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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 한양대학교병원 15층 병동 주임간호사

아픈 이들과 나누는 소통의 행복

병원에는 질병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있다. 그들 곁에서 아픔과 고통, 치유의 기쁨까지 함께 나누는 저는 간호사로서 늘 보람을 느낀다.

경험도 부족하고 많이 미숙했던 시절, 류마티스 환자를 처음 대했던 때가 기억난다. 10년 이상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으셨던 40대 초반의 남자 환자분은 약물치료를 계속 받으셨으나 질병이 진행하여 등이 많이 굽어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그분에게 맞는 치료제가 없어 증상치료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간호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힘들어도 언젠가는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으니 항상 희망을 잃지 않도록 위로해드리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국내에 주사 치료제가 새롭게 들어오면서 주사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자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고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시며 내 손을 잡고 기뻐하시던 그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순간 간호는 지식과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닌 환자의 아픔과 희망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분들은 저희 병원이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이럴 때 간호사인 저는 덩달아 더 신이 난다.

척추관절의 강직과 변형으로 몸을 펴지도, 얼굴을 위로 향해 올려다보기도 버거운 한 청년의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렇게 자신의 질병과 싸우며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시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내가 더 감동을 받아 가슴이 뭉클해지기가 일쑤다.

루푸스 진단을 받은 한 여자 환자분의 문의전화를 받았던 때도 잊을 수가 없다. 진단 후 빠른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즉시 외래를 방문하시도록 권유를 했지만 병원에 오지 않으셨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후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루푸스를 진단받았던 그 환자가 온몸이 붓고 소변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루푸스로 인한 신장질환의 합병증이 생긴 것이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아들 셋과 전세집에 사시며 본인이 직접 일을 해야만 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병원 방문을 미뤄왔다는 소식이었다. 이번엔 어떻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심하며 찾아보던 중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에게 지원을 하는 시스템이 본원 사회복지과에 있음을 알게 되어, 그분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안내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드렸다. 신장조직검사를 했고 루푸스 4기의 진단이 내려졌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만성신부전증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후 몇 차례의 입원을 통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셨고 현재는 건강해지신 몸으로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을 돌보시며 사회생활도 즐겁게 하고 계신다.

환자와 함께 행복한 웃음을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들의 얼굴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소통할 때가 아닐까 싶다.

나는 오늘도 주어진 업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간호사가 아니라 류마티스 질환자들과의 만남으로 깨우치게 된 소중한 경험들에 힘입어 그분들이 힘들 때 손을 잡아드리고 희망을 함께 나누는 간호사, 그분들이 건강을 회복할 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간호사, 그분들과 소통함으로써 행복을 키워가는 간호사로서의 삶을 위해 힘차게 화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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