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억새꽃

장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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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그림을 그린다
파란 하늘에 수채화를 그린다

구름을 비질하듯
붓끝 휘둘러 긋는 일필휘지

하이얀 깃털에
오색구름 물감으로 묻혀
새소리도 단풍도 화폭에 담는다

멋진 수채화 한 점 그려놓고
꽃처럼 붉은 노을 속으로
새가 되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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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의: 전남의대 졸업. 장안과 의원 원장.
‘조선문학’ 등단.

예술의 기원을 살펴보면 주술적 소통으로서의 예술의 태생을 접하게 된다. 초자연적 존재나 신비적 힘을 빌려 길흉을 점치고 화복을 비는 일이 주술이지만 그 내용은 어차피 우리가 인지할 수 있고 감각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며 허공에 그리고 써서 갈구하는 주술의 내용을 온전히 알 순 없지만, 새를 그리고 단풍을 흩고 꽃을 찍고 노을을 번지게 한다면 바로 그것들에 관한 주문(呪文)일 것이다.
억새를 보면 어디론가 가야만 할 것 같다. 실명(實名)의 하늘 공원에 억새 손끝을 지닌 이의 기원이 드디어 소망을 부리에 물고 전능하신 분에게 전하는 새처럼 날아가기도 하고, 끝없이 흔들리며 머뭇머뭇 떠나가지 못하는 망설이다 어느덧 노을에 물들어 버리기도 하면서 억새는 너나없이 떠나라고 권한다.
실명이 아니더라도 좋다. 가상의 하늘공원에 억새꽃이 만발하기를 갈망하는 눈길 혹은 마음이 있다면 그 눈과 그 마음이 있는 나의 진료실이 곧 억새꽃 가득한 공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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