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중심 헬스케어와 정밀의료, AI로 날개를 단 SW와 기술의 미래 확인

오인규 기자의 시카고 북미영상의학회(RSNA 2019) 참관기

[미국 시카고 RSNA=오인규 기자] 의료기기 트렌드가 진화하고 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변화하는 지금, 혁신 영상의료기술이 총집합하는 북미영상의학회(RSNA)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또 1989년에 방영된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만화영화가 이젠 어느 정도는 현실이 돼버렸다. 벌써 우리 눈앞에 펼쳐지며 한세대가 바뀌는 2020년을 앞두고 시장 선점을 위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연거푸 일어날 것이며, 올인 할 가능성이 있다는 회식자리에서 만난 글로벌 영상의료기기업체 한 MR 팀장에 멘트도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다가왔다.

뷰노 부스에서 유투브 채널 '채널:의'에 활용할 영상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전시장 입구 모습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의학신문·일간보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부터 5일간 진행됐던 이번 RSNA 2019가 개최된 미국 중부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 현장을 향했다.

첫인상은 North 홀과 South 홀 모두 볼거리로 가득한 역시나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앞서 방문했던 독일 뒤셀도르프 메디카(MEDICA), UAE 두바이 아랍헬스(ARAB HEALTH) 등 국제 의료기기전시회 그리고 국내서 개최되는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KCR)와는 결이 다른 차분하지만 세련됨을 보이는 무대였다.

“결국 너잖아” ‘AI’ 진정한 대세로 도약

먼저 세계 의료기관의 운영 난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영상의학 검사 영역서 우수한 성과를 위한 첨단 솔루션과 최적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기업들이 꺼내든 카드는 인공지능(AI) 기술이었다.

헬스케어 분야가 추구하는 비전은 점차 다수의 환자를 진료하는 규모 중심에서 투입한 의료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는 가치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한정된 의료 자원으로 더 나은 임상 결과를 도출하며 만족스러운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료진 워크플로우를 개선하고 임상 결정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솔루션 전반에 AI를 적극 접목하고 있었던 것.

자연스럽게 전시된 제품에 몸을 기대어 토론하는 모습과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을 다수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번 RSNA에서는 North 홀의 아래층에 AI 전용 전시관을 마련해 기술을 집중 조명했고 뷰노·루닛·제이엘케이인스펙션 등 흔히 말하는 의료AI 분야 3대장(?)을 필두로 한국 기업들이 탁월한 역량을 뽐냈다는 점은 가슴을 뜨겁게 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협력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슷한 기술에 나열이었다는 냉정한 평가와 함께 올해는 퀀텀점프 수준의 이슈는 분명히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등장했을 당시에 폭발적 광풍이 없었을 뿐 다양한 기술에 접목하며, 이제는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대세가 되며 저변을 넓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헬스케어 플랫폼 환경 그리고 대협력시대

골드러시 시대 속 청바지와 곡괭이 역할을 생각하면 맞을까? 장비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AI 시대를 받혀주기 위해 고성능 그래픽 카드와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들의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모바일도 여전히 강세였다. 초음파는 주춤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동형 CT는 여전히 글로벌 영상진단업체들에게 흥미로운 도전으로 주목받는 분위기였는데,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소마톰 온사이트(SOMATOM On.site)와 삼성의 옴니톰(OmniTom) 모두 공간최적화와 활용가능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곧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 등 클라우드 부스의 참여도 활발했다. 오른쪽은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첨단 Angiography 시스템 'ARTIS icono'

크게 느낀 부분은 이제는 헬스케어 공급자가 시장에 적용 가능한 알고리즘과 앱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플랫폼을 앞세우며, 이합집산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대협력시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PACS와 다양한 기술에 적재적소에 활용되며 기업을 가리지 않고 여러 시스템과 제품이 함께 구동되는 복합성을 줄이고 실제 활용에 있어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라”

사실 보다 미세한 병변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듀얼에너지, 헬륨 고갈 시대를 대비하는 저감 기술, 검사 시간을 줄이고 노이즈를 제거하는 컴프레스드 센싱(Compressed Sensing)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를 수 있었지만, 가치 중심 헬스케어와 정밀의료를 위시하며 환자 맞춤형 그리고 의료진의 워크플로우 극복을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각은 결국 같았다.

그리고 그들은 개방형 플랫폼을 활용한 협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까지 일치했다. CT·MRI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도 극한의 극한을 더하는 장비 고도화와 함께 이미징 프로세싱에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답을 찾으려는 모습과 이를 지켜보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 처럼 부스를 가득 채운 의료 전문가들까지도.

▲행사장 한켠에 AI 딥러닝 교육의 장도 마련한 모습 그리고 내년에 또 만나요!!

반면 아직도 차별화 되지 못하고 발전에 뒤쳐진, 유행하는 것은 따라하고 보는 일부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윈디시티’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시카고의 칼바람이나 불세출의 농구스타인 마이클 조던이 떠난 시카고 불스의 홈구장 유나이티드센터의 2층 관중석만큼 차갑고 썰렁했다.

여기서 배울 점은 물론 속도, 방향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 목표(Goal)가 되는 것은 본질이라는 것 아닐까? 국내 기업들의 노력과 별개로 선두기업들에 실수가 이어지지 않으면 역전할 수 없는 냉정한 시장에서 이제라도 드러난 현상만을 바라보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닌 달을 목표로 R&D와 혁신을 생각하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RSNA로 가기 전에 기자가 기자수첩을 통해 밝혔던 유익한 기사를 얼마나 제공했는지에 대한 부끄러움과 동시에 세계 영상진단의료기기 분야 현주소의 깨달음과 함께 전문기술의 범람을 겪으며 지식의 한계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돌아보면 짠 음식과 15시간 시차에 고생했으면서도 결국 내린 결론은 또 가보고 싶다는 것. 첨단을 달리는 글로벌 영상진단의료기기업체들이 최신 기술을 선보이며, 총성 없는 전쟁에 한가운데서 의료기기 전문기자의 타이틀이 아깝지 않도록 사정없이 부딪치고 많은 것을 배우며 업체들과 소통하는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