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채

ㅣ저 자ㅣ A.J. 크로닌 (이은정 역)
ㅣ출판사ㅣ민음사
ㅣ발행일ㅣ2009.7.24
ㅣ페이지ㅣ317쪽

ㅣ정 가ㅣ

10,000원

| 출판사 서평 | 1937년 출간되자마자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성채]는 사실주의와 로맨스, 사회 비판적인 시각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준 자전적 소설이다. 이상과 현실, 물질과 인간 사이를 오가는 젊은 의사의 고뇌와 방황이 인류애의 구현으로 완성되는 이 이야기는 여러 차례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또한 크로닌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제기한 의료계에 대한 비판은 영국 의료 시스템의 개혁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성채는 내 앞에 딱 버티어 연구자로서의 삶에 대한

동기부여를 계속해준다
인간의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명작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교 시절 필자의 집에는 많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책들이 있었다. 틈틈이 독서를 즐기다보니 읽을거리가 남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성채”라는 소설이었다. 사실 이 책은 필자가 상품으로 받았지만, 처박아 둔 것이었다. 고1 때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성경경시 대회가 있었는데, 당시 퀴즈풀기에서 손들어 문제 하나를 맞추어 상품으로 받았다. 그러나 두께가 상당한데다가, “성채”를 “성체(미사 때 예식으로 먹는 예수님의 몸을 상징하는 밀떡)로 오인하여 고리타분할 것이라고 오해하여 읽지 않았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지만, 한 시간쯤 지나서는 완전히 빠져들어 이틀간 꼼작 않고 독파한 후 엄청난 감동에 휩싸이게 되었다.

실제 이 소설은 전혀 종교서적이 아니었고, 앤드류 맨슨이라는 영국 시골 의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였다. 읽은 지 30년이 넘어서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영웅적인 의사의 이야기는 분명 아니었다. 남들이 기피하던 시골 탄광촌에서 의사 생활을 하면서 모순된 사회상과 부딪쳐 나름 좌중우돌하다가 초심을 잃고 세파에 휩쓸리게 되지만, 결국에는 초심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였다.

드라마 대본처럼 쉽게 쓰여 있었고, 문학적 수식이 별로 없었지만, 그 감동은 다른 어떤 고전 작품보다 더 하였고, 인간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명작 중의 명작이었다.


사실 이 책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놓았다. “성채”를 접함으로써, 판사가 되기 위해 법대 진학을 우선시했던 필자의 꿈이 의사로 바뀌어 공고화되었던 것이다. 의사의 삶이 평탄하지 않고 힘든 여정일 것이나, 소설 속 이상이었던 성채를 향한 도전이 인생의 매력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하여주었다. 의예과 시절에도 그 감동이 남아 저자인 A.J. 크로닌의 다른 소설들을 사서 읽었다. 그 소설들 역시 단순한 문체로 읽기 쉬우면서도 감동을 주는 공통점이 있었다.


A.J. 크로닌은 원래 의사였는데, 나이 오십에 소설가가 되어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분이다. 어린 마음에 나도 나이 오십까지는 의사로서 도전적 삶을 살아보고, 오십 이후에는 그처럼 소설가가 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써보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이제 필자의 나이가 오십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나이는 되었으되, 소설은 너무나 먼 곳에 있다. 의사 맨슨의 이상이었던 성채는 지금의 필자에게는 불후의 소설이 아니라 최고 IF의 저널들로 바뀌어 있다.

꿈은 바뀌었으나 성채는 내 앞에 딱 버티어 연구자로서의 삶에 대한 동기부여를 계속해준다. 비록 그 성채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이 나이에도 성채를 앞에 두고 살 수 있음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