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 대다수 의과대학의 1학기 학사 일정이 6월 30일까지여서 ‘의대생 복귀 마지노선’도 오늘로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이대로 학칙을 적용한다면 올해 또 대량 유급자가 발생하여 내년도 의과대학 교육은 더블링을 넘어 ‘트리플링’ 상황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교육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대 재학생 1만 9475명 중 42.6%에 해당하는 8305명이 유급 대상자라고 한다.

참으로 끔직한 일이다. 의과대학 교육은 단순한 기능 인력을 배출하는 훈련소가 아니다. 그런데 늘어난 학생을 수용할 시설이나 실습재료, 가르칠 교수도 적절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명이 앉을자리에 두세 명이 앉아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니 대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상황이 이럴진대 지금은 코너에 몰린 학생들만 안달하는 분위기고, 사태를 극단으로 끌어 온 의사 지도부나 정부는 팔짱을 끼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물론 그동안 각 의과대학과 의학계는 정부에 유연성을 요구하며 학생들의 복귀를 독려해 왔었고, 정부 또한 여러 차례 유예 기간을 부여하며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들 입장에서는 내년도 의대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다고는 하지만, 의대증원 정책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논의 기구나 확실한 견제 수단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의대증원이 늘어난 대학 대부분이 정상적인 교육을 수행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것을 보고 마음을 돌리지 못한 측면이 크다.

이에 간극이 컸던 것인데,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까지 정치적인 격동을 겪는 과정에서 정부가 더 새로운 타협점이나 강력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적인 어려움도 있었다고 본다. 그 결과가 또 한 번의 대량 유급을 불러 온 셈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각 의과대학들이 갖춘 역량으로는 내년도에 입학할 새로운 신입생과 2024년, 그리고 2025년도에 입학했던 3개 학년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트리플링’ 교육은 그 어떤 특별대책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물론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이미 “확정된 유급이나 제적은 철회하거나 취소하지 않을 것”이며, “추가적인 학사유연화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 되는 일’을 놓고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것도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없다.
의대생 유급 문제는 의대생 개개인의 이해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과 국가의료의 백년대계가 걸린 문제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특례를 넘어 초법적인 비상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질적 수준을 갖춘 의사인력이 안정적으로 양성되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본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당장 7월, 8월 계절학기라도 개설하여 올해의 대규모 유급 사태와 내년도 트리플링은 막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본다.

다만 지금은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는 시기여서 정부 부처 간에도 책임의 주체가 애매해 보인다. 어찌보면 지금은 오로지 대통령의 시간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통치권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의료계가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의협이 앞장서 대통령실에 ‘의료를 놓치면 공공도, 국가도 무너진다’는 점을 설파하고, ‘무너진 의료를 회복시킨다’는 명제에서 대통령이 의대생들을 위한 학사 유연화 조치에 나설 줄 것을 요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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