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자전거로 시작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 또는 살을 빼기 위해서 하던 운동이 점점 철인 3종, 풀코스 마라톤, 산악 마라톤, 100km 울트라 마라톤 완주에 이르게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나도 참 궁금하다. 운동에 미친다고들 하더니만 내가 바로 그렇게 된 것이다.


의과대학 학생 때부터 전공의 시절 그리고 시간이 많았던 공중보건의 시절까지 나는 운동과는 담을 쌓고 있었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살이 불기 시작했다. 배는 점점 나오고 체중은 점점 증가했다. 대학생 시절에는 65kg 나갔던 몸무게가 드디어 83kg에 이르렀던 것이다.


전문의자격증을 취득하고 드디어 결심하게 된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운동은 정말이지 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 나는 예전부터 ‘A sound mind in a sound body(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란 말을 신봉한다. 실제로 운동을 해 보면 안다. 육체를 단련시키다보면 정말 정신이 맑고 깨끗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뭐든지 직접 체험해보고 느끼는 감정이 가장 믿을 수 있고 오래 가는 것이다.


나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내가 이런 글을 쓴다니 좀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동안 겪었던 과정을 있는 그대로 적다보면 운동을 시작하려는 또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 지금부터 나의 운동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누구나 샤워하면서 자신의 몸을 보면서 한번쯤은 생각한다. “언제 이렇게 뱃살이 나왔지.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어떤 운동을 시작할까?”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험난한 전공의 트레이닝을 마치고 드디어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전임의로 근무하게 된다. 전문의가 돼서 기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트레스와 잦은 회식과 음주로 인해 몸은 점점 불어갔고 뱃살도 점점 늘어만 가고 있었다.


전문의를 취득함과 동시에 당장 집 근처 헬스장으로 달려가 무조건 등록을 했다. 헬스와 수영을 동시에 등록하고 매일 10km를 달려주고, 수영 강습을 월·수·금 받기로 했다. 3개월간 거의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달리고 수영강습을 받은 결과 몸무게는 83kg에서 75kg까지 수직 하강했고, 맥주병이었던 수영 실력은 25미터는 겨우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작심3일이 아니라 작심 3개월이었다. 헬스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하루 이틀 운동을 안 하다 보니, 몸은 다시 불어가고 운동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아내가 은행 포인트로 자전거를 받아 주었다. 한강 근처가 집인 터라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로 한강 시민공원으로 나가 짧은 거리를 돌고 오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먼 거리를 다니기 시작했고, 한강시민공원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무척 많았고 더 멋지게 차려입고 더 빠르게 지나가는 수많은 자전거에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나보다 빠르고 멋지게 달리는 자전거는 바로 산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MTB’(mountain bike)였다. 멋진 헬멧과 져지와 쫄바지 그리고 멋진 신발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인터넷 검색을 거쳐 MTB도 사고 멋진 헬멧과 져지, 쫄바지 그리고 페달과 신발이 완벽하게 결합되는 클릿 신발을 사게 된다. 그리고 남산을 올라가는 멋진 업힐 코스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남산까지 가는 코스를 연구해봤다.


일단, 잠수교를 거쳐 보광동 토끼굴을 지나 이태원을 통과해서 가는 방법과 한남동으로 해서 국립극장에 이르는 길이 있어 매일 남산을 올라 다니며 진정한 업힐코스를 즐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44분 걸리던 것이 3개월 정도 매일 꾸준히 타다보니 33분까지 단축되었다. 물론 잠수교 남단에서 출발해서 남산 타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대개는 국립극장에서 한 타임 쉬고 올라가곤 하는데, 나는 무조건 쉬지 않고 올라갔다. 지금은 남산 버스종점에서 남산 타워까지 올라가는 깔딱고개(?)를 못 올라가게 하지만, 당시에는 자전거로도 올라갈 수 있어서 수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마지막 스퍼트를 하곤 했다. 자전거로 열심히 이곳저곳을 다니던 중 한 회식자리에서 철인 3종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조대연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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