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의연, 복지부 법률관계 정리문서 반박…하반기 지원자 늘려 전공의 단합 저해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전공의 동의 없이 6월 강제사직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정부의 사직처리에 대한 해석과 9월 전공의 모집이 내부분열을 유도한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바의연)는 1일 ‘전공의를 부당하게 압박하는 보건복지부의 법률 적용과 편법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발표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바의연은 이번 분석을 통해 각 수련병원에 공문으로 발송된 ‘전공의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관계 정리’ 문서를 확인하면서 “오류와 허위 사실로 가득하다. 복지부가 잘못된 법률을 적용하고 편법을 동원해 전공의를 압박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바의연에 따르면 복지부는 해당 문서에서 민법 659조를 근거로 수련병원과 3년 초과 계약을 맺은 전공의는 "고용 기간이 3년이 지나야 계약해지 통고가 가능하며 효력 발생 시점도 3개월 뒤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바의연은 이에 대해 “고용계약과 근로계약은 법적으로 구분된 개념이다. 복지부가 든 민법 659조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프리랜서 등에 대한 고용계약에 해당하는 조항”이라며 “그러나 전공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근로자는 계약 체결 1년 경과 후 언제든지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1년 계약을 맺은 전공의가 계약종료 1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갱신거절을 할 수 없고, 근로자가 거부해도 강제로 자동갱신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허위사실이라고 반론했다.

바의연은 “계약만료와 사직은 법적으로 구분되는 개념이다. 대법원 판례(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에 따르면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그 기간이 만료돼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며,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근로기준법상 사업주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30일전 서면으로 통지해야한다는 법적 의무가 있지만, 근로자는 그러한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약 계약서 상에 ‘근로자가 계약갱신을 거절하려면 1개월 이전에 통고해야 한다’고 약정했더라도, 근로자에게는 계약갱신 거절 의사를 사전에 통보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고, 이러한 내용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제하는 약정이므로 근로기준법 제15조에 따라 근로자에게 불리한 계약 조항(예: 1개월 전 갱신거절 통보 의무)은 무효라는 설명이다.

또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계약을 강제로 갱신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자유계약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으며, 강제노동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로자가 계약만료 시점에 갱신을 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며, 이를 제한하는 계약조항이나 관행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석했다.

바의연은 이와 함께 수련 병원에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는데에는 복지부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바의연은 “이런 오류와 허위사실을 수련병원에 보낸 이유는 사직한 전공의를 6월로 퇴직 처리하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라며, 2월이 아닌 6월로 사직 처리해야 정부가 바라는 대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가 늘어난다고 보았다.

2월로 사직 처리되면 하반기 모집 지원자가 현저히 감소하는 반면, 6월로 사직 처리하면 규정상 동일 과목·연차에 지원할 수 있는 시기가 빨라도 내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이는 정부가 이 규정을 이번에만 한시적으로 바꾸겠다고 한 만큼 동일 과목·연차 근무를 바라는 전공의들의 하반기 모집 지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의연은 정부가 하반기 모집 수요를 키우는 것이 전공의 분열을 유발해 이들의 단합을 저해하려는 의도”라며 ”만약 사직한 전공의가 다른 병원 인기과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거나 지방에서 수련받던 전공의가 사직 후 수도권과 빅5 병원에 동일 과목·연차로 지원하면 전공의 내부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전공의들이 원하는 2월 사직서 수리를 할 계획이라면, 지금까지 시간을 끌고 있을 이유가 없으므로, 수련 병원장들이 수리하겠다는 사표는 6월로 작성된 사직서이거나 6월 강제 퇴직 처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공의 본인의 동의 없이 6월로 강제 사직 또는 퇴직 처리가 진행된다면,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의한 행정처분과 업무방해로 인한 구상권 청구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므로, 대규모 소송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의연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전혀 없이 대한민국 의료를 파국으로 몰고갈 정책을 강행하며 전공의들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정부의 행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공의들을 굴복시켜 마침내 모든 의사들을 힘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의료정책이 추진되면 의사에게 있어 자유와 소신은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킬 의사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대한민국 의료의 파멸을 막을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무리한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