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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르의 제왕 “샤트후즈”

샤트후즈, 풀잎 같은 술 색깔…깊이 있는 맛 특징
‘그린 샤트후즈’ 130종 식물·꽃 혼합 증류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그의 인상에서 풍기는 인상만큼이나 파격적이고 폭력 미학적인 영화철학의 추구로 유명한 감독이다. 1963년 미국 테네시주의 녹스빌에서 태어난 그는 ‘수원지의 개’(Reservoir Dogs), ‘펄프픽션’(Pulp Fiction), ‘킬빌’(Kill Bill) 등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확고 부동한 명성을 얻고 있는 유명 감독이다.
‘데쓰프루프’(Death Proof)는 그의 2007년도 작품으로 이른바 B급 영화의 전형을 이루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어떤 네티즌의 평처럼 최고의 짜증과 최고의 쾌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타란티노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영화의 즐거리는 간단하다. 영화에서 자동차 액션 전문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는 마이크는 사실은 자동차를 이용하여 젊은 여자들만 전문적으로 살해하는 변태 살인광이다. 영화에서 그는 처음 텍사스 오스틴이라는 도시에서 세 명의 매력적인 여자들을 표적으로 따라붙는다. 그녀들은 끼리끼리 남자친구 이야기도 해가며 즐거운 자동차 나들이길을 떠난다. 중간에 들른 단골바에서 다른 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마시며 즐겁게 논다. 그녀들은 바로 그곳에서 그녀들을 노리는 마이크와 만나게 된다.

마이크는 바에서 만난 줄리아의 또 다른 친구 팸이란 여자를 집까지 태워 주겠다고 나선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칸막이가 되어있는 차를 보고 의아해하는 팸을 보고 마이크는 스턴트용이라며 자기 차는 절대 탄 사람이 죽지 않는(Death Proof) 차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펨은 마이크의 의도적인 난폭 운전과 급제동으로 조수석 칸의 유리 칸막이에 사정없이 부딪히며 사망하고 만다. 죽기 전 팸은 데쓰프루프는 운전석에만 통용되는 말이라는 마이크의 희죽거림을 듣게 된다.

마이크의 다음 표적은 바에서 나와 호숫가로 향하고 있는 세 명의 여자였다. 그의 살인 방법은 놀랍게도 그의 차를 전속력으로 몰아 그녀들의 차와 정면충돌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생명도 당연히 위험할 수 있었지만 스턴트 차의 견고함과 살인마적인 광기가 어울려져 이런 방법을 강행하게 되고 결과는 그의 의도대로 되었다.
14개월 후 무대는 테네시주의 레바논시로 바뀌게 된다. 부상에서 회복된 마이크는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서고 그의 눈에 4명의 아름다운 젊은 여자 일행이 표적에 들어왔다.

그녀들 일행 중 조이의 제안으로 닷지 챌린저라는 차를 타고 모험을 해 보기로 한다. 대상은 중고차 판매로 나온 차로 시운전을 명목으로 빌려 한 친구를 담보로 맡긴 뒤 셋이서 주행에 나섰다.
그런데 사실 조이의 목표는 보다 화끈한 것이었다. 즉 주행 중에 조이가 끈에 의지한 채 자동차 밖으로 나가 본네트 위에 매달려 가는 스릴을 맛보는 것이었다. 이미 과거에 그런 위험한 상황을 경험한 친구는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결국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그러나 그녀들이 그런 모험을 즐기고 있을 때 바로 마이크의 차가 난데없이 나타나 그녀들의 차에 부딪히며 조이의 생명과 함께 차를 전복 직전까지 몰고 간다.

모든 정황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바로 이 때 타란티노적인 반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행 중 하나인 흑인 여성 킴이 호신용으로 지니고 있던 총으로 마이크의 왼쪽 어깨를 맞히게 되고, 이 후 오히려 여자들이 마이크를 추적하는 상황이 연출되게 된다. 그 다음은 여자들의 철저한 복수가 이루어지고 마이크는 그야말로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여자들 간의 대부분의 대화는 단순한 수다일 뿐 관객으로서는 영화 자체의 줄거리와 연관을 짓기 어려운 내용으로 돼 있다. 어떤 평자는 이를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아무 이유가 없다”라는 한마디로 압축하기도 한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 뜻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술 ‘샤트후즈’(chartreuse)도 타란티노 감독이 의도한 이유없는 등장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텍사스 오스틴의 여자들이 바에 들렀을 때 여러 사람들에게 바 주인이 한잔 하자고 권유하는 술인 샤트후즈는 그 자체로는 매우 유명한 술이지만 아마 영화장면에서 나온 것으로는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인은 이 술을 소개하며 워낙 술이 좋아 술 이름 자체가 색깔 이름이 되었을 정도라고 소개한다. 이는 영화에서도 보이지만 풀잎 같은 술 색깔이 무척 매혹적이어서 샤트후즈라는 술 이름 자체로 연두색을 의미하는데서 연유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과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샤트후즈란 구체적으로 어떤 술일까? 샤트후즈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리큐르’중에서 가장 깊이가 있는 맛으로 흔히 리큐르의 제왕으로까지 불리는 제품이다.

이 술은 1084년 독일 태생 Bruno에 의해 프랑스 샤트후즈 산속에 세워진 수도원 La Grande Chartreuse에서 만들어 진 것이 유래로 지금은 수도원에서 25km 정도 떨어진 Voiron이란 마을에 있는 증류소에서 생산되고 있다. 샤트후즈는 지금도 전통적인 제조법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데 수도원의 수사(monk) 중 2명만이 그 제조법을 알고 있다고 한다.
샤트루즈는 현재 모두 11가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상표의 색깔을 딴 Green과 Yellow 제품이다. 이 중 Green(55%)은 1764년에 소개된 최초의 공식 제품으로 130종의 식물과 꽃을 혼합하여 증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짙은 약초향과 함께 강한 알코올 농도로 묵직한 느낌을 준다. 한편 Yellow(40%)는 1838년에 소개되었는데 Green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하고 단맛이 강하다.

샤트후즈는 최근 Green과 Yellow 제품의 성공에 힘입어 현대인의 다양한 기호에 맞추어 여러 가지 추가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이 중 VEP(Vieillissement Exceptionnellement Prolonge) 제품은 영어로 ‘aged exceptionally long’(초장기 숙성)이란 뜻으로 증류 후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한 제품이다. 표준 제품과 마찬가지로 Green(54%)과 Yellow(42%) 두 종류가 있다. 그리고 Liqueur du 9 Centenaire(900년 리큐르) 제품은 1984년 샤트후즈 수도원 설립 900주년 기념으로 출시한 것으로 47% 제품이다. 그밖에 Genepi(40%)는 알프스 산맥에서 나는 허브들을 재료로 그리고 Eau de Noix(23%)는 호두를 재료로 만든 제품이다. 마지막으로 과일을 재료로 만든 제품이 4가지가 있는데 각각 black currrant(Cassis, 20%), raspberry(Framboise, 21%), blueberry(Myrtille, 21%), bilberry(Mure Sauvage, 21%)로 만든 제품이 있다.

리큐르 종류의 술은 일반적으로 단맛이 강하면서 깊은 풍미는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샤트후즈는 ‘리큐르의 제왕’이란 명성에 걸맞게 깊은 품격에 있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러분들도 한번 기회가 되면 반드시 한번 맛볼 것을 권한다.


‘데쓰프루프’ 영화 포스터
샤트후즈의 대표 상품인 Yellow<왼쪽>와 Green 제품.

곽수연 기자  yeon804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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