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유담
● ● ●
젖는 일은 어떠한가
코끝이나 발끝이 아니라
온몸 젖는 일은
빗속에 녹아 있는
지난 봄 뚝 져버린 그 붉은 꽃잎
여름 공중의 시퍼런 서슬
살갗으로 배어들어
낙엽으로 허우적대다
툭 떨어질지언정
더더 깊이 파고들어
내리다 지친 눈발로
질척거릴지언정
코끝이나 발끝이 아니라
온몸 젖는 일은
어떠한가.
● ● ●
유담: 서울의대, 대학원. 의학박사. 의사평론가. 한국의사시인회 회장. 한림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문학예술(1996).
하늘로 올라간 세상 구름이 비로 내려 올 땐 가지고 올라갔던 모든 걸 되내려 놓는다. 계절, 색깔, 날카로운 기세까지 빗물로 바꾸어 세상을 적신다. 비, 빗물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이미지가 있지만 과거를 현재로 가져다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시제의 구분은 원래 있을 수 없는 허망함임을 잘 알면서도 그렇다. |
의학신문
webmaster@bo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