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우승 및 쓰러진 노인 CPR로 소생 등 눈부신 테니스 인생
중앙대광명병원 간담췌외과 황지웅 교수 “테니스로 체력·정신력 함께 다져”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에서 아빠 직업을 조사 한 적이 있는데, ‘테니스 의사’라고 썼을 때 한참 웃었죠. 병원과 테니스코트를 매일 가는걸 보고, 어린 눈에는 그게 직업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중앙대광명병원 간담췌외과 황지웅 교수<사진>는 환자들의 간·췌장·담관·담낭 등에 생긴 암을 복강경·로봇수술을 통해 치료하고 삶을 되찾아주고 있는 내외부적으로 인정받는 서전이다. 하지만 퇴근 후엔 라켓을 든 의사, ‘테니스 의사’로 변신하는 열정적인 운동선수다.

체력에서 시작된 테니스, 생활의 습관이 되다

황 교수와 테니스와의 인연은 수술을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간담췌외과 수술은 평균 4~6시간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환자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체력 관리가 곧 수술 실력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에 그는 평생 할 만한 운동을 찾았지만, 군의관 시절 접한 수영과 골프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고, 서울시테니스의사회장인 김병천 교수의 권유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마침 살고있던 아파트 단지에 테니스장이 있어 접근성도 좋았고, 그렇게 시작한 테니스를 8년째 치고 있다.

황지웅 교수는 “라켓에 공이 딱! 맞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라며 “테니스는 단순히 체력을 유지하는 운동이 아니라, 제 일상 자체를 바꿔준 생활 습관이 됐다”라고 웃었다.

현재 황 교수는 저녁 약속이나 회식도 줄이고, 일주일에 3~4번,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매일 코트를 찾는다.

(왼쪽부터) 시합 중 공을 커트하려는 황지웅 교수, 황지웅 교수가 전매특허인 투핸드 백핸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합 중 공을 커트하려는 황지웅 교수, 황지웅 교수가 전매특허인 투핸드 백핸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롤모델을 닮은 강력한 백핸드, 우승으로

황지웅 교수의 롤모델은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다. 어려운 환경 극복, 가정적인 모습, 유머러스한 성격까지 배우고 싶은 점이 많지만, 황 교수의 주특기인 양손 백핸드(투백핸드)를 구사한다는 점이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양손 백핸드는 한 손으로 치는 포어핸드와 달리 대부분 선수들의 약점으로 꼽히지만, 황 교수는 이에 재미를 느끼며 강점으로 발전시켰다.

황 교수는 “새 기술을 배우고, 게임에서 써먹는 재미가 크다. 특히 양손 백핸드가 제 주특기인데, 복식 경기에서 파트너들이 좋아한다”라며 “상대가 백핸드 쪽으로 공을 보내도 내겐 오히려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의 백핸드는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양천구청장배 챌린저부문과 테니스 클럽 분기대회 2개 대회를 우승하는 쾌거를 이룬 것.

황 교수는 “첫 우승 때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라며 “교수가 된 다음에 성장이 정체됐다고 느꼈었는데, ‘내가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그때 성취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왼쪽부터)양천구청장배 대회 우승 후 기념사진, 우승 직후 기뻐하고 있는 황지웅 교수, 테니스클럽 우승 상품으로 받은 쌀을 들고 기념 촬영 중인 황 교수
(왼쪽부터)양천구청장배 대회 우승 후 기념사진, 우승 직후 기뻐하고 있는 황지웅 교수, 테니스클럽 우승 상품으로 받은 쌀을 들고 기념 촬영 중인 황 교수

테니스 클럽서, CPR로 노인생명 구해

또한 테니스는 그에게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의사로서의 정체성까지 다시금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최근 아파트 단지 대회에서 87세 회원이 경기 중 갑자기 쓰러진 사건이 발생한 것.

황지웅 교수는 “순간 심정지 상태였는데, 망설일 틈도 없이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제세동기를 붙여 CPR을 시행했다”라며 “10여 분 만에 맥박이 돌아왔고, 마침 119도 도착해서 응급실로 이송됐고, 며칠 뒤 무사히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황 교수는 “예전엔 CPR을 하고 소송을 당하는 사례들을 많이 봐서 ‘나는 개입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며 “그날은 외과 의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라고 덧붙였다.

평생 즐길 수 있는 운동 테니스

아울러 황지웅 교수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는 사람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테니스를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수술을 오래 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치기 쉽다”라며 “퇴근 후 코트에 서서 한두 시간 라켓을 휘두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시 리프레시가 돼서, 다음 날 환자를 만날 때 더 맑은 상태로 집중할 수 있다. 왜 더 일찍 안했을까 후회가 된다”라고 언급했다.

또 그는 “비싼 장비는 필요 없고, 라켓과 잘 맞는 신발만 있으면 충분하다”라며 “중요한 건 꾸준히 배우고, 함께할 동료를 찾는 것으로, 무엇보다 즐겁게 해야 오래 간다. 운동이든 음악이든 꾸준히 배울 거리가 있는 취미가 몸과 마음을 지켜줄 것”이라고 테니스를 권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황지웅 교수는 원래 좋아하는 취미는 주로 음악이라며 취미 부자로서 반전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 교수는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클라리넷, 비올라 등 악기를 취미로 연주하고 있다”라며“최근에는 재즈바에서 드럼 공연을 보고 드럼에 빠져서 드럼도 배우기 시작했는데 내 후년쯤 제법 치게 되면 ‘리듬타는 외과의사’로 다시 불러달라”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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