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전문위원<br>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전문위원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 언론에 보도된 간병비 급여화 관련 기사는 “200병상 이상 병원만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워 요양병원 내부가 갈라진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고, 요양병원 전체의 어려움을 왜곡한 측면이 크다. 중요한 것은 특정 병상 규모의 병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고령자의 곁을 지키는 모든 요양병원의 공통적 위기라는 점이다.

초고령 사회 대한민국에 필요한 간병 급여화

75세 이상 고령 환자는 만성질환과 노쇠로 장기적인 돌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현 제도에서 간병은 전적으로 환자와 가족의 몫이다. 보호자가 간병하지 않으면 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간병비를 부담해야 하고, 간병 인력을 못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간병 급여화는 단순 비용 문제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존엄, 가족의 부담 경감, 돌봄의 질을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다.

중소요양병원의 현실

특히 중소요양병원은 열악한 재정과 인력 구조 속에서 고령자 의료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며, 재택의료와 요양시설, 응급실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지만, 간병 인력 확보와 간병비는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처럼 ‘대형 병원만 지원’이라고 문제를 단순화하면, 현장의 절박함은 사라지고 병원 간 갈등만 조장하게 된다.

간병 급여화가 미뤄진다면

간병 급여화가 미뤄지거나 왜곡된 형태로 시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간병 인력 부족으로 환자 안전사고가 늘고, 욕창·낙상·영양실조 등 합병증이 증가한다. 둘째, 간병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가족은 환자를 집으로 모시거나, 결국 급성기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게 된다. 이는 국가 전체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힘든 여건에서 노인 환자의 곁을 지켜온 요양병원이 문을 닫는다면, 돌봄 공백은 감당하지 못할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

간병 정책은 병상 규모가 아니라, 환자의 돌봄 필요도와 병원의 역량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역 단위로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고, 환자·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간병 급여화는 재정 지원을 넘어, 간병 인력의 처우 개선과 교육, 돌봄 서비스의 표준화로 이어져야 한다.

고령자 의료 최전선을 지키기 위하여

요양병원은 ‘마지막 종착역’이 아니다. 환자가 회복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끝내는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삶의 정거장’이다. 요양병원 간병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납부하는 국민의 권리다. 국민의 선택권에 제한을 두는 간병 정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공간이 흔들리면 고령자 의료가 무너진다. 간병비 급여화 논의는 특정 병원의 이익 다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존엄과 안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다.

국회와 정부는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요양병원은 지금 이 순간도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다. 이 최전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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