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월경에 ‘2015년 인턴제 폐지’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올해 2013년 4월 기준으로 본과 2학년 및 일반의 공보의 2년차들이 병원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인턴은 사라지며, ‘NR1(현재의 레지던트 1년차 개념)’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게 된다.

인턴제가 폐지되면 몇 가지 발생할 혼란들을 적어보고 싶다. 먼저 2015년에 인턴이 사라진다면 그해의 레지던트 선발인원은 어떻게 될까. 2014년에 인턴을 하고 올라온 의사와 본과 4학년을 마친 학생이 같이 경쟁을 하게 될 텐데, 그렇다면 레지던트 선발 경쟁률은 단순계산으로 2배가 되는 것일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2015년에는 레지던트 선발인원을 2배로 늘려야할까.

선발방식도 궁금하다. 인턴을 하고 올라온 의사와 본과 4학년을 마치고 바로 올라온 학생을 동등하게 봐야할까. 만약 동등하게 본다면 인턴을 한 의사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인턴의 노동강도와 본과 4학년의 학업스트레스를 비교해보면 당연한 생각일 수 있다. 그래서 2015년 인턴제 폐지가 확정되는 순간, 2014년에 졸업하는 현재 본과 3학년 학생들이 인턴을 안 할 수도 있지 않을까. 1년을 쉬고 2015년에 바로 레지던트로 지원해도 되니깐. 그렇게 되면 2014년 전국의 병원들은 인턴 공급부족으로 심각한 노동력저하에 허덕이지 않을까. 그나마 인턴을 하려던 의사들도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좀 쉬다가 레지던트를 지원하면 될 테니깐.

그렇다면 이러한 2014년 인턴부족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까. 인턴을 하지 않는 의사들에게 불이익을 줘야할까. 가령 인턴을 안 하고 1년을 쉬겠다는 현재 본과 3학년 학생들에게 2015년 레지던트 지원 시 불이익을 부여한다면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인턴을 하는 의사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어떨까. 이것도 형평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2015년에 레지던트를 지원하는 현재 본과 2학년 학생들은 제도가 없어서 아예 인턴을 못한 것인데, 2014년에 인턴을 하는 의사들과 비교하여 가산점을 못 받으면 그자체로 감점을 받고 지원하는 꼴이 된다. 2013년 4월에 공보의 3년차가 되는 일반의들도 2014년에 인턴을 하는 게 좋을지, 안하고 페이닥터 생활을 하면서 2015년에 바로 레지던트지원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일 것이다.

물론 필자는 정부가 이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이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어떤 대책이 있기에 그토록 신속히 인턴제 폐지를 추진하는 게 아닐까. 기왕 미국의 우수한 수련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취지라면, 의사의 복지제도도 같이 데리고 오자. 전공의들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고, 주1회 24시간 휴일보장 및 근무시간 상한제를 도입, ‘100일 연당’과 같은 무용담이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행기 기장이 인턴하면서 주 100시간 비행한다고 하면 그 비행기를 탈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의사들에게는 왜 주 100시간 근무를 강요하는가. 병원에서 소요되는 모든 전공의 수련시간(가령 학회 및 발표준비시간 등)을 근무시간에 포함시켜야하며 당직비를 업무의 강도에 따라 차등화시켜야 한다. 물론 ‘펠노예’라고 까지 불리는 전임의들도 예외는 될 수 없다. 환자 보면서 수술하고 논문 쓰고 응급실 당직법으로 인해 당직까지 서야하는 전임의들도 마땅히 합리적인 복지제도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정부의 이번 인턴제 폐지는 지난 55년간 이어져온 제도를 바꾸는 큰 변화의 시작이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묵혀두었던 의료계 내부의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한 단계 발전된 의료환경확보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기현
강진군보건소 공중보건의사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