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신임 이사장 “국내 비만 질병인식 아쉬워...인식 개선에 총력”
비만약 급여와 비만 관리 국가개입 당위성 강조...“추후 사회적 비용 감소효과”
비만 기준 ‘BMI 25’ 양보 어렵다는 입장...“비만은 대사합병증을 기준으로 정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지난해 화제였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선 비만을 미용 관련으로 보는 인식이 높습니다. 이제 비만을 질병으로 보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비만관리를 위한 국가적 노력과 함께 비만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건강보험 적용도 이뤄져야 합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신임 이사장(사진,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최근 의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 이사장은 용운의학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비만 연구를 선도하는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50대 남자 절반은 비만 상태였다. 여자는 20대와 30대 등 젊은층 비만율이 전년 대비 큰폭으로 증가했다. 김 이사장은 “그럼에도 비만을 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지 않다”며 “인식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학회의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성인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 비만도 심각해지고 있는데 국가 대책이 별로 없다. 아직 음식섭취와 비만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인식이 아쉬운 편”이라며 “고도 비만 및 합병증 보유 환자는 적극 치료를 받도록, 그리고 관리가 필요한 비만 전 단계나 경도비만 환자(BMI 25kg/㎡~29kg/㎡)는 고도 비만(BMI 30kg/㎡ 이상)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대국민 교육을 종합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GLP-1계열 비만치료제는 혁신...식욕억제제에 비해 효과 높고 부작용 덜해"
GLP-1계열 약제는 지난해 ADC(항체약물접합제), AI와 함께 제약바이오업계를 관통한 키워드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GLP-1 수용체 작용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는 지난해를 강타한 대표적 비만치료제다. 체질량지수(BMI) 30kg/㎡이상 고도비만 또는 BMI 27~30kg/㎡에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한다.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는 대사를 조절하는 GLP-1 수용체를 자극해 포만감을 늘리고, 배고픔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위고비 STEP-1 임상 3상 연구에서는 체중 평균 14.9%가 감소했다.
제약사들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을 벌이며 혁신에 가까운 임상 효과를 보이고 있다. 위고비 다음 타자로는 국내에 곧 출시 예정인 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 성분명 티르제파티드)가 대기중이다. 마운자로는 SURMOUNT-5 오픈라벨 임상3b상 탑라인 결과, 마운자로 최대 허용 용량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20.2%로, 세마글루티드의 13.7%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들도 임상을 이어가며 근시일내 FDA허가를 목표로 하는 중이다. ▲릴리/이노벤트의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GCGR)의 이중작용제 '마즈두타이드(Mazdutide)' ▲암젠의 GLP-1 작용제/GIP 길항제 '마리타이드(Maritide)' ▲아밀린 유사체-세마글루티드 결합인 노보노디스크의 '카그리세마(CagriSema)' ▲릴리의 GLP-1/GIP/글루카곤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티드(Retatrutide)' 등이 주요 후보다. 특히 마리타이드는 월 1회 주사라는 점에서 허가시 환자들의 편의성 증대가 기대되는 중이다.
김 이사장은 이 같은 치료제의 발달로 비만치료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10% 이상 체중이 빠지는 약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약제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현재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들은 20% 이상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비만 수술의 효과가 25~30%였다면 이제 비만치료제들이 수술 효과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과 대비 과거 식욕억제제들에 비해 부작용은 줄었다. 김 이사장은 “뇌 신경물질을 타겟으로 하는 식욕억제제들은 불면, 불안증 같은 정신계 부작용부터, 심계항진증, 변비, 자율신경계 이상 등 부작용이 있었다”며 “반면 GLP-1 계열 제제는 구역, 구토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있으나, 낮은 용량에서 서서히 증량할 경우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자율신경계 부작용이 없고, 심혈관계에 좋은 작용이 있다"라고 말했다.
"치료접근성 향상 위한 비만치료제 보험급여 필요”
김 이사장은 이러한 비만치료제의 올바른 치료효과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만전문가에게 치료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드문 부작용이 나타날 때도 이를 관리하며 비만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적이지 않은 클리닉에서 비만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받고 오남용되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비만을 미용이 아닌 질병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치료접근성 향상을 위한 비만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치료제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환자들에겐 가격이 항상 문제다. 왜냐하면 비만약은 오래 써야하는 약이라 계속 약값을 지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비만인 사람이 저소득층에 많아지고 있어 문제다. 결국 치료를 해야할 사람들은 약을 쓸 수 없으니 보험에서 어느 정도 약값을 부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중인 비만수술의 급여 기준을 치료제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현재 비만수술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체질량지수(BMI)가 35kg/㎡ 이상인 고도비만 ▲BMI가 30kg/㎡ 이상이면서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이다. BMI가 27.5kg/㎡ 이상이지만 제2형 당뇨 환자일 경우는 본인 부담률 80%를 적용한다.
또한 김 이사장은 사회적 비용 감소 차원에서라도 비만 관리 및 치료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결국 비만은 각종 대사질환과 연관되고, 특히 당뇨병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며 “적극적인 비만관리와 치료를 실시하고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추후 만성질환 및 중증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과 사회적 비용 증가를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서 현재 발의된 비만기본법의 통과도 국회에 당부했다.
‘BMI 25’ 비만 진단 기준 양보할 수 없어...합병증 연관되는 문제
김 이사장은 최근 건강보험연구원의 ‘비만진단 기준 완화’ 제안에 대해서도 “기존 비만 진단 기준인 'BMI(체질량지수) 25kg/㎡ 이상'은 절대적으로 양보하기 어려운 기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진단 및 치료 기준이 심혈관질환 발생을 근거로 정했듯이, 비만병 기준도 사망률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보다 대사합병증 발생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 비만학회 입장이다.
최근 건강보험연구원은 현재의 비만 기준인 BMI 25kg/㎡ 구간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U자 형태를 나타냈으며, BMI 25kg/㎡ 이상에서 사망 위험 증가 폭을 살펴보면, BMI 29kg/㎡ 구간에서 이전 구간 대비 사망 위험 증가 폭이 2배 커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금의 비만 진단 기준을 BMI 27kg/㎡이상으로 상향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연구원에서 주장하는 근거가 사망률 때문인데, 사망은 다양한 질환에서 초래된 결과다”라며 “비만 기준은 동반 대사합병증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비만과 가장 연관되는 만성질환은 2형 당뇨병이다. 그런데 비만 전단계인 BMI 23kg/㎡부터 24.9kg/㎡까지 당뇨병 발병위험이 상당히 올라간다”며 "즉, BMI 23kg/㎡부터 당뇨병 발병 위험이 1.7배, BMI 25가 되면 2배로 현저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BMI 27kg/㎡로 비만 진단 기준을 잡으면 현재 비만 유병자의 45% 정도가 정상 체중으로 변경되어 우리나라 비만율이 매우 낮은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BMI 27kg/㎡을 진단기준으로 잡으면, 당장은 비만 유병률이 낮게 잡혀 우리나라 비만이 심각하지 않다고 인식될 수는 있다"며 "그러나 10년만 지나도 각종 만성질환 발병률이 급증하게 되어 보건사회적 부담은 돌이킬 수 없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비만이라는 질환은 덜 심각할 때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며 "비만에 동반되는 2형 당뇨병 치료에 소요되는 막대한 의료비용을 고려하면 비만을 조기에 치료 관리함으로써 그 위험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