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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ㅣ저 자ㅣ 마르셀 프루스트 (김창석 역)
ㅣ출판사ㅣ 국일미디어
ㅣ발행일ㅣ 2001.9.30
ㅣ페이지ㅣ 3550쪽 (전 11권)

ㅣ정 가ㅣ

101,500원

| 출판사 서평 | 세기말의 불안과 함께 개인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자신의 인생과 자기 자신을 돌아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러한 시기에 어두운 기억의 터널을 더듬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아가는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집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문인 · 학자들이 20세기 문학의 최고 정점으로 극찬하는 세계문학의 큰 산을 평가받는 책이었으나, 출판사의 열악한 상황으로 수년간 찾아볼 수 없다가 11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새롭게 가다듬어 한국 출판계에 얼굴을 드러내게 되었다.


책 읽는 묘미 깨닫게 해 줘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책은 꾸준하게 읽어왔다 자부하지만, 막상 돌아보니 관심분야의 책을 집중해서 읽는 독서편식이 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착안한 방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인용하는 책들 가운데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기 마련이다. 그 책을 읽으면 앞선 책에서 얻었던 감동이 연결되거나, 아니면 앞선 책에서 읽은 내용 가운데 미흡한 부분이 분명해지는 장점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를 통해서 필자가 책읽기의 범위를 인문학과 고전으로 확대하고, 책읽기의 묘미를 깨닫게 된 것은 바로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만나면서다. 시작은 박완서 선생의 <못가본 길이 아름답다>였다. 박완서 선생은 조나 레러의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에서 기억의 회상에 관한 구절을 인용한 것을 읽고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읽게 되었다고 적었다. 그런데 박완서선생이 인상적이었다는 바로 그 기억의 회상에 관한 구절은 나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아무래도 신경과학을 전공한 탓일게다. 그래서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를 읽게 되었고, 나아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까지 찾아 읽게 되었다.


국일미디어판으로 모두 11권에 448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화자(話者)의 의식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왔다.”라고 시작하는 글은 잠시 후 잠에서 깨어났을 때 때로는 순간 몽롱한 상태로 추억의 영상이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는 상태, 즉 기억에 흔들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비유하고 있는 자신의 의식의 흐름, 즉 기억을 정리해서 글로 남긴 것이라는데, 워낙이 양이 방대하다보니 읽는 일은 정말 인내를 요하는 일이었다. 책읽기가 즐거움이 아니라 일이 된 셈이다.


프루스트의 분신임을 짐작케 하는 화자가 파리의 사교계를 드나들면서 세월이 흘러 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살롱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화자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간이라도 나에게 작품을 완성시킬 만한 오랜 시간(longtemps)이 남아 있다면, 우선 거기에 공간 속에 한정된 자리가 아니라, 아주 큰 자리, 그와 반대로 한량없이 연장된 자리 ‘시간(temps)’ 안에 차지하는 인간을 그려보련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 되찾은 시간, 국일미디어판, 499쪽)”라고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흩어지는 자신의 기억을 붙들어두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한 글쓰기인 것 같지만 실상은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탐구여행이기도 하다.


알랭 드 보통이 쓴 <프루스트가 우리 삶을 바꾸는 방법들>은 유예진교수가 쓴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과 함께 자신의 인내와 싸우듯 읽은 기억만이 남아 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예진교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열 갈래 길’이라는 부제가 달린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에서 프루스트가 활동했던 당시 프랑스 문단을 지배했던 작가들을 활동 시기에 따라 소개하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새로운 시각에서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반면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가 우리 삶을 바꾸는 방법들>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어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비롯한 프루스트의 작품과 편지 그리고 대화 등을 통하여 우리가 삶을 현명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면 첫 번째 주제, ‘오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나를 위해서 읽는 방법’, ‘사랑 안에서 행복을 얻는 방법’ 등등의 제목들을 그런 의미로 읽을 수도 있겠다. 여러 가지 방법들 가운데 책을 읽는 방법에 눈길이 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고전들을 읽기 시작한 이유이다. 꼬리를 무는 책읽기가 드디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르러 폭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이탈로 칼비노가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정의한 고전의 의미 가운데 “고전이란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처음 읽으면서도 마치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데,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라는 정의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민음사에서 올 초 새로운 번역으로 내놓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프루스트가 인용한 고전들을 찾아서 읽어 그 의미를 분명하게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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