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회사들이 영업을 잘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영업팀장으로 시켜주는데 이는 잘못된 관행이다. 팀장에게 요구되는 역량 프로파일은 영업사원의 그것과 다르다. 팀장은 매니저이자 리더이다. 영업사원에게 고객은 의사라면, 팀장의 고객은 영업사원 그 자체다.
팀장이 영업을 잘 한다고, 스스로 조커처럼, 소방수처럼 소속 영업사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팀장이 있는데 이는 큰 잘못이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 되면 영업사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팀장에 대한 매출 의존율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회사에 손실이 있다.
팀장은 스스로 매출을 일으키지 않는다. 회사는 팀장을 소속팀의 매출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팀장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느냐’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팀장이 매출압박을 받을 때, 팀원들은 단기적 매출 상승 방법에 골몰하게 된다. 매출에 대한 압박은 영업사원들 스스로 가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업사원들은 팀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 영업팀장 뿐 아니라, 그 위의 부장, 이사 심지어는 사장까지 매출에 매달리는 기업을 보면 조금 당황스럽다. 매출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매니저들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과 원인에 집중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영업팀장이 회사에서 왜 존재하느냐? 당신의 사명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이 올바른 질문이다.

팀장은 영업사원을 감시 감독하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팀장은 영업사원들이 회사가 원하는 영업사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이를 위해 제약회사 영업팀장의 역할에 대해서 몇 가지 점검하고자 한다. 이러한 역할은 당연히 팀장의 선발 기준이자,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팀장은 팀원의 성장을 책임지는 사람= 팀원의 성장이란 단순한 매출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이직률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이는 회사입장에서 큰 손실이다. 팀장은 영업사원의 매출과 같은 정량적 요소뿐 아니라, 애사심, 영업역량, 전문지식, 기업정신, 팀워크와 같은 정성적 요소를 성장시키는 책임자다. 한 팀원이 한 팀장과 같이 일하는 기간은 길어야 3년이다. 회사는 영업사원을 1개월에서 1년 단위로 평가하는데 이런 매출 중심 평가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다름 아닌 팀장이란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해당 팀장을 거쳐간 사원들이 얼마나 회사에 오래 남아 있는가? 팀장을 거쳐간 사원들이 실제 팀장이 될 확률이 얼마나 높은가? 팀장을 거쳐간 사원들이 얼마나 애사심이 높고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요소들이 팀장의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매출과 영업사원의 성장이라는 가치가 배치될 때가 있다. 그럴 때, 팀장은 당연히 사람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책무이다. 그런 팀장 밑에서 일하는 영업사원이라면 스스로 매출에 대해서는 더 크게 보은할 것으로 기대한다.

◇팀장은 회사와 영업사원간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팀장은 회사의 방침과 전략을 현장에서 책임지는 사람이다. 모든 영업사원들이 전략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은 없다. 이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팀장은 회사의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영업사원들이 알아듣도록 구체적인 행동으로 번역하는 사람이다. 어떤 제약사 본사에서는 영업사원보다 팀장 설득이 더 어렵다는 현실을 목격한 바 있다. 영업사원들은 젊고 그래도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는 마음이 있지만, 팀장은 오랜 경험으로 인해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경향 때문이다. 본사는 전략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일부 팀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략은 집중이란 뜻으로,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그럴 때 팀장이 필요하다. 팀장은 팀원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만, 회사를 대변해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수호자가 되어야지, 정반대로 본사의 전략을 무시한 채 독불장군처럼 매출로만 모든 것을 말하려 해서는 안 된다. 또한 팀장은 현장의 이야기를 본사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승진을 하려면 본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된다든가, 쓴소리 해봤자 큰 변화가 없다는 식으로 소통을 그만 두면 안된다. 많은 회사의 영업팀장은 PM이나 영업지원정책 팀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소속 팀원들과 스스럼없이 본사를 비난하기도 하는데 이는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누가 회사가 잘 안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겠는가? 영업팀장이 회사의 정책을 정확하게 이해를 못했거나, 자신이 회사에 현장의 소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탓이다.

◇팀장은 지역의 최고 책임자= 대부분의 회사들은 영업조직을 지역단위로 팀을 구성하는데, 영업사원이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기간은 길지 않다. 많은 의사들은 영업사원들이 자꾸 바뀌는 부분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만나는 사이일수록 표면적인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팀장은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팀장의 지역 배치는 신중해야 하며, 평균적인 팀원 재배치 기간보다 길어야 한다. 팀장은 해당 지역에 어떤 영업사원이 배치되더라도 연속선상에서 꾸준히 회사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 지역 고객들과 꾸준한 유대관계를 형성시켜야 함은 물론, 새롭게 배치 받은 영업사원에게 과거의 스토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미래를 위해 잘 기록하게 해야 한다.

<제원우 디씨젼 대표>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