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피부세포→심근세포 전환 ‘배양반내 질환’ 만들어

선천성 부정맥성 우심실이형성/심근병증(arrhythmogenic right ventricular dysplasia/cardiomyopathy, ARVD/C)을 가진 대부분의 환자들은 20대 초반에 이르기 까지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모른 채 살아간다. 젊은 나이에 증상이 없다는 점이 치료방법의 개발에 힘쓰는 연구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신야 야마나카(Shinya Yamanaka) 박사가 개발한 줄기세포 기반 기술 즉 iPS 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유도만능줄기세포,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C-myc, Oct4, Sox2, Klf4 등 유전자를 레트로바이러스에 넣어 주입하고, 역분화를 유도하여 줄기세포로 만들었음. 기형종 발생의 위험이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하는 난관을 우회할 수 있는 기술로 일본을 줄기세포 강국으로 만들었으며, 전세계의 연구자들이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음] 기술로 이와 같은 난제가 해결되었다.

네이쳐 1월 27일자에 샌포드-번햄 의학연구소(샌디에고, 캘리포니아주, 미국)와 존스 홉킨스대학의 연구자들이 ARVD/C 연구를 위한 최초의 성장기반 배양반내 질환(disease in a dish) 모델을 만들어 보고하였다. 이 모델은 야마나카의 기술을 응용하였으며 성인 심장과 유사한 심근세포의 대사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런 이유로 이 모델은 다른 모델에 비하여 사람의 ARVD/C 에 더 합당하고 이 질환의 연구와 새로운 치료약제의 검사에 보다 적합하다.

배양반내 질환 모델이 성인에서 발병하는 질환에 임상적으로 합당하다고 입증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성인과 유사한 대사과정을 유도할 때만 이 질환의 손상이 나타나도록 재현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만든 줄기세포가 배아세포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ARVD/C 의 증상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획기적 발전이었다고 이 연구의 책임연구자인 빈센트 첸 박사가 말하였다.

이 질환모델을 만들기 위해 첸은 존스홉킨스의 다니엘 저지 등 전문가들과 협력하였으며, 존스홉킨스는 ARVD/C에 관한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등록환자를 가진 본 고장이다. 현재로서는 젊은 운동선수에게 주로 발생하는 ARVD/C의 치료방법은 없다. 우리는 이 새로운 모델을 이용하여 이 치명적 질환에 대한 치료법 개발을 위한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배양반내 질환= 환자 개인의 독특한 ARVD/C를 실험실내에서 만들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이 병의 진행과 관련된 특이한 유전자가 있는 ARVD/C 환자의 피부조직을 생검하였다. 야마나카의 기술을 이용하여 성체세포의 역분화를 유도할 수 있는 분자의 칵테일을 이용하여 배아세포의 성격을 가진 유도만능세포를 제작하였다. 그 후 이 유도만능세포가 환자의 특이한 심장세포를 무제한 생산할 수 있도록 조작하였다. 이 심장세포는 대개는 배아세포의 성질을 갖고 있지만, 원 환자의 유전적 변이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수년 동안 어떠한 조작을 가해도 연구진은 이 질환의 특성을 나타내는 ARVD/C심근세포를 얻어내지는 못하였다. 성인 발병 ARVD/C 의 실질적 징후 없이는 이 어린, 환자 특이성 심근세포는 이병의 연구나 약제의 검색에 사용할 수 없다.

◇가속도가 붙어= 마침내 연구팀은 그렇게 고대하던 ‘아하’[그렇구나!, 알았다!, 유레카!] 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배아세포 같은 그들의 실험세포에서 성인의 질환으로서 ARVD/C 사인을 나타내는 것은 바로 대사성 성장이 열쇄였다. 사람의 태아 심근세포는 글루코스를 에너지의 주 공급원으로 사용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성인의 심근세포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지방을 더 선호한다. 이후 첸의 연구팀은 세포 모델이 성인 대사로 이동할 수 있는 칵테일을 사용하였다.


