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6년 ‘맥주순수령’ 공포 맥주품질 향상시켜
흑맥주, 하면발효 라거맥주…초콜릿•커피향 특징

독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 제일의 맥주대국이다. 독일 전역에 걸쳐 곳곳에서 맥주와 소시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맥주가 오늘날 독일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2주 이상 뮌헨에서 열리는 맥주축제인 ‘옥토베르페스트(Octoberfest)’는 독일을 떠난 세계적인 축제로서 이미 유명세를 떨치며 맥주왕국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1810년 10월 당시 바이에른의 황태자인 루드비히(Ludwig)의 결혼에 맞추어 시작된 이 축제는 이제 독일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서 7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맥주의 중심에는 독일맥주가 자랑하는 ‘맥주순수령(라인하이츠게보트; Reinheitsgebot)’이라고 불리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많은 독일맥주의 상표에서 볼 수 있는 “Brewed in strict accordance with the German purity law of 1516”이라는 구절이 바로 이 맥주순수령을 가르치는 말이다.
맥주순수령이란 지금으로부터 무려 500년 전인 1516년 독일의 빌헬름 4세에 의해 맥주의 품질 향상을 위해 입안된 법안을 말한다. 즉 “맥주 제조에 보리와 호프 그리고 물의 3가지 원료 이외에는 일체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지켜지며 독일맥주의 자긍심으로 내세워지고 있다.

물론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다른 국가의 맥주들이 이 이유만으로 독일맥주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 법령의 공포로 맥주의 품질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후 독일맥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게 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이트맥주에서 ‘프라임’이라는 상표를 내놓으면서 맥주순수령에 의한 제품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일맥주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일반적인 라거(Lager)스타일의 맥주를 떠올리게 된다. 라거맥주와 함께 맥주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에일(Ale)맥주의 종주국이 영국이라면, 라거맥주가 독일을 대표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독일 라거맥주의 그 산뜻한 맛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맥주가 주는 진정한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독일맥주에는 일반적인 라거맥주를 떠나 일반 애주가들은 미처 모르는 다양한 맥주 종류가 존재하고 있다. 우선 일전에 소개한 바 있는 밀맥주(whear beer)가 있다. 뮌헨을 중심으로 한 바바리아 지역 제품이 특히 유명한 밀맥주는 그 인기가 나날이 높아져 이미 독일맥주의 또 다른 아이콘으로 인정되고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소규모로 직접 맥주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웬만한 곳(microbrewery)에서는 거의 모두 이 밀맥주를 취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밀맥주는 여름에 갈증을 없애주는 최적의 맥주로 손꼽히고 있다.

복비어(Bock beer)는 14세기 독일의 아인벡(Einbeck)이라는 마을에서 시작된 강한 맛을 띠는 에일맥주와 비슷한 스타일의 라거맥주를 말한다. 복이라는 맥주 이름은 이 마을 이름에서 변형된 것인데, 복이 한편으로는 독일어로 염소를 뜻하기 때문에 이들 맥주 상표에 종종 염소가 그려져 있기도 한다.
복은 호프의 쓴맛은 덜한 반면에 몰트향이 풍부하며 상대적으로 단맛이 강하다. 과거 수도사들이 사순절 기간 동안 단식수도를 할 때 영양 공급원으로 복비어를 음용하곤 하였다. 복비어에는 5월을 전후한 봄에 주로 마시는 옅은 색깔의 Maibock(Hellerbock), Salvator(영어로 savior란 뜻)라는 대표 제품으로 유명한 Doppelbock 등의 변형들이 있다.

또 독일 서쪽 뒤셀도르프의 명산으로 알려져 있는 알트비어(Altbier, old beer)가 있다. 이 맥주는 일반 라거맥주와는 달리 상면발효를 하는 특징이 있다. 색깔은 진한 편이고 호프의 쌉쌀한 맛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맥주다(사진 1).
그리고 맥주를 만들 때 훈제시킨 엿기름(malt)을 사용하기 때문에 맥주에서 스모크향이 느껴지는 Rauchbier(smoked beer)라는 맥주도 있다. 짙은 색깔에 복합미를 자랑하는 이 맥주는 독일 밤베르그(Bamberg) 지역의 특산물인데, 특히 슐렌케를라(Schlenkerla) 제품이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흔히 보는 짙은 색깔의 흑맥주가 아니라 그야말로 검은색을 띠는 흑맥주(Schwarzbier, balck beer)가 있다(사진 2). 이 맥주는 하면발효를 시키는 전형적인 라거맥주의 일종으로 초콜릿이나 커피향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는 영국의 스타우트(stout)맥주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나 보다 부드럽고 쓴 맛도 덜하다.
애주가들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특히 좋아하는 맥주가 있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단순히 익숙한 맛을 즐기는 것을 떠나 새로운 맛에 대한 도전을 한번 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전형적인 Altbier의 색깔을 보여주는 제품 사진.
Schwarzbier의 칠흑 같은 검은색을 띠는 흑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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