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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묵은 때를 벗겨내야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일반적으로 정의는 교정(敎正)적 정의와 배분(配分)적 정의로 나눌 수 있다. 교정적 정의는 응보적 정의 또는 보상적 정의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정의가 바로 교정적 정의이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행한 행위에 따라서 재물, 교육, 행동, 권리 등을 누릴 자유와 평등 가치를 주는 것이 배분적 정의이다. 이론적으로는 교정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이들 두 가지 정의는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동양적 사고로는 정의를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는 교정적 의미로 인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서양적 사고로는 정의란 배분적 정의의 의미가 교정적 의미보다 더 큰 것 같다. 굳이 정의를 영어로 그 의미를 찾자면 꼭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교정적 정의는 옳고 그름을 의미하는 의(義·righteousness)에 가깝고 배분적 정의는 공평(fairness)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현재 정의에 대한 개념을 통상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로는 명확하게 설명해주기 힘들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양적 사고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어서 정의에 대한 개념이 배분적 정의보다는 교정적 정의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면에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판단으로 흐리기 쉬운 맹점을 가지고 있다.

현대 의료윤리에서는 통상 배분적 정의로 이해하고 접근하게 된다. 의료윤리에서 다루는 배분적 정의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보다는 공정한 배분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쉬울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어떤 방법으로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 활용해야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한지에 대한 구분을 지어주는 것이 의료윤리를 전공하는 이들이 할 역할이다.

또한 정의를 실제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로 구분하기도 한다. 어떤 사실이나 문제가 실제로 정의로운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을 실제적 정의라고 한다. 절차적 정의는 공정한 기회와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은 구성원이 민주적 절차를 따라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정의롭다고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간혹 실제적 정의가 정의롭지 못한 데도 정해진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정의로운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실제적 정의가 정의롭다고 인정받아야 하나 잘못된 절차를 거친 후 실제적 정의가 훼손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절차적 정의가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공정한 구성과 표결방법 등이 민주적으로 구성되고, 각 구성원이 갑을의 관계가 아닌 수평의 관계에서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지어져야 정의롭다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일부 종교계와 재계에서 문제가 되는 세습 문제는 바로 절차적 정의가 훼손된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규정을 따라 결정 된 것이기에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만, 공정한 입장에서 공정한 참여의 기회를 무시하고 강자와 약자의 입장에서 결정 된 것들이기에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대표적인 것이 올해 최대 빅 이슈인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원의 비민주성이다. 건정심의 구성원이 계약자와 공급자 그리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해야할 공익대표의 구성이 공정하게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되다 보니 공익단체가 계약자에게 페널티를 주니 마니 하는 비민주적인 폭력행위가 만연하게 되는 것이고 이런 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국민의식 수준이 아직도 낮아서 그런 것인가 하고 실망도 된다.

이런 비민주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건정심 구조에 대해 문제를 의료개혁 차원에서 개정할 것을 주장한 의료계나 국회의 움직임은 용기 있고, 바람직한 행동들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2013년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에서는 그동안 정의롭지 못한 법과 규정들의 묵은 때들을 벗겨주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가 공동의 행복을 누리며 서로를 존중해주는 정의로운 사회로 길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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