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소통의 리더십

ㅣ저 자ㅣ 김헌식
ㅣ출판사ㅣ북코리아
ㅣ발행일ㅣ2008.7.12
ㅣ페이지ㅣ413쪽

ㅣ정 가ㅣ

13,500원

| 출판사 서평 | 이 책은 '소통'을 중시했던 세종의 리더십을 문화 심리를 통해 알아본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 카리스마, 조직 장악력, 비전, 목표 달성력, 네트워크 능력 등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사람들은 리더의 심성이 어떤가를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선한 심성의 소유자인 그의 말과 행동에 깊은 신뢰를 보인다.


세종, 민주통치 실현한 소통의 리더

박병태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이사

리더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또한 리더가 되기를 종용받는 세상이다. 세상은 이미 우리에게 훌륭한 리더에 관한 담론을 충분히 던져왔다. 우리나라는 올해로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천만 명을 충족하여 20-50클럽에 진입하고, 국제신용등급에서 최고등급을 받는 등 경제적으로도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다. 단군 이래 최고의 풍요 속에, 개성이 각광받는 시대이며 출중한 전문가도 넘쳐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달래지지 않는 불안 속에 여전히 진정한 리더를 갈망한다. 불안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현대 사회는 ‘소통’이란 공통의 키워드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참된 ‘소통의 리더십’을 실현할 이상적 인 모델로, 조선의 위대한 군주 세종을 주목한다.

세종은 위민사상을 바탕으로 민주 통치를 실현한 소통의 리더였다. 모두가 소통을 말하는 지금의 시대에, 세종이 국가 경영자로서 새롭게 각광받는 이유도 그것이다. 김헌식의 책 ‘세종, 소통의 리더십’은 세종 재위 기간의 어록과 대화록, 일화를 통해 그러한 세종의 면모를 보여준다. 정치와 문화, 국방, 외교 등을 섭렵한 많은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세운 세종을, ‘사람’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낱낱이 볼 수 있는 기회이자 그로 인한 생각과 깨달음을 얻게 할 기회의 책이다.

역사에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종은 즉위과정부터 순탄치 않았고 즉위 이후에도 7년간 세 차례의 국상을 맞는 등 굴곡의 과정을 겪었지만, 국정이 혼란한 시기를 틈타 무소불위의 권위를 부리고자함보다는 자리를 마련하여 공론을 듣고자 했다. 현대 민주정치의 기본원리를 이미 소신으로 실천하고, 신(臣)과 민(民)을 존중하며 그로부터의 권위를 자연스레 쌓아올린 것이다. 실제로 재위기간 동안 총 1898번의 토론을 열고, 세제인 공법에 대하여 17만 명에 달하는 신하와 백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책은 세종이 보여준 소통의 리더십을 생명과 원칙, 학문과 겸양, 조직과 인재경영 등의 여러 테마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는데, 이 모든 테마를 관통하고 있는 단 하나의 핵심어는 바로 ‘사람’이다. 출산 휴가 제도를 마련하고 신분과 무관한 노인복지정책을 펼쳤다는 사실들에서 현대에도 찾아보기 힘들 민심경영의 선구자적 면모를 볼 수 있으며, 정책 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계집과 노비, 노인을 생각하여 두루 살폈다는 일화들을 보며 세종이 가진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세종이 인문학 등에 스스로 매진하며 높은 수준의 학문적 소양을 갖추고 독서를 장려한 것도, 사람에 대한 진지한 철학과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실용만을 강조하는 여느 CEO와는 달리, 공공의 리더십을 수행하는 경영자가 필수적으로 본받고 갖추어야할 자세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듯 사람을 가장 중시하며 사람으로부터 듣고 사람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했던 세종은, 정(情)에 휘둘리는 정치를 하지 않고, 어떤 것에 있어서는 확고한 원칙을 두었으며, 사사로운 결정의 거시적인 영향력을 두려워하여 신중했다. 착한 사람을 천거하는 자에게 상을 주자는 이조판서 하연의 견해를 두고, 기준을 정하고 법제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 일화에서는 상의 변질을 염려하며 공평성을 갖고 멀리 보고자 하는 세종의 혜안이 드러난다. 또한 소위 ‘끝장토론’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토론을 즐겼던 세종이지만, 사안에 따라 통찰력을 가진 한사람의 판단도 훌륭할 수 있다며 무의식적으로 토론의 전례를 답습하는 것을 경계하기도 하였다.

한편 진정한 소통의 기본은 스스로를 낮추는 마음이며, 진정한 리더의 기본자세는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일일 것이다. 세종은 불필요한 하례를 없애고 최대한 간단한 예법을 차리게 함으로써, 허례허식을 두려워하고 오만방자한 마음가짐을 경계했다. 또한 큰 업적을 세운 일이 있어도 늘 겸손했고, 잘못에 있어서는 스스로를 꾸짖고자 하였다. 임금인 자신을 욕한 자를 도리어 살리려 하고, 자신에 대한 직언을 규탄 없이 듣고자 했던 점에서도 세종의 담대한 도량이 여실히 드러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허물과 잘못을 듣는 일은 두려운 일이게 마련이며, 그러한 일을 두려워하여 대사를 그르쳤던 안타까운 지도자들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무수히 보아왔다.

반면 세종은 한 나라의 군주로서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에 앞서 매사에 모범을 보이고자 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존경과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우리에게 리더십을 정의하지 않는다. 또한 세종의 리더십만이 옳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위인전이 아니기에 맹목적으로 칭송하지 않으며, 실제로 세종이 인간이기에 보였던 모순점과 고뇌에 대해서도 충분히 서술하고 있다. 다만 세종의 일화와 대화에 관한 기록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최대한 담백하게 해석해냄으로써 우리에게 사람을 경영하는 일, 마음을 이끄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옳은 리더십의 정답은 없지만 바람직한 리더십의 분명한 전제는 바로 ‘소통’에 있다. 그저 능력으로 인정받고, 경력으로 존중받기만 할 뿐 마음으로 신임을 얻지 못한 리더는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 이제는 어떻게 리더가 될 것인가가 아닌,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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