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훈장 목련장 받은 김지덕 대웅제약 소화기신약팀장, ‘시행착오와 경험 속에 비로소 꽃이 피었습니다’
올해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 정부포상은 색다른 인물이 국민훈장을 받게 돼 눈길을 끌었다.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김지덕 대웅제약 소화기신약팀장은 순수 국내 기술로 위산분비 억제제 신약 펙수프라잔(Fexuprazan)을 개발한 공로로 훈장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펙수프라잔은 기존 위산분비 억제제들이 극복하지 못한 미충족 수요를 완전히 해결한 P-CAB (Potassium -Competitive Acid Blocker) 계열의 신약으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가 진행 중이다.
품목이 허가되면 국산 34호 신약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미 펙수프라잔은 총 1조600억원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바 있다.
펙수프라잔이 달성한, 혹은 달성이 기대되는 성과들도 대단하지만 국민훈장을 제약사 연구팀장에서 수여했다는 점은 제약업계, 특히 제약 R&D 분야를 바라보는 국가의 시선도 달라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참고로 국민훈장은 국가에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학술분야에 공적을 세워 국민의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영예 중 하나다.
본지에서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김지덕 대웅제약 팀장을 만나 제약업계 R&D의 방향성과 ‘뒤를 잇는 사람들’에게 전해줄 메시지, 대웅연구소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세 차례에 걸쳐 전달하고자 한다.
① 기업의 신약 개발 방향성 - 단순 지원 넘어선 경험 축적·문화 형성 중요해
② 김지덕 팀장의 당부 세 가지 - 꿈, 소통, 성취욕
③ 대웅연구소의 과거, 현재와 미래
① 기업의 신약 개발 방향성 - 단순 지원 넘어선 경험 축적·문화 형성 중요해
김지덕 팀장은 지난 17년간 신약 개발, 특히 합성신약 개발만을 바라보며 꾸준히 연구해온 ‘순수 연구자’다. 약학박사인 그는, 신약 개발을 위해 대웅제약에 재입사할만큼 연구개발의 꿈을 꾸준히 이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저는 사실 대웅제약을 두 번 입사했습니다. 1996년도에 한 번 입사를 했다가 퇴사를 하고 약학박사 학위 취득한 후 2004년도에 다시 입사를 했죠. 2004년도에 입사를 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신약을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건 대웅제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4년도에 제가 입사를 하면서 대웅제약연구소에서 합성 신약 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이었어요.
물론 예전엔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IMF를 겪은 이후 회사에서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를 다지면서 그야말로 ‘맨땅에서’ 시작했습니다."
해외도입의약품이 거의 전부였던 제약업계에 신약개발이란 ‘그림의 떡’이었다. 물론 신약 개발에 대한 노하우도 있을 리 없었다.
"회사에서는 노하우와 경험을 만들어가기 위해 연구진을 대거 충원하고, 지속적인 인적 관리로 신약 개발 역량을 다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줬습니다.
연구소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반에 성남에 있던 연구소를 용인으로 이전하면서 집중 투자하고 확장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합성신약 개발에도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신약 개발의 황무지에서 단숨에 신약 개발 성공의 단추를 꿰긴 어렵다. 김지덕 팀장과 대웅제약은 ‘하나하나 경험하고 쌓아나간다’는 자세로 신약 개발을 진행해나가기 시작했다.
"제가 2005년 경 처음 했던 과제가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개발이었습니다. 전임상부터 시작된 의약품 개발이 임상 1상 돌입 시점이 2009년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임상 1상 돌입에 4년이나 걸렸다고 하지 않고, ‘4년밖에 안걸렸다’고 자부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어나가면서 조금씩 경험을 쌓게 됐습니다. 임상 2상까지 진행되면서 정부 과제 지원을 받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구도까지도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김지덕 팀장과 대웅의 첫 도전은 실패했다.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는 임상 2상에서 드랍됐다. 여기서 대웅은 현실의 실패에 낙담하고 포기하기보다 다음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자세를 취했다.
연구인력 관리의 핵심인 ‘경험의 유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을 ‘성과’로 판단해 HR 관리에 반영했다.
"사람들은 제품 나와서 무조건 잘 팔려야만 성공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때만 해도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것 과정 자체도 성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상 2상에서 프로젝트가 드랍됐을 당시에도 우리는 왜 실패했는지를 계속 체크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실패에서 얻은 경험과 자산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었습니다.
다른 회사 동료들을 보면 프로젝트 실패 이후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를 더러 봤는데 대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지덕 팀장은 이러한 문화가 대웅의 문화라고 자부한다.
당시 대표이사는 “실패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로 노력을 한 다음에 실패를 했다면 그것 역시 경험이 되고 다음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다독였다 한다.
결국 이러한 경험은 펙수프라잔 성공의 바탕이 될 수 있었다.
"저는 신약이라는 거는 연구자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가 자기 돈을 계속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 지원이라는 것은 그냥 단순히 지원이다 이런 개념이 아닙니다. 체계적이고 문화적인 형태가 수반되고 여기에 더해 막대한 금전이 들어가는, 이 모든 것들이 맞물리는 조화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