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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경영자에게 드리는 제안

필자는 과거 10년간 병원을 대상으로는 경영컨설팅을, 제약회사를 대상으로는 영업전략 컨설팅을 수행했다. 필자가 수행한 제약회사 영업전략 컨설팅의 주제는 100% '리베이트 없이 영업을 잘하는 전략과 전술'정도로 요약할 수 있으니 오해가 없길 바라며, 이번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의 발표를 바라보며, 느낀 여러 소감이 있어 숙고 끝에 기고하기로 했다.

노환규 회장의 금번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의사 접촉자제 요청'은 쌍벌제에 대한 의사들의 공식적 최초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의사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 싣기로 하고, 먼저 제약회사 경영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을 먼저 정리하였다.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2월 20일 이사장단회의에서 '제약 기업 정보전달(MR)의 정상적 영업, 마케팅활동 즉 제품의 약효, 약리작용, 적응증, 용법 등 정확한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이같은 정당한 마케팅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는 영업사원의 고유역할과 사회적 순기능을 재확인하였다고 생각한다. 이는 원칙의 확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발표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에 걸맞은 행동과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누가 그러한 행동과 조치를 할 것인가?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제약회사의 '경영자'다. 행동과 조치는 협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협회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뿐 이에 대한 실행은 각 제약회사에 달렸다. 또한 이는 일개 영업사원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회사의 방침을 수행하는 사람일 뿐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약회사 경영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과거 리베이트를 제공한 영업사원이나 의사는 개인이지만, 이를 조직적으로 정책적으로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치열한 경쟁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말은 인정되나 앞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궁색한 변명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제약회사 경영자 역시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실행을 못했는가? 그 이유는 내가 아닌 다른 회사가 여전히 구태를 유지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이유가 컸다. 또한 의사의 협조도 필요했었다. 지금은 그런 면에서 리베이트 근절 구조조정의 최적기라 생각한다.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 이번 기회를 활용하고자 하는 제약회사 경영자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제안 1] 예산통제: 경계는 애매하지만 불법적인 리베이트, 변형리베이트 예산을 당장 0원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라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곧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자”라는 인식이 팽배한 이상 변화관리는 불가능하다.

변화관리의 최고권이자 존 코터 교수는 ‘변화관리 7단계설’에서 제1단계를 '위기감의 조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산의 통제는 전략실행과 메시지 전달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그러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영업사원이나 팀의 실적을 나무라지 않겠다는 약속도 함께 포함되는 것이다. 1·2차 세계대전이 현대 과학문명의 지대한 영향을 미친것과 같이 비상 전시 상황을 만들어야 뛰어난 인재들의 타개책이 나올 것이다.

판매관리비 비용의 절감분은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사업다각화를 위한 비용, 해외사업 진출, 직원 역량 강화 교육비로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안 2] 비전의 공유와 직무 교육의 강화: 여전히 과거의 구태에 젖은 사람은 조직에 있기 마련이다. 이번 현상이 일시적 현상이라 운운하면서 매출을 올리려면 여전히 리베이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대 세력이 조직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한 경영자의 의지가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움은 자명하다. 제대로 된 전략실행이 될 수 없다.

영업이사와 각 지역 팀장, 영업사원들에게 회사의 방침을 정확하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이러한 조치가 전략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느 정도의 강력한 의지가 있는지 이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것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비전의 제시는 경영자의 제1책무다. 이 방법은 안된다고 말하는 경영자는 다른 방법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환경변화에 걸맞은 ‘신영업교본’을 만들 때다.

아울러 현재의 구성원이 과거의 방식에 젖어서 새로운 방식의 영업을 희망하지만 익숙하지 않고 몰라서 과거 방법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럴 때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직무교육을 시도할 때다. PM의 제품설명회 기획 능력, 리베이트 없이 잘 할 수 있는 영업역량, 영업지원팀의 각종 시장분석, 임상시험 설계 능력 등은 1년에 50시간 이상씩 추가되어 실시할 것을 권장한다.

