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학교 환아 위해 시작된 공연, 스트레스 해소부터 폐활량 강화까지
해운대백병원 송민섭 교수 “색소폰, 취미에서 사회봉사, 다시 생활의 활력소로”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러시아어 스터디에서 시작된 취미 모임이 어느덧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하고 기쁨을 줄 수 있는 윈드 앙상블로 성장해 기쁩니다.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연주의 세계에 빠져보세요”

해운대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송민섭 교수<사진>는 소아의 심장질환과 가와사끼병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교수이자(現 가와사끼병학회 회장), 원내 환아들의 교육까지 책임지는 병원학교의 교장이다. 이와 동시에 원내에서 ‘나발’이라는 정겨운 애칭을 가진 소문난 ‘색소포니스트’이다.

송 교수가 색소포니스트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현 앙상블멤버들과 러시아어를 공부하던 2016년 어느 날 점심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그는 “지금은 은퇴하신 비뇨의학과 박석산 교수의 트럼펫 연주 재능기부를 좋게 보고 있었다”며 “그런 차에 교수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 ‘색소폰은 연주하기 좀 더 쉬우니 그것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이 나와, ‘색소폰을 해보자’는 결심이 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번 시작하면 성과를 꼭 내는 송민섭 교수는 해운대백병원과 다소 거리가 있는 개금동 유명 색소폰 연주자를 찾아가 매주 수요일 진료 후 지친 가운데서도 꾸준히 알토 색소폰을 연마했다.

그러던 중 2017년 해운대백병원의 병원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송 교수는 어린이날‧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을 또래 아이들과 달리 병원에서 힘들게 보내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해, 그와 함께 알토 색소폰을 시작한 감염내과 김성민 교수를 비롯해 혈액종양내과 박선양 교수(알토 색소폰)‧외과 서병조 교수(트럼펫)와 의기투합해 ‘해백 윈드 앙상블 재능기부 음악회’를 개최했다.

지금은 자타공인 수준급의 연주를 자랑하는 그들이지만, 해운대백병원 지하 1층 홀에서 진행된 당시 첫 무대에서는 병원 내 직원‧환자‧보호자 등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송민섭 교수는 “지금은 세월이 지나면서 실력이 좋아져 직원들이나 관객들이 참 듣기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하지만 6년 전 첫 공연에서는 숨도 차고, 음이 나가는 일명 ‘삑사리’도 나고 하면서 전공의 선생들이 앞에서는 차마 그러지 못했지만 킥킥 웃기도 했다”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춘 공연, 연습으로 극복

2019년까지 매년 이어오던 음악회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멈춘 위기도 있었지만, 송 교수와 해백 윈드 앙상블 멤버들은 그 기간 연습으로 실력을 갈고 닦아왔고, 지난해 가을 다시 무대에 올랐다.

(왼쪽부터)외과 서병조 교수, 감염내과 김성민 교수, 혈액종양내과&nbsp; 박선양 교수, 소아청소년과 송민섭 교수
(왼쪽부터)외과 서병조 교수, 감염내과 김성민 교수, 혈액종양내과 박선양 교수, 소아청소년과 송민섭 교수

또 다른 앙상블 멤버인 김성민 교수는 병원을 옮겼지만 다시 무대에 오르자는 제안에 한달음에 다시 해운대백병원을 찾아와 ‘해백 윈드 앙상블’로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캐롤 공연도 진행했다.

송민섭 교수의 왕성한 연주와 앙상블멤버 활동 이면에는 아내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송 교수는 “색소폰을 시작할 때 한‧두달 정도 빌려 불어보고 새 악기를 사서 길들이는 것이 좋다”며 “제 경우도 그랬지만 아내가 색소폰을 대여해 부는 것을 보고 ‘이왕이면 원하는 비싼 악기로 사라’고 권했다. 연습 때도 소리가 다소 커 시끄러울 법하지만 ‘시끄럽다’는 한마디 없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준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와 더불어 공연을 지켜봐 주고 박수를 쳐주는 관객, 공연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게시해주는 홍보실 직원, 너무 좋은 공연이었다고 내년 공연을 기대해주는 간호사 등 응원 메시지가 힘들지만 좀 더 나은 공연을 위해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색소폰, 취미를 넘어 소통의 방식으로

송민섭 교수에게 색소폰 연주는 이제 취미를 넘어 사회봉사‧멤버들과 유대를 쌓아가는 소통의 방식으로 자리잡아,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폐활량 증가로 건강도 챙기는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송 교수는 “취미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다른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사회봉사 활동으로서 뿐만 아니라 다가 올 노년의 인생을 멋지게 보낼 수 있는 소일거리로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음악을 사랑하는 윈드 앙상블 멤버들과 함께 공연 전 함께 연습하며 연주 실력은 물론 유대를 쌓아가는 하나의 소통방식이 됐다”고 정의했다.

끝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넘나드는 화려한 연주를 선보이는 유명 색소포니스트 ‘케니 지’를 롤모델로 꼽은 그는 앞으로도 소소하게 공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송민섭 교수는 “저희는 항상 욕심 부리지 말자고 한다. 공연에 와달라고 권하지 않고 소소하게 힘이 닿는 데까지 공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라며 “앞으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재즈곡들을 연주해 보고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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