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 직후 태동 … 풍파 속 이웃사랑 실천

▲ 예수병원 1898년 첫 진료소 모습.

전주 예수병원은 제중원에 이어 1898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민간 의료선교 병원이다.

예수병원의 역사는 미국 북부 캐롤라이나 주의 히커리(Hickory)에서 온 여의사 마티 잉골드(Dr.Mattie B.Ingold)가 1897년 전라도 도청 소재지인 전주성 밖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19세기 여자이면서 이제 서른살인 그녀는 낯설고 특히 동학혁명 직후라 혼란스러운 시기에 고통 받는 사람을 섬김으로써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왔다.

그리고 오늘날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우리나라 의료봉사의 대표적인 의료기관으로 빛나는 한 병원의 설립자가 되려는 계획은 없었다.

마티 잉골드는 1882년부터 5년 동안 선교사의 꿈을 가지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1896년 볼티모어(Baltimore) 여자 의과대학을 이론과 실기에서 모두 두드러진 실력을 보이면서 수석으로 졸업한다.

그녀는 1897년 7월 18일 남부 캐롤라이나 주 록 힐(Rock Hill) 제일장로교회 파송 예배에서 “나의 전주행은 하나님의 뜻에 의한 것이고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옳고 선한 것임을 믿기 때문에 나는 두렵지 않다”고 기도를 한다. 이 기도는 예수병원의 열매가 된다.

이후 그녀는 4개월에 걸친 길고 험난한 항해 끝에, 마지막으로 1897년 11월 3일 군산에서 초라하지만 고귀한 행진을 시작해 당시 인구 1만명의 도시 전주 남쪽 변두리의 완산 언덕에 도착한다.

예수병원은 여러 해 동안 마티 잉골드가 전주에 도착한 1897년을 병원 설립기념일로 기념해왔으나 실제로는 1년 후인 1898년 11월 3일에 첫 진료가 개시되었다.

▲ 1898년 마티 잉골드(오른쪽)의 진료 모습.

마티 잉골드는 전주에 도착한 후 첫 해는 어학공부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이듬해 가을 내내 진료소를 열기에 노력을 하고 그녀가 전주에 도착한 기념일로 삼고 있는 11월 3일 문을 연다.

진료소는 은송리에 조그만 집 한 채를 구입하여 마련했는데 흙벽과 초가지붕으로 된 옛날 한국 집으로 지붕위에 감나무가 비스듬히 서 있었다. 바로 예수병원의 뿌리다.

진료개시 첫 날 6명의 환자를 보았고 첫 달에 100여 명을 진료했다. 의료적 관점에서 마티 잉골드의 재능과 기술은 칭찬받는 데 그녀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기초 위생과 청결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1902년 10월 11일에는 새 진료소(1970년에 헐어버린 장로교 성경학교 부근)로 이사하는 데 이 건물은 기와지붕으로 면적이 30평이었다.

마티 잉골드가 군산에서 환자를 돌보느라 6주 동안 진료소를 닫았음에도 진료활동은 활발했다. 그녀는 새 진료소에서 6개월 반 동안 1,586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예수병원 100년사 책자인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씨’에서 그녀는 동양사회에서 여자로서의 불안을 느꼈고, 환자진료에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가졌으며, 선교부에서 당연히 받아야 할 지원을 주저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위대한 의사이신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을 100년이 넘게 높여 온 사역을 시작하는 일에 그녀는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도구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고도 표현하고 있다.

이웃사랑으로 인술을 펼치며 호남지역에 의료를 통한 근대화를 선도한 예수병원은 일제 치하에 있던 1940년에는 신사참배 거부 문제로 8년 동안 문을 닫게 되는 불운을 겪고, 1950년 한국전쟁으로 임시 폐원하는 등 많은 풍파를 겪게 된다.

▲ 1902년 새 진료소 모습, 가운데 기와집 3채.

7대 구바울(Dr. Paul S. Crane) 원장이 일제의 강압으로 폐원 중이던 1947년에 부임하여 잠자던 병원을 일깨워 1948년에 45병상 규모의 예수병원이 새롭게 태어났다.

구바울 원장에 이어 1969년 취임한 제12대 설대위(Dr. David J. Seel)원장에 의해 호남 제일의 현대식 병원으로 중화산동 언덕에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용머리 고개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118년 역사의 예수병원은 유독 한국 최초가 많아 △1909년 한센씨 병 치료의 효시 △1949년 전공의 정식 교육제도 실시 △1950년 6월 간호전문학교 창립 △1964년 전국 기생충박멸운동 시작 △1963년 암등록 제도 시작 △1965년 국내 최초로 민간 의료보험 시작 △1967년 방사선 치료, 코발트 암치료 △2005년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한 NGO 등이 자랑이다.

1987년 개원 90주년을 맞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정영태 원장이 취임해 병원 경영 합리화를 위해 주력했고 제15대 고영희 병원장에 이어 1996년 다시 제16대 정영태 병원장이 취임했다.

1998년 4월에 제17대 이용웅 병원장, 2001년 7월에는 제18대 유봉옥 병원장, 2004년 6월에는 제19대 김민철 병원장, 2010년 6월에는 21대 권창영 병원장이 취임, 2013년 6월 연임하여 예수병원을 이끌고 있다.

한편 마티 잉골드는 1962년에 미국 플로리다주의 프로스트 프루프 실버힐 묘지에 이 지방 최초로 교회(서문교회)를 세운 남편 테이트(Tate)목사 옆에 묻혔다. 그 묘비에는 “28년동안 한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하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 차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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