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추진방안 공개…협력병원 연계 · 의료질 중심 · 전공의 수련강화 등
3년간 연 3조3000억원씩 투자…2028년까지 10조+α 건보재정과 별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정부가 상급종병의 중증진료 비중을 7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진료협력병원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내용을 담은 ‘구조전환’ 사업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개최하고 2024년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9월 27일)에서 보고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의료개혁추진단 정경실 단장<사진>은 “지난 7월 11일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후에 의료현장, 전문가, 학회 간담회 등 21차례의 의견 수렴을 거쳐서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며 “어제(27일) 건정심에서 보고하고 오늘 중대본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상급종병 구조전환의 목표는 중증·응급·희귀 질환 중심으로 진료하는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확립하고,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하던 관행을 개선하고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해 임상과 수련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상급종병에 대한 ▲중증진료 비중 강화 ▲진료협력병원 협력 강화 ▲의료 질 개선 집중 ▲중증·응급환자에 적합한 인력구조 전환 ▲전공의 수련강화 등이다.
정부는 상급종병이 중증·응급·희귀 질환에 집중하도록 진료 구조를 전환해 중증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간다.
다만, 병원별로 현재 중증 비중이 상이한 점을 감안 70% 상향을 목표로 하되, 중증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중증환자 비중 상향 목표에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상급종병이 여건에 맞춰 안정적으로 중증 비중을 상향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현행 중증 분류기준의 한계로 인해 상급종병에서 진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중증으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도록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는 중증으로 간주하는 예외기준을 신설한다.
현행의 중증 분류는 상병에 따른 수술과 시술 종류를 기준으로 중증인 전문진료질병군, 중등증인 일반진료질병군, 경증인 단순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같은 상병을 앓더라도 연령이 높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합병증 우려 등으로 2차급 이하 병원에서는 진료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증으로 간주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분류체계 한계를 고려 이번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는 2차급 진료협력병원에서 의뢰된 환자와 중증·응급 상태로 응급실을 경유해 입원한 환자, 중증·소아환자 등은 현행 분류체계상 중증이 아니더라도 중증환자로 간주한다.
궁극적으로는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단순히 상병기준이 아닌 연령, 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기준으로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간다. 이를 위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가칭 중증 분류체계 혁신 T/F를 구성하고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정경실 단장은 “상급종병이 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진료과목 간 균형이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도록 과목별 환자 비중 등을 세밀하게 살피고 그 범위 안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통해 상급종병이 중증 중심으로 전환하면서도 종합의료기관으로서의 전체적인 역량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상급종병과 진료협력병원 간 협력’은 상급종병이 진료협력병원과 연계해 시범사업을 참여토록 하고, 권역 내의 진료협력을 강화할 수록 지원의 수준을 확대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의료 회송의 틀을 대폭 개선한 전문 의뢰·회송 제도로 전환하는 것으로, 권역의 진료협력병원 간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을 바탕으로 진료기록 등 환자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패스트트랙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문의료제를 마련하고 강화한다.
권역 내 진료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지역 환자를 회송하는 등 권역 간 진료협력이 필요한 상황도 감안해 권역 외의 상급종병 간의 진료협력도 지원한다.
‘상급종병 의료 질 개선’은 과도한 병상과 진료량 확장보다는 의료 질 개선에 집중하도록 방향을 전환하는 내용이다.
지역과 병상 수준에 따라 5~15% 수준의 일반 병상을 축소하며, 다만어린이병상, 응급병상 등은 축소되지 않도록 경증 진료는 줄이되 필수적인 진료 기능은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상급종병 인력구조 전환’은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적합한 인력구조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상급종병이 전체적인 진료 규모를 축소하고 응급 ·중증 진료에 집중해 인력 감축 없이 현행의 인력 고용을 유지하면서 전문의, 간호사 등의 팀 진료를 통해 인력 운용을 효율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전공의 수련체계 개선’은 전공의가 수련생으로서 의미 있는 수련을 할 수 있도록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며, 다기관 협력 수련의 모델을 통해 전공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춰 나간다.
정 단장은 전공의 수련 개선에 대해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전공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를 통해 상급종병은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전공의는 수련생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상급종병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연간 3조 3000억원, 3년간 총 10조원의 건강보험을 지원한다. 이는 기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투자와는 별개로 추가로 지원하는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30만원, 그리고 2인실에서 4인실까지의 입원료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7만5000원을 가산해 총 6700억원을 지원한다.
저평가된 중증수술 수가 인상을 위해 상급종병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약 910개의 수술 수가와 이런 수술에 수반되는 마취료를 50% 수준으로 인상 총 3500억원을 지원한다.
정 단장은 “지난 8월 30일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통해 금년 중 800여 개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약 3000개의 저보상된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라며 “두경부암, 소화기암 등 중증 암 수술과 심장 수술, 뇌혈관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수술, 응급수술 비율이 높고 수술 후에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높은 수술 등이 그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상급종병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병원부터 적용하고, 종합병원 이상으로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약 7개월에 이르는 비상진료 운영을 통해 중증·응급진료에 효과가 있었던 비상진료 지원 항목은 상급종병 구조전환 지원수가로 반영하고, 향후 제도화해 나간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과 응급의료센터 내원 후 24시간 이내 중증·응급수술 가산 1500억원, 24시간 진료 지원 7300억 원, 전담 전문의 중환자실과... 전담 전문의의 중환자실과 입원환자 관리료 3000억원 등이 그 대상이다.
재정투입은 3조 3000억원의 지원 규모 중 30%에 해당하는 성과 평가를 거쳐서 지원한다. 이는 현행의 행위별 수가의 한계에서 벗어나 성과를 달성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불 방식의 투자를 강화하는 개념이다.
병상 감축 이행 성과, 적합 질환 환자 진료비 중 진료협력 실적 등을 고려해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하며, 성과 평가에 따른 지원을 통해 상급종병 구조전환 유인을 강화해 나간다.
상급종병에 지원하는 수가가 인상되더라도 비상진료 기간 중에는 환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은 없으며, 비상진료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중증환자가 더 부담하지 않도록 추진한다.
이번 구조전환 시범사업은 10월 2일부터 사업을 본격화해 의료기관으로부터 신청 접수를 받고, 의료기관별로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청하도록 12월 말 이후까지 충분한 신청기간을 두고 운영한다.
수가 지원은 병상 감축을 확인한 뒤에 지원하며, 성과지표에 따른 지원은 올해 준비를 거쳐서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적을 평가해 2026년 지급받을 수 있다.
정경실 단장은 “상급종병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비상진료체계의 시행을 계기로 그간 왜곡된 의료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혁신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중간 과정”이라며 “바람직한 전달체계 확립이라는 변화를 유도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로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계속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