 속도가 한국 꼴찌일 것이다. 70년동안 외과환자의 폭증, 급성기 환자의 증가, 하지만 예방주사의 발달과 공중보건위생 개선으로 만성환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암환자도 계속적으로 늘어났다. 또 평균수명이 늘었지만 그냥 오래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사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새로운 27대 대공협 집행부가 출범했다. 앞으로 김지완 회장을 중심으로 2300여명의 공중보건의사들을 대표해서 힘차게 이끌어주었으면 한다. 지난 26대 집행부는 많은 일을 했다. 유덕현 회장은 공보의를 위한 보수교육을 처음으로 실시했고, 진료장려금을 인상함과 더불어 최소규정으로 명시하여 회원들의 권익 향상에 앞장섰다. 특히 ‘다국어 예진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질병관리본부와 진행한 본 사업에서 예방접종 예진표를 12개국 언어로 발간함에 따라, 필자가 근무하는 곳처럼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에서는 큰
119와 1339의 통합 이후 1339를 통해 많이 걸려오는 전화 중 하나가 어떤 과(科)를 가야 하는지에 관한 문의이다. 의료상담을 요청한다고 해서 받아보면 "가슴이 아픈데 무슨 과를 가야 하느냐"고 묻거나, "허리가 아픈데 정형외과를 가야 하느냐, 신경외과를 가야 하느냐"고 묻는 식이다. 처음 이러한 질문을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뭔가 불편했다. 나의 뇌구조 어디에선가 이것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신호를 보내왔는데 정확히 무엇 때문에 이러한 질문이 잘못된 것인지 깊이 생각할 기회가
셜록 홈즈는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천재이다.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경찰이 포기한 사건을 뚝딱 해치운다. 머리만 좋은 것이 아니다. 복싱은 프로급이고, 체력과 운동신경까지 뛰어나다. 처음엔 셜록 홈즈에게 감탄하며 매료되어 읽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작가 코난 도일이 의사라는 것, 홈즈의 파트너 왓슨 역시 의사라는 것을 보고 잠시 생각한다. 나도 셜록 홈즈 처럼 될 수 없을까? 홈즈의 추리력이 짧으면서 강렬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있다. 의뢰인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테이블에 앉자마자 홈즈가 의뢰인의 직업, 가
요즘 공보의 3년차인 선생님들은 고민이 많다. 복무가 4월달에 만료되고 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보의 3년차 말에는 크게 세가지 갈래길을 보며 고민을 한다. 첫째, 펠로우로 병원에 들어간다. 둘째, 계약직 의사로 병원에서 근무한다. 셋째, 바로 개업한다. 세 가지 길중 개업을 하려고 마음을 먹으시는 분들도 꽤 많다. 옆에서 지켜보니 개업하는 게 정말 만만치가 않다. 의원의 입지 선정도 해야하고, 직원 채용도 해야하
정부는 2월경에 ‘2015년 인턴제 폐지’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올해 2013년 4월 기준으로 본과 2학년 및 일반의 공보의 2년차들이 병원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인턴은 사라지며, ‘NR1(현재의 레지던트 1년차 개념)’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게 된다. 인턴제가 폐지되면 몇 가지 발생할 혼란들을 적어보고 싶다. 먼저 2015년에 인턴이 사라진다면 그해의 레지던트 선발인원은 어떻게 될까. 2014년에 인턴을 하고 올라온 의사와 본과 4학년을 마친 학생이 같이 경쟁을 하게 될 텐데
가끔 119종합상황실에 있다 보면 구급서비스의 견적(?)을 묻는 신고자가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119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구급서비스는 불과 30년의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나이가 적지 않은 어르신들께서는 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계시는 경우가 있다. 반면 119가 무료서비스임을 잘 인식하고 최적화된 개인 맞춤 서비스로 이용하시는 분들도 있다. 119로 신고전화를 하여 예약시간을 잡는가 하면, 병원에 가야 하니 데리러 오라든가, 병원에
이번 달에 '더 리더-책 읽어 주는 남자'(베른하르트 슐링크, 이레, 2004)를 책으로 다시 봤다. 이 작품을 영화로 본 것은 학생 때였으니, 2년 전쯤 이었을 것이다. 영화로 보았던 것을 책으로 읽어서 인지, 신분이 배울 의무가 있는 학생에서 진료를 볼 책임이 있는 공중보건의로 바뀌어서 인지 작품을 읽고 고민하는 바가 다르다. 학생 때는 주제를 사랑으로 보았다. 사랑은 가장 낮은 단계의 독법이었다고 생각한다. ‘15살 짜리 남자와 36살 짜리의 여자가 사랑이 가능할까.’ ‘저 15살 짜리 꼬마는 무
2012년 대선이 끝났다. 패자는 겸허히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는 48%의 반대표를 던진 국민들까지 따뜻하게 껴안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그놈이 그놈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문재인 전 후보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사이의 공약의 방향이 비슷했다. 그 와중에 두 전 후보의 의료관련 공약이 두 분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양 후보의 공약들이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흐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웨덴 식의 의료복지만이 한국에 있어서 정답은 아닐 것이다. 또한 미국인이 입던 옷 역시 한국인의 몸에는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열린 해이다보니 일년 내내 선거철이었다. 신문에는 연일 후보와 정책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다른 소식들은 모두 잠식되는 듯하다. 의료계 뉴스도 잘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의료계의 입장전달을 위해 의협에서 전면 파업을 예고하며 토요일 휴진을 시행했지만, 느껴지는 체감온도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다. 후보들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도대체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건지 걱정부터 앞선다. 5월, 노환규 회장 출범이후 의협은 의사의 권익과 환자의 올바른 건강권
대선 기간이다. 선거는 어떻게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느냐가 중요하다. 각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공약집을 일일이 읽어보고 각 정책의 파급력이나 실현가능성을 따져보지는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단기적인 이벤트라고 볼 수 있는 대선에서는 어떤 이미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유력한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준비된 여성대통령’,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당
보건소에서 진료를 보고 있었다. 평소처럼 혈압약을 받으러 오신 여자 환자분이 계셨다. 이날은 진료를 보고 나서 머뭇머뭇하면서 일어나시지 않으셨다. 그러더니 보건소의 치매 환자 지원을 물어보셨다. 치매환자 지원은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서 위치만 알려드리고 보내려 했다. 그런데 환자분 표정이 너무 안 좋으셔서 몇 가지를 여쭤봤다. "누가 치매에 걸리셨나요?" "시어머니가요." "진단 받은지 얼마나 되셨어요?" "진단은 안 받았구요…. 요즘 행동이 이상
한국에서 의사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드라마 단골 주인공 직업중에 하나인 것만 봐도 그렇다. 돈도 꽤 잘 벌고, 전문성이 있으며, 명예도 있는 직업이다. 예전에 비하면 소득도 많이 줄었다지만, '사'자 들어가는 전문직들과 비교해보면 훨씬 잘 나간다. 변호사의 위상도 옛날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고, 드라마 '허준'때만 해도 잘 나갔던 한의사도 소득이 많이 줄어버렸다. 어디가서 부모님 직업이 의사라고 하면 어린 자식들 어깨에도 힘이 잔뜩 들어간다. 그런데 왜 의사들은 불만이 많을까? "아니 의사들이 왜 파업해? 돈 잘벌고 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