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119종합상황실에 있다 보면 구급서비스의 견적(?)을 묻는 신고자가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119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구급서비스는 불과 30년의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나이가 적지 않은 어르신들께서는 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계시는 경우가 있다.

반면 119가 무료서비스임을 잘 인식하고 최적화된 개인 맞춤 서비스로 이용하시는 분들도 있다. 119로 신고전화를 하여 예약시간을 잡는가 하면, 병원에 가야 하니 데리러 오라든가, 병원에 있다가 집에 가야 하니 오라는 신고전화도 있다. 예약문의는 당연히 거절된다. 집에 가야 한다는 문의도 거절된다. 그러나 병원에 가야 한다는 신고는 거절할 방법이 없다.

119 구급대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응급환자의 객관적인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고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느끼기에는 단순 외상이나 감기로 인한 심한 몸살 등도 응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병원이송 요구시 거절할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 119 상황 관리요원 및 구급대원의 의 역할과 책무에 비해 그들에게 주어진 자율적 권한이나 보호막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민원이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이송하기도 한다. 때문에 길에서 넘어져 발목을 삐었다든가, 지병을 앓고 있는 노인분이 단순 병원 방문을 하고자 하는 신고에도 이송을 할 수 밖에 없다.

공유재의 비극이 구급서비스 현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유재란 내가 사용하면 다른 사람의 사용이 제한되는 경합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특정인에게만 한정하거나 특정인의 접근을 제한할 수 없는 비배제성의 특징을 지니는 재화를 말한다. 구급서비스도 전면 무료로 제공되고 있기에 누구든 거리낌 없이 사용하지만 비응급환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경우 응급환자들이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게 된다. 응급환자들의 손해는 곧 치명적인 후유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진다.

싱가포르의 경우 비응급환자에 대한 이송은 유료이다. 애초에 응급이송 신고와 비응급환자를 위한 신고번호가 분리되어있다. 비응급환자를 위한 신고번호는 유료이송센터의 신고번호이다. 또한 응급환자 이송시 대원의 판단에 의해 응급이송을 하였더라도 병원의 의사가 비응급환자라고 판단을 한다면 추후 환자는 비용을 징수당한다.

우리나라도 구급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징수해야 한다. 응급이송서비스에 대한 무분별한 비응급 환자의 이용을 막기 위해서이다. 구급대원이나 상황요원이 민원인과 불필요한 갈등을 겪을 필요도 없을 뿐더러 비응급환자를 위해 응급환자 이송을 놓치는 경우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다. 119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활민원서비스로 강한 신뢰의 브랜드를 구축한 이상 전면적인 실시는 불가능할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구급서비스 부분유료화를 추진하여 응급환자 이송 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법과 응급환자가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면서 추진하면 가능할 것이다.  

 

한종수
충남소방안전본부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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