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학회 “사망률 아닌 비만 동반질환 고려한 진단기준 제시”
[의학신문·일간보사=유은제 기자]대한비만학회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비만 진단기준을 현행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에서 27㎏/㎡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발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비만학회 및 유관 단체들과 논의 없이 발표되어 비만 진단 기준에 혼동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비만의 진단은 사망률뿐만 아니라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진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만학회는 8일 성명서를 통해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BMI 상향 조정은 비만학회 및 유관단체와 논의된 바 없이 자료를 배포해 비만 진단 기준에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만 진단 기준은 사망률이 아닌 비만 동반질환을 고려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진단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BMI 25㎏/㎡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고, 그 이상의 BMI에서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를 내세웠지만 우리나라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BMI 25㎏/㎡에서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의 연구도 발표됐다.
학회는 “비만 관련 만성질환 위험이 증가되는 BMI 25㎏/㎡ 이상이 비만 진단 기준으로 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학회가 비만 진단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사망률이 아닌 비만 동반질환을 고려한 것은 사망률은 연령, 건강상태, 흡연, 사망 원인 등 집단 특성과 추적기간에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비만학회에서 발간한 2024 비만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2년 공단 일반검진 수진자를 10년간 추적한 결과 BMI와 모든 사망, 암 사망, 순환계통 사망위험이 U자형 관련성을 보였다.
또 정상체중에 비해 비만 전단계(과체중) 및 1단계 비만(BMI 25-29.9㎏/㎡)에서는 사망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은 BMI가 증가할수록 높아졌고, 정상체중에 비해 비만 전단계부터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이 중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정상체중에 비해 비만 전단계에서 1.55배, 1단계 비만에서는 2.4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20대에서 50대 젊은 층에서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는 현실을 지적, 비만으로 인한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점을 꼬집었다.
비만학회는 “갑상선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 등의 발생은 비만도에 따라 증가하고 이 중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주목해야 한다”며 “젊은 연령층이 비만 전단계부터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지혈증으로 인한 발생 위험은 고령층에 비해 뚜렷하게 증가하며 이로 인한 사망 또한 증가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학회는 비만의 진단 목적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비만 진단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럽비만학회는 BMI 25㎏/㎡ 이상에서도 허리둘레-신장 비율이 0.5를 초과하거나 동반질환이 있을 경우 비만으로 진단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 이는 해당 BMI 기준을 27㎏/㎡로 제시한 것보다 더 낮춰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비만학회는 “BMI 기준을 사망률과의 연관성만을 근거로 설정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비만 관련 질환 위험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합병증 동반 위험을 선별하기 위해 비만 진단 기준을 현재의 BMI 25 kg/㎡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