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보의 3년차인 선생님들은 고민이 많다. 복무가 4월달에 만료되고 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보의 3년차 말에는 크게 세가지 갈래길을 보며 고민을 한다. 첫째, 펠로우로 병원에 들어간다. 둘째, 계약직 의사로 병원에서 근무한다. 셋째, 바로 개업한다.

세 가지 길중 개업을 하려고 마음을 먹으시는 분들도 꽤 많다. 옆에서 지켜보니 개업하는 게 정말 만만치가 않다. 의원의 입지 선정도 해야하고, 직원 채용도 해야하고, 입지 선정되면 임대 계약도 해야되고, 기구도 사야 하고, 시작이 반이라더니…. 3년차 형님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즐거웠던 공보의 시절과 이별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저만치 사라져버렸다.

개원의가 전체 의사의 70~80%인 것이 현실이다. 나머지 중에서도 대학병원의 경영을 맡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대교육은 어떤가? '의료경영학' 교실이 있는 곳이 전국에 몇군데 되지 않는다.

필자가 나온 의대의 교육목표에는 '일차의료 인력양성'이 명시되어 있다. 일차의료 종사자라 함은 곧 개원의를 가리킨다. 하지만 의대를 다니면서 의학에 관한 지식을 많이 배웠으나, 환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직원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병원 및 의원의 운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제대로 배우질 못했다. 의사의 대다수는 경영인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의대에서는 경영에 관한 지식과 철학은 어찌하여 가르쳐 주지 않는가? 왜 아무것도 모르는 순둥이인 채로 강호에 나가라 등을 떠미는가 말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계에도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예전처럼 진료만 잘하면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는 시절도 지나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보험진료로는 먹고 살기 힘들게 수가를 책정해 놓아- 비보험 진료를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할 것인지도 중요해졌다. 매년 약 10%의 의료기관은 폐업을 신고한다고 한다. 대출상담을 맡은 모 은행에 다니는 필자의 지인은 "의사들이 신용이 많이 떨어지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 대출한 게 많은데 또 대출하러 오셨어"라고 했다. 강호에 나와 경영을 익히더라도, 최소한의 밑바탕은 의대에서 배우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의료기관 경영자로서의 의사의 역량에 대한 수요는 이만큼 큰데- 의대 교육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져 있다. 사실, 3차의료기관 및 의과대학에는 강호에 나와보지 않은 교수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회적 수요를 인지하는 것이 느리거나 혹 인지하더라도 강단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의대에서 소위 '돈 버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도덕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의대는 위대한 의학자나 뛰어난 임상교수를 길러내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서는 안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바가 그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의료기관으로서 살아남아야 의술을 펼칠 수 있다. 또한 의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맞게 자신의 의원을 이끌어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의료경영학'을 의대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제 선
조천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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