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간이다. 선거는 어떻게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느냐가 중요하다. 각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공약집을 일일이 읽어보고 각 정책의 파급력이나 실현가능성을 따져보지는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단기적인 이벤트라고 볼 수 있는 대선에서는 어떤 이미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유력한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준비된 여성대통령’,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당 경선에서 낙선한 손학규 전 민주당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뽑는다고 할 때 유권자로서 내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어떤 정치를 할 것이냐’이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해 주겠다’는 답을 준 셈이고.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기간 이기도 하다. 특정 직군이 정부에 대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역시 어떻게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느냐가 중요하다. 대선과 같은 전국적인 중요한 일이 있어도 그에 대한 공약과 후보의 이력 등 주요사항을 모두 챙기고 판단할 수 없는데 하물며 특정 직군의 대정부 투쟁에 대해 세부사항을 일일이 읽어보고 들어볼 것을 사람들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이 국민들은 대상으로 홍보 캠페인을 펼치듯이 의료계에서도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현재는 의협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외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계의 대국민 홍보도 공약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 선거에서 네거티브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잘 먹히지만 누구도 그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지저분한 정치판’ 이라는 인식만 강해질 뿐이다. 그나마 선거에서는 정해진 후보 중에 선택할 수 밖에 없기에 누군가는 선택 받지만, 의료계의 투쟁은 국민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림받을 뿐이다. 앞서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이 유권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어야 한다고 한 것처럼, 개인적으로 의료계의 대국민 홍보도 국민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들의 의료계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문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는 쉽게 의료계에 대한 불만을 접할 수 있다. 이 불만들을 개선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국민들이 듣고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현재 의료계 투쟁의 대의 명분은 의권 보장이다. 이와 관련에서 국민들이 듣고 좋아할 내용은 자극적인 내용이나 협박성 내용이 아니다. 의권 보장이 이루어지면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대해 말해주어야 한다. 최근 나온 의협의 포스터는 졸린 눈의 수술용 마스크와 모자를 쓴 의사 옆에 ‘당신의 의사는 지난 밤 몇 시간이나 잤을까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당장 내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다면 이 포스터를 본 사람은 의사들이 100시간을 일하든 120시간을 일하든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그정도 대접 받는데 희생해야 한다던가 배부른 소리한다는 등 그다지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전의 포스터들도 대개 이런 건 잘못된 것이다 라는 식이다. 포괄수가제나 성분명 처방에 대한 포스터 등도 그러한데, 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를 위한 홍보라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보지만, 이번 투쟁은 의협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니 다르게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3분진료, 이제는 없어집니다’ 라던가, ‘우리아이 믿고 맡길 전문가, 더 늘어납니다’ 와 같은 식의 공약이나 혜택사항을 먼저 홍보하는 것은 어떨까? 기존의 협박성 멘트들보다는 긍정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훨씬 기분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편익의 증대를 위해 투쟁한다는 내용을 설명해주어야 응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구사항을 얻어내는 데에 실패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이 모든 요구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반드시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다.

특정 직군의 파업이나 투쟁에 대해 제일 먼저 받는 비난은 항상 ‘밥그릇 챙기기’이다. 이것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어디서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관한 투쟁을 해도 비난 받기 마련이다. 단순히 지금 이렇게 잘못되고 있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보통 사람들은 의료계의 현실까지 챙기기에는 너무 바쁘다.

 

 

한 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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