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 ‘기초연구, 개발, 생산, 임상 주체 상생 협력 생태계 구축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대한민국은 그간 바이오 산업을 핵심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해오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앞만 보고 달려온 바이오산업에게,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던져야 할 시점이 왔다.

의학신문·일간보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CMO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윤호열 전무를 만나 함께 고민한 '바이오산업 생태계 구축 방향성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생각들을 두 번에 걸쳐 소개한다.

1. 국내 바이오산업이 가는 길, 다자간 동반 성장이 '해답'

2. CRO·CMO·CDO, 국가 기간산업으로 거듭나야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

○ 윤호열 전무님이 바라보시는 바이오산업의 구조적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분업화된 산업, 바이오 : ‘다자간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지식산업

바이오는 대표적인 지식산업으로 생명을 다루는 산업입니다. 시작점은 환자를 통한 병과치료제의 발견으로, 끝나는 점은 치료로 연결되는 순환고리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 필요한 지식의 복합화와 속도, 비용의 최적화가 가능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과거 제조업은 앵커 기업이 독자적으로 대규모 사이트를 개발해 다른 산업들이 같이 밀집·클러스터화하는 형태를 취했지만, 바이오는 병원-학교-기업이 대규모 도심형 클러스터가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질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아울러 바이오산업은 무엇보다 기초 연구, 개발, 생산, 임상, 상업화에 이르는 각 개발 단계마다 다양한 주체가 참여, 신약개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생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신약개발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개의 신약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1조원 이상의 개발 비용이 필요하나, 성공 확률은 5%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러한 비용,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화이자, 로슈, BMS와 같은 소수의 글로벌 대형 제약사 밖에는 없을 것이며, 이 회사들도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따라서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소형 바이오벤처는 기초 연구부터 상업화까지의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전통적인 신약 개발 모델이 아닌 본인의 강점을 갖고 있는 기초 연구에 집중하고, 이후 과정은 각 개발 단계마다 특화된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기초연구(바이오벤처), CMC 개발(CDO), 생산 (CMO), 임상 (CRO)의 각 개발 주체가 신약개발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상생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의 바이오산업의 특징입니다.

특히 연구개발형 중소바이오텍들이 증가로 경쟁이 확대됨에 따라 속도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경제적인 제조설비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으며, 개발/제조비용 최소화와 속도 경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보하기 위해 End-to-End Service가 확대됨에 따라 분화 현상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오 협력관계의 예시 :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미국 메사추세츠 보스턴 지역의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인근에 하버드, MIT 등이 위치하고 있어 우수한 인재 확보가 용이합니다.

이러한 바이오 인재들이 창업을 하거나 바이오벤처에 입사해 새로운 신약 개발 아이디어를 쏟아 냅니다.

또한 주변에 위치한 연구개발 제품의 최종 수요자 대기업인 바이오젠, 노바티스와 같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과의 교류 및 협력을 통해 이러한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며, Lonza, Wuxi Biologics, Lake Pharma와 같은 CDMO와의 협력을 통해 상업화까지의 개발 및 생산을 수행하게 됩니다.

여기에 주 정부차원의 바이오 육성 정책과 미국 국립 보건원 (NIH)의 예산 지원, MassBio와 같은 바이오 업체 지원을 위한 NGO 단체까지 더해져, 보스턴 지역은 완전한 바이오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코시스템은 더 많은 바이오벤처를 끌어 모으고, 높은 성공률에 따라 민간의 투자가 집중되어 바이오 산업이 더욱 성장하는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합니다.

○ 말씀하신대로 첨단 기술이 집약돼야 하는 바이오산업에 있어 분업화는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분업화 시스템에서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결국은 같이 커야 한다 : CMO·CDO·CRO를 포함하는 다자 상생관계

바이오 신약 개발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높은 비용을 필요로 하며 실패 리스크 또한 매우 큽니다.

더욱이 최근의 신약 개발은 치열한 경쟁, 점점 더 높아지는 허가 기관의 요구 수준에 따라 신약 R&D의 투자 수익률 (Return On Investment)은 1990년대 20% 이상이었던 것이 2018년 3.2%로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빠른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실패 후유증이 최소화되어 재기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바이오 개발 단계의 각 주체가 본인의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시간, 노력, Resource를 집중하는 것입니다.

바이오텍은 강점인 기초 연구에 집중하고 이후 개발 과정에 필요한 세포주/공정 개발, 분석법 개발, 임상 시료 생산 및 임상 수행 과정은 고도의 전문 인력 및 기술, 노하우를 갖춘 CDO, CRO 업체와 협력함으로서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하나의 약이 성공하고 상업화되기까지 역할별 주체의 공동 성장이 꼭 필요합니다.

바이오벤처의 기초 연구는 물론이며 이후 개발 및 상업화까지의 과정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CDO, CRO, CMO의 성장이 동반되어야지만 신약개발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습니다.

그간 국내 바이오벤처의 경우 질적,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반면, 이후 개발 과정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CDO, CRO의 경우 사업 기반이 약해 전문 인력과 기술, 그리고 노하우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바이오벤처뿐 아니라 CDO, CRO와 같은 수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더 해진다면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하이테크 바이오산업이 더욱 커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앞서 잠깐 언급하시긴 했지만, 윤 전무님이 바라보시는 국내 바이오산업은 분업화가 잘 이뤄져 있다고 보시는지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건설 중인 제4공장 조감도. <br>생산량 25만6000L로 현재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인 제3공장(18만L)을 넘어선다. <br>빠르면 오는 2023년 전체 가동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건설 중인 제4공장 조감도.
생산량 25만6000L로 현재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인 제3공장(18만L)을 넘어선다.
빠르면 오는 2023년 전체 가동된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타 국가에 비해 아직 그 역사가 짧은 만큼,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춘 국내 CDO, CRO 수탁 기업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바이오벤처 기업은 후속 개발 과정을 Lonza, Catalent 등 해외 CDMO 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해외 CDMO 기업은 미국, 유럽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언어 장벽과 시차, 거리상의 제약에 따라 신약개발이 지연되거나 해외 업체의 높은 비용에 따라 신약개발의 경제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연구개발 및 제조 역량이 증명되었고, 튼튼한 제조기반으로 기술 및 품질경쟁력을 갖춘 국내 CDO, CRO 수탁 기업이 증가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도 성공적인 분업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GI Innovation의 심시어로의 9000억 규모의 기술이전이나 이뮨온시아의 3D 메디슨으로의 5400억 기술이전의 경우 국내 바이오벤처와 국내 CDO 간의 성공적인 협력 및 분업화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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