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ㅣ저 자ㅣ 미치 앨봄 (공경희 역)
ㅣ출판사ㅣ세종서적
ㅣ발행일ㅣ2002.3.20
ㅣ페이지ㅣ248쪽

ㅣ정 가ㅣ

8,500원

| 출판사 서평 | 삶과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우는 책. 루게릭 병에 걸리기 전까지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평생학생들을 가르친 노교수 모리 슈워츠. 죽음을 앞둔 노교수가 20년만에 만난 제자와의 만남에서 들려준 가슴 벅찬 이야기들이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글이다.


루게릭병 환자 통해 삶의 의미 되새겨

김화숙

의사회 부회장

오랜만에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한 권 꺼내 폈다.

이 책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책이다. 죽어가는 사람이 살아남은 사람과 대화하면서 살아남을 사람이 알아야 할 무언가를 말하는 책이다.

모리 슈워츠는 사회학 교수로서 불행하게도 ‘근 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라는 질병을 앓게 된다. 유명한 야구선수 ‘루게릭’이 앓았다고 하여 ‘루게릭병’이라고도 부르는 병이다.

이 질환은 척수 신경 또는 간뇌의 운동 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이 세포의 지배를 받는 근육이 위축되고 마비가 되어 힘을 쓸 수 없는 원인 불명의 불치병이다. 일단 진단이 되면 3~5년 후에 사망하게 되는 병이다. 루게릭병은 꺼져가는 촛불과도 같다. 신경을 녹이면서 몸에 밀랍은 쌓이게 된다. 이 병은 다리에서 시작되어 차츰 위로 올라와 몸통까지 마비가 오면 호흡을 할 수가 없어 목에 기관지 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말짱한 정신은 무기력한 몸속에 갇히어 눈만 깜박거리는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이 병을 앓고 있다.

1994년 여름, 모리 교수에게 잔인한 선고가 내려졌다. 감미로운 음악이 나오면 혼자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멋진 춤을 즐겼던 노신사였다. 그러나 60대에 그는 천식이 심해져 호흡 곤란이 왔다. 70대에 그는 계단에서 쓰러졌다. 의사를 찾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였으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점점 힘이 없고 걷기 어려워졌다. 어느 의사의 근육 조직 검사를 권유받고 결국 신경 계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경반응 검사를 한 결과 근육 신경에 반응 속도가 느린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그가 진단받던 날 세상이 멈춰지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아무 일 없는 듯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어쩐다?’ 그 해답을 구하는 동안 하루하루는 지나고 병은 점점 그를 압박 해 오고 있었다.

1994년 가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강의실에 들어와 “여러분 나는 지금 죽을병을 앓고 있어. 이번 학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하여 그의 병은 밝혀졌다. 그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천천히 생명이 꺼져가는 나를 연구하시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시오! 그리고 나와 더불어 죽음을 배우시오.” 그는 삶과 죽음, 그 좁은 여정을 잇는 마지막 다리를 걸어가리라 결심했다.

방송가이자 칼럼니스트인 그의 제자 미치 앨봄이 죽어 가고 있는 모리 교수를 화요일마다 만났다. 교실이 아닌 모리 선생님의 서재 창가에서, 석양에 지고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강의와 질문은 계속되었다. 이렇게 이어가는 내용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인생의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강의 주제는 인생의 의미와 선생님의 경험이다. 책은 필요 없었다. 그 가르침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안 모리 교수는 자기 죽음을 마지막 프로젝트로 삼았다. 어느 추운 일요일 오후,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이 모여 선생님께 경의와 존경을 보내면서 ‘살아있는 장례식’을 치렀다. 모리 교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전부 쏟아내었다. 사람들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시를 읊기도 하였다. 그날의 ‘살아있는 장례식’은 정말 근사하였다.

모리 선생님은 죽음이라는 열차의 기적 소리를 들으면서 철로에 서 있었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 알고 있었다. 결국, 죽음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이 결코 두려움이나 공포, 절망이 아니며 희망을 품고 계획을 세워 나머지 인생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종착역이 될 수 있음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나와 모든 사람,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도 마지막 종착역이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세계 속의 기대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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