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및 정부에서 영유아 건강검진을 보건소에서 실시시키려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국회에선 민주통합당 조경태 의원이 영유아 건강검진을 보건소에서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통과 된다면 의무적으로 전국의 공중보건의들은 영유아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이미 50여곳의 보건소에서 영유아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고 시행확대 추세이다. 이런 움직임에 배경은 이렇다.현재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는 아이들은 약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검진기관으로 지정된 곳이 많지 않고 대기기간이 너무 길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위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필자의 자식들은 보건소에 영유아 건강검진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시행대상인 만 6세 미만 영유아들을 검진하기에는 공보의들의 임상경험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흔히 의료계에서 아이는 ‘소우주’라고들 한다. 정상상태도 어른들과 다르고, 발병양상과 진행양상도 어른들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종합병원에서는 아이들은 대부분 소아과가 보게 된다. 내과마저 아이에 대한 임상경험을 쌓고 나오긴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하물며 다른 과야 어쩌겠는가. 또 필자와 같은 처지의 일반의는 어쩌라는 것인가.

공보의들을 교육시켜 시행한다는 보완적인 방안이 있다. 하지만 얼토당토 않은 방안이다.임상경험이란 환아들을 직접 겪으며 체득되는 것이다. 소아과 수련의는 윗 년차로부터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을 인강으로 보완한다? 보안할 수가 없다. 들으면 바로 할 수 있는게 의료가 아니다. 최고의 레시피대로 만든다고 모두 일류 요리사가 될 수 없다. 최고의 요리를 만들려면 레시피에 적혀져 있지 않은 무언의 지식을 직접 오랜기간 경험하면서 얻어야 하듯이, 최선의 의료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특정 소아과의원 혹은 병원에서 단체 건강검진을 날짜를 정해 실시하는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영유아 건강검진의 수요는 높으나 의료서비스 공급이 적은 이유는 정부가 너무 낮은 검진가격을 매겼기 때문이다. 소아과에서 20분 걸리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하면 2만 6천원을 받는다. 하지만 평균 2분 걸리는 환자 한명을 진료하면 평균 1만 3천원을 받을 수 있다. 10분 당 진료수가를 비교하면 무려 5배 차이가 난다.

이 수준까지 수가를 올리는 것은 나날이 증가하는 건강보험 재원 부담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단체 건강검진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수가를 어느 정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때마침 영유아 무상보육정책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부모들은 점점 영유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길 것이고,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특정 의원이나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찾아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라면 부모들도 직접 소아과 의원을 찾아가는 수고를 덜 수 있으며, 정부의 무상보육정책도 더 촉진될 것이다. 소아과 의사는 보다 현실적인 수가 속에 효율적으로 환아 건강검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아는 소아과 의사에게! 보건소에선 영유아 건강검진 하지 말자.

 

 

박제선
조천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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