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
남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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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사랑이 그대 밑에 있고,
<사랑하오 그대를>
이렇게 써놓고 봐도그대가 사랑 밑에 있네.
그래서
<그대를 사랑하오>라고써 봤더니 또사랑이 그대 뒤에 있고,
<사랑하오 그대를>이라고써 봤더니, 역시그대가 사랑 뒤에 있네.
아아 그 누굴 사랑한다는 것
그건 애시당초
말이나 글로는
가당치 않다는 걸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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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만: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 남재만 비뇨기과의원 원장.
시문학 등단(1979년).
사랑에 순서가 있을까? 어느 이는 그 순서를 이렇게 적고 있다. ‘사랑의 순서(The order of love): 인연으로 다가올 것 같은 예감 →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설렘 → 필연으로 만들겠다는 다짐 →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생각나는 그대.’ 순서라고 이름 붙였지만 그는 명사 또는 명사형으로 사랑의 과정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 어떤 이는 '사랑하기'가 '사랑받기'보다 먼저라고 순서를 매긴다. '진정한 사랑하기'는 아무런 목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라며 사랑의 순도(純度)를 진심의 강도(强度)로 갈라 순서를 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