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지원·기준확립’ 역할 강조됐지만, 수련개선 개선책은 제각각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바탕으로 의견수렴해 의개특위 개혁방안 반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토론회에서 ‘피교육자 신분’에 대한 입장이 모인 가운데, 정부 재정지원과 기준확립이 중요하다는 데 의료계 의견이 모였다.
다만, 수련정책의 방법론적 측면에서는 세세하게 결이 달라 결국 이를 결정하고 수행할 정부에 기대·우려가 집중되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의료인력 전문위원회가 주관한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 주제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확인됐다.
이날 전문가 토론에서는 정부와 참여한 의료계 모두 전공의 수련 내실화 필요성과 정부의 재정투입에 대해 공감했으며, 이를 전제로 한 의견이 개진됐다.
발제를 맡은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현행 인턴제의 수련 현황과 전공의 대상 수련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등을 소개하며 전공의 수련이 보다 내실화 되기 위해서는 수련 프로그램 내용, 지도전문의 역할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산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든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공의 다수(약 70%)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받은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현황(약 50%)을 토대로 지역·공공의료 현장에서의 다양한 수련 필요성과, 실제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운영을 위한 수련 프로그램, 재정 지원 등 고려 필요사항을 발표했다.
이후 전문가 토론에서는 의료계 전문가들이 다수 패널로 참여해 수련 내실화 방안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전공의를 피교육자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현재 노동자 역할이 지나치게 높고, 피교육자로서의 역할이 낮은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내과를 기준으로 수련병원의 새로운 진료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수련이사는 “현재 입원전담의에 의해 운영되는 통합내과 규모가 확대돼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입원환자 진료를 보는 체계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 진료시스템에 전공의가 배치돼 수련을 받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전공의 교육전담트랙을 별도로 만들어 수련을 위해 배치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도 입원전담전문의 체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하는데, 현행관리료 수가의 2배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 전공의 역량에 대한 정확한 구조화가 필요하고, 당연히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 전공의 및 지도전문의 인건비나 행정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다기관협력 수련체계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라도 전공의 인건비를 정부가 지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재균 전남의대 교수도 “전공의들은 피교육자로 일을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수당에 대한 보존을 반드시 해줘야한다”고 전제하면서 “저희(전남대병원)도 목포-순천-여수 등 지역 병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데 전공의 교육 환경이 너무 좋지 않다. 이를 위한 거버넌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훈련기관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신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수련이사는 “언뜻 취지는 좋아보이나 수련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다소 회의적이다”며 “만일 이 제도가 각 전문과목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전문학회 의견수렴 없이 일률적으로 도입된다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윤신원 이사는 그러면서 “전공의에 대해 의료사고·분쟁에서 어느정도 안전망이 확립돼야 하고, 각 전문과목별 전공의 수련에 적합한 협력병원 선정·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협력병원 지도전문의와 모병원 간 유기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우선 하면서 충분한 기간동안 시범사업을 진행해 가며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전공의 수련내실화를 위해 크게 △전공의 국가책임제 강화 △통합수련 네트워크체계 △의료전달체계 정비 속 상급대형병원(상급종병) 구조조정으로 경증질환배제-중증질환강화 △학회와 함께 진료 범위 분류를 통한 전문의의 개원 억제 △지역공공병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조승연 의료원장은 특히 “지역공공병원들이 수련을 시키고 사람을 키워낼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네트워크 수련은 거의 불가능하다. 민간병원은 표준화가 어려워 어느나라에서도 공공병원이 중심으로 민간병원 특징을 일부 녹이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라며 “공공병원이 지금처럼 월급도 못 주도록 만든 상태에서 민간병원을 강화해도 국가가 원하는 시스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현재 전공의 수련과정에서는 3차병원 환경에만 최적화된 전문의들이 길러지면서 1차, 2차병원에서 근무하면 환자 진료가 제대로 안 된다는 괴리를 느끼며 자괴감을 느끼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다양한 전문의가 근무하는 다양한 진료환경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도록 공동수련환경(다기관 협력체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공동수련제도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로 준비할 것이 많다”며 “전공의들이 매번 옮겨야할 주거지 문제, 병원별 다른 프로그램으로 주는 역할이 다르다. 여기에는 적어도 연차별로 담당하는 환자수, 응급실 근무 횟수 등을 강제적 규정으로 정해 표준화된 프로그램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요건을 설명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인턴제 개편, 지도전문의 지원, 수련환경 개선 등 전공의 수련 내실화와 정부의 지원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수련 과정에서의 다양한 환자군 진료 경험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 협력기관의 수련의 질을 잘 관리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윤석준 의료인력 전문위원장은 “전공의 수련 내실화 필요성에 대해 의료인력 전문위원회와, 토론회에 참여해주신 대한의학회 및 수련 현장의 전문가들 모두 공감대가 있었다”며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을 가다듬어, 향후 개최할 의료개혁특위에서 개혁방안에 포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