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종-2차기관 연계 의료전달체계 개선 속도 낼듯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 비급여‧실손보험 재정비 기대
<정부 의료개혁 방향과 과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비상계엄 추진 후 국회 탄핵안 의결로 직무 정지되면서 한 해 동안 추진돼온 ‘윤석열표 의료개혁’도 추진동력을 잃고 멈춰 있다.

의대정원 증원을 비롯해 대다수의 정책들이 파기 또는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모든 정책을 무위로 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의료악법’이라고 비판받는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여러 현안은 의료계 환경 개선 방안으로 출발한 내용이 많아 전면 폐기보다 어쩔 수 없이 의료계가 수습해야할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본지는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의료개혁특위를 거쳐 그동안 추진돼 온 정부 의료정책을 둘러보았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지난해 의정이 운영해온 ‘의료현안협의체’부터 꾸준히 언급돼 필수정책패키지-의료개혁특위, 8월 의료인력전문위 공개토론회까지 이어져 마련돼 온 정책이다.

의료계와 정부는 전공의를 ‘피교육자’로 보고 재정지원‧기준 확립 등 수련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점에 대해 방향은 같았으나, 수련환경 개선의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세부 정책으로 구현되지는 않아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부분적으로는 현재 올해 9월부터 시작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전제조건으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병원에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한 상급종병은 전공의 전용 업무공간과 연차별 수련프로그램 세분화, 학술대회‧콘퍼런스 참석지원, 의학시뮬레이션 임상술기 실습, 전공의 교육위원회 등 지도전문의 역할, 전문의-전공의 집중교육 관리‧감독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병원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전공의 수련 교육을 유지할지, 상급종병 외 종별(종합병원, 병원 등)에서의 전공의 수련을 어떻게 할지 등 내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올해 의료개혁특위가 제시해 47개 모든 상급종병이 참여하고 있는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어떻게 관리할 지도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정부는 1차 의료개혁안으로 ‘상급종병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실시했으며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목표로 △병상감축 계획 △전공의 연속근무 시범사업 참여(미참여 기관은 신규신청) △구조전환 이행계획(2025년) 등 수립요건을 제시해 올해 9월부터 3년간 지원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에도 이미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강화 대책들을 착실히 추진하되,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키겠다고 추진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 제안사업이 의료개혁특위에서 나온 만큼 내년 지원사업 유지 여부부터 도마 위에 올라 갈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상종 중증도를 높이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급하게 시행될 때 수도권 병원 환자 쏠림으로 인한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유지하더라도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인력 수급추계(의대증원 사태 수습)= 윤석열 대통령이 복지부‧교육부를 통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의대증원 2000명(2025년 1509명)’에 대한 수습이 가장 큰 과제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2025년도 의대증원 백지화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해야한다는데 목소리가 모이는데, 이를 위한 구체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도래할 2026년도 의대정원은 물론, 앞으로 의사 등 의료인력에 대한 증감을 위한 과학적‧합리적 근거 마련을 위한 논의기구 마련이 시급하다.

올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이 과학적‧합리적 근거 없는 의대정원 증원 강행인 만큼, 이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까지 납득할 수 있는 논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내용을 담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강선우‧김윤 의원 각각 대표발의)’ 등 관련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특히 강선우 의원안 부칙 특례조항에는 ‘정원 감원’ 근거도 명시돼 있다.

다만 앞서 다른 의사결정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무력하게 의대증원을 통과시킨 가운데 정부 논의기구에 대한 추락한 신뢰감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11월 14일 제7차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회의.
11월 14일 제7차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회의.

◆의료사고 안전망구축(의료사고특례법)= 의료계에서 주장한 ‘의료사고특례법’ 추진을 수용했지만 ‘의료분쟁조정 정책’으로 흡수통합된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방안도 중요한 정책과제로 남았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을 담은 ‘의료사고특례법’ 추진에 대해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와 논의가 필수적이며, 특례법 추진과 함께 나온 ‘(가칭)환자 대변인제’‧‘옴브즈만(모니터링 기구)’ 등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역시 환자단체에서는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의료사고 보험‧공제 기반 민사소송 및 고액 배상 부담 완화 등 내용을 담은 ‘종합보험 공제(책임보험 의무가입, 안전공제회 설립)’ 도입에 대해서는 그 문제점 역시 지적되고 있어 해소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필수의료 보상체계, 비급여‧실손보험 관리= 복지부는 지난해 1월 필수의료지원대책을 비롯해 필수의료정책패키지(2024년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월) 등을 발표하면서 필수의료 지원 추진 방안을 공개했으며, 일부 필수의료 정책수가는 이미 적용된 상황이다.

또한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이 올해 8월 발표한 필수의료 보상체계 논의에서는 ‘행위별 수가체계 불균형 혁신’을 통해 저평가 보상을 높이고 고평가 보상을 낮추는 방향으로 수가체계를 개선한다고 밝혔으며, 1000개의 중증수술을 우선 인상하는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비급여‧실손보험 관리의 경우 의료사고안전망 구축과 함께 2차 의료개혁안을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공청회 등 모든 일정이 미뤄진 상황이다.

정부도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한 내용까지는 일단 마무리를 짓자며 정책 추진을 맺음하려는 입장인데, 여기에 대통령 계엄선포 이후 참여를 중지한 병원계‧의료계의 참여가 이뤄진다면 연초 논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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