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박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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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손목에
전화번호를 적는다
엄마 이름도 아빠 이름도
따스한 봄날에 아지랑이를 타고
엄마 아빠 핸드폰이
소풍을 간다
온 세상이 주렁주렁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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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수: 충남의대 졸업, 대전 나라 정신과 의원.
시현실 등단(2010년).
소풍(逍風)을 사전에선 이렇게 설명한다. (1) 갑갑한 마음을 풀기 위하여 바람을 쐬는 일. (2) 운동이나 자연 관찰을 겸하여 야외로 먼 길을 걷는 일. 특히 소풍은 초등, 중등, 고등학교의 연례행사다. 학교생활의 피로와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학급구성원간의 친목을 다지는 효과를 구하기 위해 학교와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전체가 나서서 꽤 오랫 동안 준비하여 떠난다. 소풍은 학습의 한 과정이며 방법이다. 서로간의 합력과 소통을 키우고 익히기 위한 수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 세상이 주렁주렁 나서서 계획하여 준비하고 경영한다. 출석도 부르고 호루라기에 줄 맞추어 걷고 반별로 잘 자리하여 정해진 계획대로 하나하나 소풍의 하루는 진행된다. 어린 학동들은 길 잃을 염려를 미리 예방한다. 주소와 보호자 연락 번호 등을 가슴에 달고. 여러 프로그램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일은 보물찾기다. 「바람보다 가벼운 발/공중으로 뛰어올라/총천연색 풍선 속으로/풀이 돋고 나무가 자라/보물이 숨어들고/우리들의 까만 머리/김밥처럼 모여 들더니//풍선 속의 보물선/가슴에 한껏 띄워/음표 높여 노래하며/울창한 햇빛 사이로 발맞추어 행진하면/동네 하늘마다/풍선이 풍선을 낳아 기르고/보물도 보물의 잉태를 꿈꾸었지」<유담의 ‘소풍-보물찾기’> 나라면 이곳에 숨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맞았을 때의 으쓱한 기쁨. 정성을 기울인 뒤에 질병의 진단이 적합하고 치료 또한 적절하여 기대한 대로 호전될 때의 만족감. 우리는 오늘도 진료실에서 소풍을 가고, 보물을 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