수 많은 시도와 실패 후에 ARVD/C 의 실체는 대사기능의 장애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나아가 첸의 팀은 병든 ARVD/C 심장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환자 특이 심근세포를 만들 수 있는 퍼즐 판의 마지막 조각을 풀 수 있었다. 바로 지질대사와 관련한 PPARγ라고 알려진 단백질의 과도한 활성 때문이란 점이 밝혀졌다. 과거의 연구자들은 심근세포들 사이에 연결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실제로는 환자의 절반에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새로 확립한 모델은 이 질환의 특성을 배양반 내에서 재생해줄 뿐 아니라 치료 약제를 검색할 표적을 제공하였다.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첸의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재생의학 연구소로부터 만능유도줄기세포에 기반한 새로운 ARVD/C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연구비를 수주하였다. 이번 연구에서처럼 대부분의 환자들이 동일한 대사 이상을 나타내는지 여부를 연구하게 된다.

▶ ARVD/C 환자의 피부세포를 만능줄기세포로 만들었다. 그 후 이 줄기세포로 ARVD/C 환자에 특이한 심장세포(사진의 녹색)를 만들었다. 이 심근세포가 정상적으로 박동한 심전도는 사진 상부에 있다. 이는 배양반내 질환의 모델이며 연구와 치료약제의 검색에 유용하다.

◇배양반내 질환 모델은 언제 생겨났나= 2010년 11월 '사이언스'에 그레첸 포겔 박사에 의해 처음 소개된 Diseases in a (petri)dish[배양반내 질환] 은 과거 실험동물을 이용한 질환 모델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진일보한 개념으로 환자에서 얻은 세포로 iPS 세포를 만들고 이 세포를 이용하여 손상된 간세포, 심근세포, 신경세포 등을 배양반내 질환모델로 만들어 약제나 유전검색을 통하여 각 환자 개인에게 맞춘 약제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이로써 우리는 맞춤의학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미래의 꿈과 같은 이 개념은 2006년 야마나카 박사에 의해 리프로그래밍한 iPS 세포 생산이 돌파구였다. iPS 세포를 루게릭병이라고 알려진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의 뉴런(원래는 증식이 되지 않는 세포)을 만들어 뉴런이 사망하는 원인을 밝혀내거나, 수천 개의 약제가 심근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단 시간 내에 분석할 수 있다.

이제까지 가장 성공적 증례는 2세 이내에 사망하는 척수근육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이었다. Survival motor neuron1(SMN1) 이라고 부르는 운동 뉴런의 생존에 필요한 유전자가 없는 경우이다. 배양반내 질환 모델을 이용하여 SMN2 유전자를 자극하는 약제의 검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병의 증상이 없는 환자의 어머니로부터 얻은 iPS 세포를 이용하여 건강하게 보이는 운동 뉴런의 iPS 세포 등을 이용하여 SMN 단백질생산을 높이는 두 가지 약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줄기세포는 누구나 구매 가능하다= 이미 전 세계에서 십여 개의 회사들이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이윤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시판하고 있는 회사는 미국 위스컨신 Cellular Dynamics International(CDI) 회사로 iPS 세포로 만든 전기적 박동이 있는 심근세포를 1 바이알 당 1500 불에 팔고 있다. 국내에서 약제를 개발하는 연구자들이 후보약물이 심근세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150만개 심근세포 1 바이알이면 2주간 배양이 가능하여 한번의 실험이 가능하다고 하니, 대부분의 후보약제가 심장독성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신약개발 산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신약 후보 약제가 시장에 나오려면 20억불의 연구비와 10년의 기간이 걸리던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연구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아직 극복해야할 난제는 iPS 세포주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이다. 만약에 리프로그래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관련 유전자의 변화나 우발적 차이로 인하여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질환들의 비밀이 밝혀질 것이다.
[사이언스데일리 201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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