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매몰된 정부정책 비판…“현행 구조에서 거수기일 뿐”
일방적 추진 멈추고 현장 목소리 들어야…2024학술대회 통해 정책 반영 노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현재 의료계가 의료개혁특위 등 정부 정책 논의 기구에 일괄적으로 불참한 가운데, 의학회가 그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의대증원 등 일방적 정부 정책 추진 기조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는 어떤 합리적 토론도 불가능하며,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사진>은 지난 11일 2024년 학술대회(6월 14일) 관련 보건의료전문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료현안과 관련 이같이 피력했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9일 의협이 주최한 전국의사 대표자회의에 함께 참석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 투쟁에 함께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이진우 회장은 “의료정책은 현장 의견,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토론된 상태에서야 알맞게 추진될 수 있지만, 지금은 너무 (정부 중심의)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느낌”이라며 “의료계가 그동안 염원해 온 의료개혁이 합리적인 토론과 대안 도출 과정으로 실현되기를 누구보다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이라는 이슈에 매몰돼 한치 앞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모든 이야기가 공론화되고 결론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의학회는 정부가 앞서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현재까지 불참 중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회장은 “의학회는 당초 정책패키지를 위해 전문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필수·지역 의료정책 이사를 두고 야심차게 정책들을 같이 개발하기로 보건복지부와 이야기된 상황이었으나, 2월 6일 갑자기 의대정원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2000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가 나오면서 모든 것이 매몰돼 버렸다”고 질타했다.

정책패키지에 들어간 4대 주요 정책과제(의료인력,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안전망, 보상체계 공정성)가 의료현장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디테일하고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의 일방적 계획만이 발표되고 있다는 것.

이 회장은 “일례로 인턴의 경우에도 1년을 없애버리고 임상 수련의 제도로 2년을 하겠다고 하는데, 전체적인 커리큘럼이나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없었다”며 “특히 증원 문제는 여러번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이야기했다지만 숫자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이런 것들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어떤 선언적 이야기를 해도 ‘진료가 안 되면 외국으로 환자를 보내겠다’, ‘외국 의사를 받아서 들여오겠다’ 등 발언을 하거나 전문의 중심병원을 만든다면서 어느정도의 재원과 필요한 전문의수는 몇명인지, 전문의는 어떻게 조달할지 대책이 아무 것도 없다”며 “이제는 이성을 찾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해서도 “세 자리(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 추천위원)만 의료계에 줬다. 그 자리에서 얼마나 반대를 하며 의견을 낸들 얼마나 받아들여 지겠는가”라며 “전부터 이야기했듯 의료계와 일대일 협의체를 구성하든 전문가단체 중심 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해달라고 얘기했고, 의료계 의견을 반영할 거버넌스 구조를 만든다면 얼마든지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의 의료개혁특위 구조로는 그 안에서 아무리 의견을 개진해도 그대로 반영될 사항이 없고, 박수치고 끝나는 위원회가 될 것”이라며 “산하 전문위원회 역시 의대정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것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런 부분이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회장은 “뻔히 파국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동의하겠는가. 대한민국 의료가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타협할 부분이 있고 말아야할 부분이 있는데, 의대정원은 원칙을 지켜야할 부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협의 총파업 및 집단휴진 결정에 힘을 보탠 교수들. 왼쪽부터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 고범석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공보담당
의협의 총파업 및 집단휴진 결정에 힘을 보탠 교수들. 왼쪽부터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 고범석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공보담당

◆의료계 소통-통합 중요한 시기…학술대회서 핫이슈 논의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의학회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한마음으로’를 슬로건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현재 논란이 되는 주요 의료정책을 의료계 주요 단체·기관들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논의를 모아 의료계 합의된 의견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기조강연에서는 서울대 성원용 교수가 ‘초저출산, AI기술, 국가 경쟁력의 관점에서 본 의대 증원’을 주제로 의료계가 아닌 외부 시선에서 초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사 증원 방안이 옳은 방법인지 살펴보고 바람직한 해결안을 제시하는 강연을 준비했다.

이어 진행되는 6개의 세션 프로그램은 각각 주제발표와 패널토의로 구성했다.

주제별로 살펴보면 의학회는 ‘전공의 수련의 질과 환경 개선, 바람직한 길을 묻다’와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제언’ 2개 세션을,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바람직한 의료정책’을 준비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학생 규모와 의과대학 교육 역량’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미래의료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의대정원과 교육을 중심으로’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근거기반의 임상진료지침 개발·활성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각각 진행한다.

이진우 회장은 “학술대회에서 다뤄졌던 내용들이 학술대회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토론회, 공청회, 백서 제작 등을 통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는 대한의사협회 평점 4점이 부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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