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특히나 한국의 10년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빨랐다. 세상은 이토록 빠르게 돌아가는데 가장 늦게 변화하는 분야가 두 가지가 있는데 의료분야, 그리고 정부정책이다. 그럼 두 분야 만나는 의료정책분야는? 단연 변화 속도가 한국 꼴찌일 것이다.

70년동안 외과환자의 폭증, 급성기 환자의 증가, 하지만 예방주사의 발달과 공중보건위생 개선으로 만성환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암환자도 계속적으로 늘어났다. 또 평균수명이 늘었지만 그냥 오래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사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그렇지만 의료정책분야에서 변화가 더뎌 만성환자의 증가와 '웰빙' 트렌드에 걸맞는 의료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건강검진을 해도 체계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도는 커녕 종이 몇장 달랑 집으로 부쳐주는 것이 끝이다. 그 마저도 해석이 어렵게 써놔서 환자들이 보건지소로 가져와서 의사에게 해석해달라고 종종 부탁해온다.

사실 이 사회적 변화는 이미 선진국들이 겪어왔던 문제이다. 이에 대한 선진국들의 의료정책적 해답이 '건강관리 서비스'이다. 건강관리 서비스란 개인 차원에서의 건강증진을 의미한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예방과 체계적인 건강증진 서비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한 질환자에 대한 건강교육, 식이, 운동처방 등 질환관리의 개념이 포함된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개인의원에서 하던 행태를 넘어선다. 예륻 들면, 고혈압 및 비만환자에게 단순히 운동만 권유하는 등 말로만 끝내는게 아니라, 운동,스파,마사지 등의 건강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형태의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이 서비스라면 질병보다 건강에 초점을 맞춘 의료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사회적인 상황은 선진화된 한국에서 왜 아직까지 건강관리 서비스는 보편화되지 않았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속적인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 모델의 부재다. 당뇨병교육, 고혈압 교육 등의 만성질환 교육은 이미 비급여항목으로 등록 되어있다.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일회성에 그치는 건강관리 서비스, 1년에 한번 하는 건강관리 서비스가 국민들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될리가 없다.

필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에게는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을 시장원리에 맡겨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의료 공급자에게는 건강관리 서비스 전문 기관의 가능성을 주목해보자고 제안한다. 고용 의사 수, 최소 의료기기 구비 수 등의 기준을 갖추어 건강관리 서비스 기관의 형태를 정부가 만든다. 그리고 가격에 대한 부분을 처음부터 관여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장에 맡긴다. 미용실의 커트가격이 4000원에서 몇 만원까지 다양할 수 있으나 사실 가격의 편차 및 서비스 형태 차이가 크지 않다. 이처럼 자유 비급여화 된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에서 서비스의 죵류는 경쟁과 도태를 거쳐 결국 몇 가지 형태로 수렴해갈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정부가 나서서 급여화 혹은 가격제한 등의 규제를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국가에서 이렇게 해주기만 한다면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은 의사에게 있어 일정기간 블루오션으로 뜰 확률이 높다. 아직 경쟁자가 많지 않은 데다가 대상이 건강한 모든 사람들,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니 시장 규모가 무지하게 크다. 게다가 비급여다. 이는 의료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국민의 수요와 의료공급자를 동시에 생각하는 공공선의 정책이다. 이 시장을 주 의료 서비스 공급자인 의사가 먼저 주목하고 주도해 나가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박제선
조천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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