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언덕에 올라

김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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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가 날으듯
별이 줄지어 날으는 밤입니다
지상에서도, 불빛이 떼 지어 줄 지어
멀리멀리 떠나가는 밤입니다
오늘은 밤 언덕에 올라
멀리 보이는 마을의 불을 바라봅니다.
줄을 잇는 불빛이 너무 아름답기에
나는 아직 사는 것이 두렵습니다.
먼 산과 나무가 앓는 짐승처럼
키를 낮추어
먼 하늘이 호젓이 가깝습니다.
더듬이에 불빛을 모으는 풀무치처럼
나는 가만히 무릎을 안고 웅크려 있습니다.
하마 불이 꺼질까 봐 무서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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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 1953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대 의대 졸업. 이비인후과. 세종이비인후과 원장.
시문학 등단(1981).

밤에 언덕에 올라 봅시다. 혹시 숨이 차서 걸어 오르기 힘들면 승용차에 몸을 싣고 올라가 봅시다. 좌우 돌볼 틈 없이 뛰고 달리다 가만히 키를 낮추어 저 도시의 불빛이 바라보입니다. 아니 보이는 것은 불빛뿐. 세파의 방향도 경쟁의 마모 된 육신과 정신의 부스러기들은 어둠에 묻혀 안 보이고.
진정으로 죽고 싶지 않은 사람만이 ‘사는 것이 두렵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허겁지겁 사는 이는 삶도 죽음도 생활 그 자체이며 동시에 대상이지 생각의 대상이 결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살고 싶기에 저기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기러기처럼, 저 높이 별들도 기러기처럼 날아갑니다. 오는 게 아니라 멀리 멀리 날아가 사라집니다.
고되고 벅찬 삶일지라도 어느 한 켠엔 불빛처럼 빛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평안과 행복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별이 스러지듯 세상 모든 불빛이 꺼져가듯 우리의 세상은 언제고 마감할 것입니다. 이렇게 불빛이 아름다운데도 말입니다. 끝없이 나는 매일 밤 이 언덕에 올라 빛을 보고 싶습니다. 아, 이룰 수 없는 욕망을 마을의 한 주민이 밤새도록 꿈꾸다 한 마리 벌레가 됩니다. 불빛 보다 가까워진 하늘이 있음도 알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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