[제안 3] 승진 기준, 성과평가기준, 신입사원 기준의 변경: 경기의 규칙이 바뀌면 훈련의 방식이 바뀌고, 선수 선발의 기준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의 방식으로 성과를 낸 사람을 회사에서 인정해주는 관행이 있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이 변화하기 어렵다.

인사 조치는 경영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강력한 도구다. 백마디 말보다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어느 한 외국계 제약회사는 최근 제품설명회 발표내용 중 '의사처방과 관계없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해당 PM의 권고사직은 물론 상위 책임자(이사급)까지 권고사직을 하는 사례를 본 일 있다. 이러한 경영자의 조치가 한두 번 진행될수록 변화관리는 쉬워질 것이다.

[제안 4] ‘클린 제약회사’ 실천 위한 내부준법감시팀 강화: 제약회사의 자구적 노력은 제도적 장치로 강제될 필요가 있다.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내부 법무팀을 더욱 강화하여 이들이 실적을 낼 수 있는 도와야 한다.

필자가 한 외국계 제약회사와의 경험이다. '특정 제품이 병원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문을 제출하였으나, 내부감사팀(medical review)의 검토 결과 '발표내용의 증거(evidence) 부족, 제품관계성 부족'을 이유로 1시간 강의에 80여 군데의 보강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잠시 연자로서 자존심이 상했지만, 올바른 방향이라는 생각으로 강의자료를 보강하기 시작하여 10번 정도의 재검토 끝에 승인을 받은 경험이 생각난다.

내부준법감시팀은 철저히 회사의 일선 조직과 분리되어 마치 외부 기관처럼 객관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자정 흐름은 외부에 공개적으로 소통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 '클린(Clean) 제약회사' 제도를 제안한다. 클린 제약회사란 리베이트성 예산을 100% 통제한 제약회사를 말하며, 의사들이 스스로 자정 공표하듯이 '클린 제약회사'를 선언하고, 기존 고객사나 미래 고객사에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회사를 말한다.

자정 노력은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럴수록 외부에 공개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누군가가 이러한 움직임을 만들면, 누군가가 따라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렇게 동참하지 않는 제약회사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의사들도 앞으로 고유의 처방권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클린 제약회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

[제안 5] 새로운 영업전략의 준비와 실행: 작금의 혼란으로 가장 고통 받는 직원은 아마도 일선에 있는 영업사원과 팀장이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으며, 마땅한 대안도 없다. 지금까지 익숙한 방법은 앞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제약회사 경영자들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업전략을 쥐어줘야 한다. ‘리베이트는 안 되니까, 앞으로는 알아서 해봐’라는 식의 경영소통은 실행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전략은 자사 상품의 재조명과 시장흐름을 반영한 혁신적인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대형거래처 의존율이 높은 제약회사는 소액거래처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가지고 있는 제약회사는 이 사업에 집중하거나 해외 진출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팀장들에게는 MR들을 어떻게 독려하고 지도해야 할지를 분명히 알려줘야 하며, MR들은 학술적 디테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 방법과 타깃을 제시해야 한다. PM들이 제품 설명회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수행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현대의 조직은 각 해당 분야에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존재한다. 조직은 사회 속에만 존재하는 사회의 기관이므로 사회 자체의 문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의든 아니든 매니지먼트는 자신의 조직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이 있다. 이것이 원칙이다. 여론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생길 사회적 악영향을 제거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필자가 교과서로 삼고 있는 경영학 석학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한 구절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내비게이션,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등의 매출이 연간 수십 %씩 격감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국민건강보험 재정악화 우려로 약제비통제를 통해 1400개에 달하던 제약회사가 20년만에 300여개로 줄어들었다. 과거는 잊어야 한다. 철저히 미래를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다.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그 시기를 인내하면 불나방 같은 회사들이 사라질 것이고, 곧 광명을 볼 것이라 확신한다.

<제원우 디씨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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