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 포함된 미세구 혈관 삽입, 방사선으로 종양 차단 및 파괴
효과 지속 시간 길고 치료 횟수 감소 특장점, 수술과 이식 가교 역할도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간세포암은 간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간암으로 성인에서 가장 흔한 간암 종류다. 환자 암의 진행 단계, 간 기능, 건강 상태, 개인의 치료 선호도 등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며, 필요한 경우 여러 방법을 조합하기도 한다.

최소침습 치료 중 하나인 절제술은 열(고주파, 마이크로파, 냉동)을 이용해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방식으로 고주파 열 치료술, 간암 냉동제거술, 극초단파 소작술 등이 있다. 더불어 간동맥에 항암약물 또는 방사성 물질을 주입해 종양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하고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간동맥 색전술에는 화학색전술(TACE)과 방사선색전술(TARE) 등이 있다.

현동호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현동호 영상의학과 교수는 의학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는 간세포암 치료법이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표적 치료,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무기들이 생겼다”며 “단순히 종양 크기만이 아니라 성질, 간 기능 상태, 위치, 병기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최근 치료에 있어 색전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라고 말했다.

또한 동석한 강원석 소화기내과 교수는 “아무리 깨끗이 정원을 유지해도 잡초는 생기고 제초제를 뿌리고 파내도 새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비할 수 없는 것처럼 간이식은 완치로 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지만, 간 기능 저하나 기증자 부족 문제 그리고 이식 후 재발 등 현실적 제약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때 다양한 단계에서 색전술은 종양 크기와 범위를 줄이거나 병기를 낮춰, 시간을 벌고 향후 수술이나 이식으로 이어지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색전술과 방사선 치료를 결합한 방사선색전술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미세구를 종양으로 가는 혈관에 삽입해 종양을 차단하고 방사선으로 파괴한다. 종양이 큰 경우에도 시행할 수 있으며, 색전술로 인한 전신부작용이 경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이후 추가적인 색전술이 거의 필요 없는 장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강 교수는 “발열과 통증부터 간농양, 심각하게는 패혈증까지 색전후 증후군 발생 가능성이 기존 색전술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종양 세포를 확실히 괴사시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방사선색전술, 중기 및 말기 외 초기 간암 환자도 유용성 근거 입증

지난해 국내 연구자 주도로 방사선색전술이 초기 간암 환자에게도 유용하다는 근거가 제시됐다는 점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br>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에서 2022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97명의 환자를 최대 19개월까지 추적 관찰한 중간 연구 결과 종양 감소를 보인 환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객관적 반응률(ORR)이 100%였다. 그 중 표적 종양이 모두 제거된 환자 비율(CR)은 76.3%, 표적 병변이 30% 이상 감소된 환자의 비율(PR)은 23.7%로 나타났다.

테라스피어를 활용한 관련 연구에 참여한 현동호 교수는 “효과 지속 시간이 길고 치료 횟수를 줄이는데 특장점이 있는 방사선색전술을 중기 및 말기뿐만 아니라 초기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커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테라스피어는 동맥경유 방사선색전술에 사용되는 간종양 치료기기로 방사선 동위원소인 이트륨(Yttrium-90)을 담은 미립구로 이뤄져 있다. 환자 대퇴동맥을 따라 삽입된 카테터를 통해 간동맥으로 주입돼 종양을 괴사시켜 간암을 치료한다.

현 교수는 “쉽게 말해 작은 구슬 형태의 미립구 하나하나가 국소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적”이라며 “의료진과 환자 방사선 영향도 최소화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 다학제로 환자 선택권 중요 시대 속 최적 방침 제시

한편 삼성서울병원 간암센터는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이식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간암 치료에 있어 다양한 전문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팀을 운영해 오고 있다. 각 과가 긴밀하게 협업해 환자 상태를 종합 평가하고, 치료 전략을 수립한다.

특히 영상의학과가 참여해 영상 기반 진단과 혈관조영 분석을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긴밀하게 진단하고, 방사선색전술 등 최소침습적 치료에도 강점을 가진다.

강원석 교수는 “치료방침이 결정이 어려운 중증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대면 다학제 진료도 시행한다는 점을 주목해주실 바란다”고 밝혔다. 환자 및 보호자와 해당 진료과의 여러 전문의가 함께 모여 최적의 치료방침을 논의하는 시스템으로, 한 번의 방문 진료로 치료법을 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현동호 교수는 “간세포암은 단일 질환처럼 보여도 매우 이질적인 특성을 가지므로, 복잡한 조건 속에서 최적의 치료를 끌어내는 것이 다학제 진료의 진정한 가치”라며 “환자의 선택권이 중요한 시대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강원석 교수는 “한 사람의 명의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하나의 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환자 만족도는 물론이고 실제 생존률 향상으로 이어진다”며 “현재는 의정사태로 인해 현실적인 부분과 한계점도 분명한 상황에 있지만,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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