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이 끝났다. 패자는 겸허히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는 48%의 반대표를 던진 국민들까지 따뜻하게 껴안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그놈이 그놈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문재인 전 후보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사이의 공약의 방향이 비슷했다. 그 와중에 두 전 후보의 의료관련 공약이 두 분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양 후보의 공약들이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흐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웨덴 식의 의료복지만이 한국에 있어서 정답은 아닐 것이다. 또한 미국인이 입던 옷 역시 한국인의 몸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박근혜 차기 대통령은 스웨덴식도, 미국식도 아닌 한국에 딱 맞는 정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50대의 투표율이 89%를 넘어섰다. 이들은 대부분 은퇴를 앞두고 있다. 50대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건강'이다. 건강 없이는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행복한 은퇴 생활을 하려면 정부가 의료부문에 신경을 안쓸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 의료시스템에서 그러한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 가능할까? 그러기 위해선 아래 두가지 의료부문 과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

첫째, 어떻게 낮은 가격으로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나날이 높아져가는 의료수요에 비례하여 보험재정은 날이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새 정부는 어떻게 하면 보험 재정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보건의료정책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특히 공공의료부문 보다 민간의료부문이 훨씬 큰 한국에 맞는 의료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둘째, 어떻게 의료인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이 과제를 꺼내는 이유는 첫째 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며, 정부입장에서 쉽게 놓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료인의 삶의 질과 의료서비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조직행동학계의 연구 결과 서비스 제공자의 직무만족도가 높을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서비스의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행복한 의사가 행복한 의료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의사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 원인제공자가 정부라는 데에 있다.

첫번째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그간 여러가지 정부의 노력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서비스 제공자인 의료인의 불행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면 정부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최근 2%대에 그치고 있는 수가인상은 의료인의 불만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의료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다양한 요양기관 중 의원의 의료서비스에 대해 만족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46.9%로 타 의료기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이후 계속 만족도가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돈 뿐만 아니라 다른 방면의 정책들로도 의료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의료기관내에서 의료인에게 가해지는 폭행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에 관한 법률 도입은 의료인의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현명한 정책이었다. 행복한 의료인을 만들어 달라. 그럼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의료서비스가 나온다.

박 제 선
조천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