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디지털 의료기기 강국 도약’ 첫걸음

[의학신문·일간보사]

이남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전국장
이남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전국장

디지털헬스산업은 국민건강 증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헬스산업의 잠재력은 시장 규모의 성장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헬스산업은 2020년 약 182조원에서 연평균 18.8% 성장해 2027년 약 6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의료기기 시장은 2020년 3244억원에서 2023년 4099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의료기기 중 디지털의료기기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7.8%에서 12.6%로 확대되었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반 디지털의료기기 수출은 같은 기간 20만달러에서 1700만 달러로, 연평균 311.7%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국내 디지털의료기기 제조 규모는 수입의 약 5배에 달해, IT 강국이자 높은 의료기술 수준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 주자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디지털의료기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지원하고 안전성을 담보할 제도적 기반이 필수적이다.

기존 의료기기 규제는 전통적 의미의 하드웨어에 적합한 시판 전 관리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및 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과 융합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신속한 새 규제 프레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2025년 새해, 대한민국의 의료기기산업이 또 한 번 도약을 준비한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의료제품에 대해 단일법으로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1월부터 본격 시행되며, AI·로봇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의료기기의 허가, 관리 전반에 대한 법적 토대가 새롭게 마련된다. 이번 법 제정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식약처와 산업계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건의료산업 전반의 디지털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주요 내용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의료기기가 의료현장에 신속하고 안전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기존 의료기기법의 한계를 보완하며, 디지털 의료기기 특성을 고려하여 보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규제를 설계하고자 제정되었다.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철저히 평가하여 국민의 제품 신뢰도를 높이고, 현장의 자율책임은 제고하되 합리적인 규제로 신속한 제품화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먼저 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수명주기가 짧고, 기능이 자유롭게 융합되는 디지털의료제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유연한 제품분류체계를 도입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성능별 안전성과 유효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차별화된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으로 제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허가시 ‘소프트웨어 타당성 검증’ 심사를 위한 제출자료를 명확하게 규정하여 규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프트웨어의 적응증별 임상시험 등 평가를 실시한다.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의 경우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으로 관리되던 것에서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명확하게 반영하고, 나아가 인공지능 기계학습 디지털의료기기의 특성을 고려한 특별 요구사항을 추가로 심사한다. 또한 해킹, 컴퓨터 바이러스, 논리·메일폭탄 등의 전자적 침해행위에 대응하는 관리체계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할 의무를 신설하였다.

마지막으로, 안전성·유효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 불합리한 허가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의 자율책임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제품의 신속한 시장진입을 지원하고, 환자의 치료 기회를 보장토록 할 예정이다.

허가심사에 있어서는 동일한 적응증을 가지는 센서나 알고리즘 등에 대하여 임상적 평가를 실시할 경우 이를 활용한 제품은 성능평가만으로 허가하는 ‘구성요소 성능평가’, AI 의료기기의 관리 계획 범위 내 변경은 보고만으로 처리하는 ‘변경 관리 계획’, 규제 역량이 뛰어난 기업에 인증을 부여하여 일부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시판 후 실사용 성능 모니터링 등으로 자율책임을 강화하는 ‘우수 관리체계 인증’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또한 인체에 접촉하지 않는 데이터를 이용한 임상시험 등 제조관리의 경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의 심사 단위인 품목군을 64개에서 8개로 간소화한다.

제조관리에 있어서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신속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심사를 도입하고, 품질관리심사기관과 지방청 등을 통해 이루어지던 합동 심사를 폐지하고, 디지털 의료기기 전문 위탁기관에서 단독으로 심사할 예정이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혁신적인 기술을 빠르게 의료 현장에 도입하면서도 안정성과 품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설계되었다. 특히, 이번 법은 기존의 전통적인 의료기기 관리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려웠던 디지털 기술의 특수성을 반영해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식약처는 이번 법 시행을 통해 안전성과 혁신의 균형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 디지털 의료기기 강국으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삼고자 한다. 특히 영세한 디지털 의료기기 업체가 새로운 규제체계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규제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실증 지원과 맞춤형 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국제 규제당국과 협력을 추진하여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식약처는 법 시행 이후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제도 운영의 미비점을 신속히 보완하여 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헬스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이번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은 대한민국이 디지털 의료기기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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