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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 패러다임 전환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논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은 ‘Philippe Pinel’의‘쇠사슬로부터의 해방’이다. 18세기 후반 이성과 광기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수용소와 같은 비세트르와 살피트리에르 병원에 감금된 정실질환자들을 사슬로부터 풀어주었던 것은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에 있어 커다란 첫 발걸음 이었다.이후 지속적인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
호를 위한 운동과 법개정등이 이루어졌고 현재는‘탈원화’의 바람 속에서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은 사회로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특수한 사회 및 문화적 배경 속에서 전세계에서 손꼽히게 높은 강제입원률을 바탕으로 수 만명의 정신질환자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정신질환자를 품을 사회적 여유와 제도는 미비하였고 가족들의 의사결정을 높게 인정하는 유교문화의 영향 속에서 정신질환자들을‘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은 피할 수 없는 선택처럼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였고 그 사이‘정신보건법’은 어느새 구닥다리를 넘어서 악법으로 치부되어 가고있다.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은 치료와 보호라는 목적과 비인권적 측면이 결합된 모순적 상황임을 차치하고라도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제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적절한 치료의 필요성을, 가족들은 간병의 고통을, 정신질환자는 인권 침해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현실 속에서 이제는 변화의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마침 정부에서는 지난 1월 16일, 입원이 필요한 질환과 건강?자타의 위해가 모두 있는 경우에 한해 비자발적인 입원이 가능하게 하고, 최초 입원ㆍ입소 기간이 3개월이 지난 후에는 기간 연장 절차를 거치며, 정신건강심의위원회 및 심판위원회 구성원을 다양화 하고 위원회 활성화를 위하여 위원회 필수 개최 횟수를 연장하는 등의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일부 정신질환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대한 근거가 되는 정신보건법 24조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출하였다.

장기적으로 정신질환자들의 탈원화와 강제입원의 엄격한 적용은 피할 수 없는 추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갑작스런 제도 변화 또한 환자와 가족을 넘어 사회가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초래할 수 있다. 강제입원만을 없앤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들을 받아들이고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면서 점진적으로 강제입원을 줄이고 장기 입원하는 정신질환자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결코 없다.

이제 정신의학계는 정신질환자들의 입원치료 중심의 환경에서 상담과 외래 위주의 환경으로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OECD 자살률 1위,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증가하는 성범죄, 치열한 경쟁 속에서의 국민들의 극도의 스트레스 등 정신의학계가 노력을 쏟아야 할 부분은 넘쳐난다. 이러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방향으로의 큰 축의 이동만이 정신의학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적절한 상담료 등의 수가조정과 정신건강의학과 문턱을 낮추는 제도적 보완은 정부로서 반드시 해야 할 과제이다. 정신질환자들도 인권적인 부분에 대한 주장만이 아닌 적절한 치료를 바탕으로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다자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정신의학의 패러다임 전환만이 향후 야기될 혼란을 최소화 할 것이라 생각한다.

<문영선 전남 고흥군보건소 공중보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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