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잡은 라켓, 척추 전문가 길까지 열어줘…습관‧삶이 된 테니스
부천성모병원 김상돈 교수 “건강 향상 및 인간관계의 즐거움 얻을 수 있어”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행복한 삶의 요건은 즐기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그 일을 누군가와 함께할 때 충족된다고 합니다. 또한 습관이 행복이라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제게는 테니스가 그렇습니다”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김상돈 교수<사진>는 병원 내에서 척추 질환자와 내원 환자는 물론 직원들의 미소까지 책임지고 있는 척주 명의이자 CS실장으로, 환자경험평가 경기도 1위, 전국 7위의 주역이다. 이와 동시에 부천성모병원의 ‘돈사마’로도 유명한 테니스코트의 자유로운 영혼이다.

김 교수가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은 것은 중학교 1학년이던 지난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은행에서 근무하던 아버지가 직장 테니스 대표 선수였고,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그를 데리고 다녔다. 우연히 라켓을 잡고 볼을 쳐 본 순간 테니스의 매력에 빠졌고, 이후 학교 특별활동과 동네 코트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취미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40년 부천성모병원 테니스 동호회‧부천지역주민 테니스 동호회‧고대의대 테니스 동아리 OB 모임‧신경외과 테니스 모임 등에서 활동하며 주 2~3회 즐기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테니스는 그의 삶 자체가 됐다.

(왼쪽 상단부터 우측으로)대한신경외과 테니스대회에 참가한 김상돈 교수, 부천시 지역테니스 동호인대회 단체전 3위 입상 후 회식자리에서 찍은 사진,&nbsp;신경외과내 척추전문의들 모임 테무친(테니스를 무지 좋아하는 친구들)과 야간 테니스 중,&nbsp;가톨릭대 총장배 테니스대회에 출전한 부천성모병원 테니스동호회 사진.
(왼쪽 상단부터 우측으로)대한신경외과 테니스대회에 참가한 김상돈 교수, 부천시 지역테니스 동호인대회 단체전 3위 입상 후 회식자리에서 찍은 사진, 신경외과내 척추전문의들 모임 테무친(테니스를 무지 좋아하는 친구들)과 야간 테니스 중, 가톨릭대 총장배 테니스대회에 출전한 부천성모병원 테니스동호회 사진.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스트레스 해소와 체력 향상, 라포 형성 등은 병원과 업무에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김상돈 교수는 “신경외과는 당직은 물론, 수술 시간도 길기 때문에 체력이 필요하다”며 “운동을 꾸준히 하니까 체력 유지도 되고, 항상 같이 해야 하는 테니스의 특성상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지역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만나고 있는데, 의사라는 직업이 좋은 게 함께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고마워해 준다”라며 “테니스를 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관절‧허리 등 안 좋은 주민을 보면 예약을 잡아주기도 하는데, 병원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미소지었다.

이처럼 테니스가 삶 그 자체인 그의 롤모델은 스위스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로 실력은 물론, 인간적이고 시크한 모습이 김상돈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 교수는 “테니스를 시크하게 이기려고 치는 것 같지 않다”며 “창의적인 플레이로 테니스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상대 선수와 볼 보이, 관중에 대한 배려 깊은 행동 등이 마음에 와닿는다”고 언급했다.

제주도에서 김상돈 교수가 테니스 실력을 뽐내고 있다
제주도에서 김상돈 교수가 테니스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강력한 플랫서브(무회전 서브)와 발리를 가지고, 전국의대 테니스대회서 16강에 오른 강자지만, 그의 플레이는 절대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중들이 감동할 만한 멋진 샷을 쳐내는 것이다.

김상돈 교수는 “테니스를, 스트레스받으면서 이기려고 칠 마음은 별로 없다”며 “원하는 멋진 샷이 몇 개 들어가는지, 특히 관중들이 박수를 쳐주는 샷을 성공시키는 게 목적이다. 파트너들은 별로 안 좋아할거다. 그 사람은 이겨야 하니까”라고 말한 그는 “그래도 교류전에서 병원 직원들이 와서 응원해 주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테니스가 척추 전문가로서 길 열어줘

수술 중인 김상돈 교수
수술 중인 김상돈 교수

이같이 자유로운 테니스를 즐기는 김 교수지만 척추 전문가가 된 데는 1년 차 전공의 김상돈의 승부욕이 운명을 결정지었다. 당시 테니스광으로 알려진 일본 아이치대부속병원 신경외과 나까가와 교수가 학회를 위해 방한했고, 의대에서 테니스부를 하고 있던 김 교수는 지도교수의 호출로 테니스를 함께 치게 됐다.

한참 혈기 왕성한 나이의 김 교수는 당연히 적당히 봐주는 법이 없이, 강 스매싱‧발리 등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펼쳤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나까가와 교수의 마음을 흔들었고, 이것이 인연이 돼, 방한 시는 물론이고, 미국 등 해외학회에 갈 때마다 테니스를 치게 됐고, 일본에서 1년간의 연수를 통해 척추 전문가로서 방향을 굳히게 됐다.

김상돈 교수는 “펠로우 1년을 마치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나까가와 교수가 ‘내 밑으로 오라’고 제안했다”며 “당시 펠로우 연수가 없어서 사직서를 내고 일본에 가서 1년 동안 척추에 대해 배웠다. 물론 테니스도 1년 동안 매주 쳐줬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일본에서도 이어진 테니스 생활에서, 그는 나까가와 교수의 둘째 사위던 도요타 부사장이 1년에 한 번 일본 신경외과 대가들을 나고야 도요타 공장 내 테니스코트로 초대하는 자리에 참석해, 그들과 테니스 경기는 물론 학술적 교류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중고라켓‧운동화면 OK…망설이지 말고 도전 GO

아울러 김상돈 교수는 중고라켓과 운동화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다며, 테니스 입문에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할 것을 권했다.

김 교수는 “초보는 굳이 비싼 라켓은 필요 없고, 중고 라켓과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며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짧은 시간 상당한 운동량을 통해 건강과 인간관계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상에 비슷한 일은 있어도 똑같은 일은 두 번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그런 만큼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즐거우리라 생각한다면 부딪히길 바란다. 습관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업무와의 시너지도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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