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00km 울트라 마라톤 도전하기

도전은 아름답다! 매번 새로운 대회에 도전하는 것이 재밌고 흥분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다. 과연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나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100km 울트라 마라톤과 산악마라톤을 완주하고 다음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라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제주도에서 매년 열리는 200km 울트라 마라톤이다. 제주시에서 출발해서 서쪽 해안 도로를 달려서 서귀포시로 가서 다시 성산일출봉을 거쳐 동쪽 해안도로를 달려서 제주시로 들어오는 제주도를 한 바퀴 일주하는 코스이다. 코스는 제주도를 일주하는 멋진 코스이지만, 뛰어서 제주도를 한 바퀴 완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올해는 4월 6일 토요일 오전 6시에 출발해서 4월 7일 일요일 오후 4시까지 제한시간 34시간 안에 들어와야 하는 코스이다. 달리는 의사들 회원 몇 분하고 함께 신청을 하고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준비를 하였다. 풀코스도 몇 번 뛰어주고 평상시대로 매일 5km에서 10km 정도를 가볍게 혹은 빠르게 뛰어서 몸을 단련시키고 있었다.

제주도행 비행기에 탑승

드디어 4월 5일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제주도 공항에 내려서 호텔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바람도 세게 불고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더욱 거세기 시작했다. 이미 호텔 로비에는 많은 울트라 러너들이 도착해 있었고 다른 나라 참가자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대한 울트라마라톤 연맹의 대회 유의사항을 듣고 호텔방으로 올라가려는데, 방키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울트라 마라톤 연맹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두가 울트라 러너들이고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인 것은 알겠는데, 국제 대회치곤 너무나 동네 잔치인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침 6시에 출발지로 이동해야 한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의 날씨는 비가 엄청 오고 바람도 많이 분다고 한다. 우비를 챙겨오긴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0km를 처음 뛰는데, 날씨가 이렇게 안 도와주니 너무나 걱정이 들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탑동공원 출발대에 섰다. 이미 300여명 정도의 울트라 러너들이 우비를 챙겨 입고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바람이 부는 제주도를 드디어 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도로가 해안도로를 뛰는 코스이기 때문에 성난 비바람과 엄청난 파도를 맞으며 뛸 수밖에 없었다. 평소 같으면 아름다운 해안도로였지만, 오늘만큼은 파도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성난 도로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냥 무서워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비바람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힘이 더 들지만, 이 또한 도전이라 생각하니 힘들지 않았다. 매 10km마다 급수대가 있어 목도 축이고 간식도 먹으면서 천천히 달렸다. 50km 지점을 지나니 차귀도로 가는 해안도로 입구가 보인다.

초속 35미터 강풍 뚫고 달려


하지만, 차귀도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엄청나다. 초속 35미터 이상의 강풍이 몰아치니 뛰기는커녕 앞으로 걸어 나가기도 힘들다. 걷다 멈춰 섰다를 반복하면서 55km 차귀도 급수대에 이르니 모두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젖은 옷을 말리고 갈아입으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이미 온몸은 다 젖어있고 양말이며 신발이며 모두 젖어 있었다. 어차피 비가 계속 오기 때문에 이 시점에 옷이며 신발이며 갈아입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식사를 마치고 그냥 출발했다. 잠시 쉬는 동안 몸은 얼어붙은 것처럼 추위를 느끼고 있었다. 저체온증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참기 힘든 순간이었다. 할 수 없이 뛰어야 했다. 뛰어야만 몸에 열이 나서 저체온증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주자들은 저체온증으로 포기하고 회수차를 타고 있었다. 비바람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계속 불어대고 있고 몸은 추위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태에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니 달리는 것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결단을 내려야 될 것 같은 순간이 계속되었다.

걷고 달리기 반복…100km 도착

포기해야 하는가? 계속 달려야 하는가? 계속되는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일단 100km 지점인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가서 이후에 200km를 완주할 지는 저녁을 먹으면서 생각하자’였다. 나머지 구간을 최선을 다해서 달리자고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열심히 걷고 달리고를 반복하였다.

멋진 경치를 뽐내고 있는 송악산 구간을 지나면서 비가 조금씩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있어 여전히 달릴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80km 지점을 통과한 후에는 바람이 다소 잠잠해지고 비도 그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날씨가 개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나 있었고 마지막 20km를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중문관광단지 입구에 도달했다. 나머지 10여km만 가면 100km 지점인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한다. 이미 날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의 목표 예상대로라면 오후 6시나 7시경 도착해야하지만 천근만근 같은 몸을 이끌고 달리다보니 저녁 8시경이 다 되어서야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100km 주자들이 너무 부러웠다. 마지막 골인 지점을 통과하고 쉬면 되지만, 200km 주자들은 이름을 적고 저녁을 먹고 다시 출발해야하는 것이다.

컨디션 최악 ‘포기’ 결정…내년 기약

젖은 옷을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도 다른 운동화로 갈아 신고 저녁을 먹었다. 하루 종일 뛰어서인지 설렁탕 맛이 꿀맛 같았다. 하지만 이미 몸은 추위에 떨고 있었고 다리도 이미 힘이 다 빠졌다. 결정의 순간이 왔다. 바람 부는 추운 새벽에 계속 달려야 하는가 아니면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가? 여러 차례 고민을 하다가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종일 추위에 떨면서 달려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고 도저히 달릴 자신이 없었다. 내가 운동선수도 아니고 꼭 완주해야 할 필요성도 없고 단지 도전해보고 싶어서 뛴 것일 뿐이다. 혹시 부상이라도 당하고 몸이 상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고 달리기를 영영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운영본부에 가서 포기를 선언했다. 대회는 매년 열리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도전하기로 다짐하고 제주에서의 편안한 밤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왔다.

건강 위해서라면 계속 도전할 것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번 대회 200km 부문 완주자는 167명중에 24명뿐이었다고 한다. 완주한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포기해야할 때는 포기해야 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고 대회를 마쳤다.

이번 제주도 울트라 200km 도전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도전에 실패한 것이지만, 비바람을 뚫고 100km를 달렸다는 것에 만족한다. 건강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몸을 학대하거나 필요이상으로 무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건강을 위해서라면 계속 도전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내년에는 좀 더 몸과 마음을 단련해서 즐기면서 제주 200km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해 보고 싶다.

<조대연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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