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킬라, 8~10년 숙성된 ‘용설란’으로 제조
데킬라 두 차례 증류… 블랑코, 칵테일용으로 사용

영화 ‘다이하드(Die Hard)’는 1988년 제1편이 소개된 이후 블루스 윌리스를 일약 세계적 액션 스타로 만든 유명한 작품이다. 1편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까지(2007년) 4편이 나왔으며, 모두 흥행에 성공하였다. 영화에서 주인공 죤 맥클레인은 참으로 끈질기게 온갖 고비를 넘기며 살아남는다. 그야말로 다이하드 즉, 쉽게 죽지 않는 현대판 영웅인 셈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이토록 ‘다이하드’한 잘못된 지식이나 상식이 흔히 발견된다. 이러한 오류들은 아무리 반복하여 잘못 된 사실이라고 지적당하더라도 그 때 잠시뿐 여전히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술의 세계에서도 당연히 이러한 오류들이 적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아마 “데킬라는 선인장으로 만들어진다” 만큼 ‘다이하드’한 예도 드물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데킬라의 재료는 선인장이 아니라 ‘용설란(龍舌蘭)’이라고 불리는 다른 식물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여도,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선인장으로 믿고 있으며, 심지어 “데킬라는 용설란이라는 선인장의 일종으로 만들어진다”라는 절묘한 절충답안(?)까지 등장하였다.
자 그러면 이런 측면에서 데킬라의 제조 과정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데킬라를 만드는 첫 과정은 8~10년 정도 잘 자란 숙성된 용설란(아가베)을 골라 가지를 쳐 내는 것이다<사진 1>. 용설란이라는 이름은 그 가지들이 마치 용의 혀와 모양이 비슷하다고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선인장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가지를 다 쳐낸 아가베는 마치 파인애플과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도 스페인어로 파인애플인 ‘피냐’라고 부른다<사진 2>. 이 피냐를 만드는 과정은 매우 힘이 들고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데 이들 전문 인부들을 히마도르(Jimador)라고 부른다.

아가베를 피냐로 만든 다음에는 오븐에 넣고 증기로 찌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아가베 내의 녹말 성분이 당분으로 바뀌게 된다<사진 3>. 이렇게 찐 아가베를 아가베 아사도(Agave Asado)라고 부른다. 그 다음은 아가베 아사도를 압축기에서 짜서 주스로 만든 뒤에 저장 통에 일시 저장하여 발효 준비를 한다.
발효 과정에서는 효모에 의해 아가베 주스 안의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게 된다. 대부분 상업용 효모를 이용하나 에라두라(Herradura)사 같은 경우에는 천연 효모를 사용하기도 한다.

발효가 끝난 발효액은 다음 단계로 데킬라 제조의 핵심인 증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데킬라는 두 차례에 걸쳐 증류를 한다<사진 4>. <사진 5>에서 가장 왼쪽 병은 발효를 끝낸 증류 직전 상태의 용액이고, 중간은 일차 증류를 끝낸 25도 정도의 Ordenario라고 부르는 증류액이다. 마지막 오른쪽이 이차 증류를 끝낸 데킬라가 된다.
증류가 끝난 술은 나무통에 저장하여 숙성 과정을 밟게 된다. 데킬라는 숙성 여부 및 그 기간에 따라 기본적으로 블랑코(Balnco), 레포사도(Reposado), 아녜호(Anejo)의 세 종류로 나눈다. 블랑코는 글자 그대로 하얗다는 의미인데 별다른 나무통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색깔의 변화가 없다. 다만 일부 제품에서는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캐러멜을 첨가하여 색깔을 내기도 한다. 블랑코를 제외한 레포사도와 아네호 두 제품은 숙성 창고에서 일정 기간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사진 6>. 이 중 아네호는 데킬라 중에서는 가장 장기 숙성 제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블랑코는 칵테일용으로 그리고 레포사도와 아네호는 단독 시음용으로 선호되고 있으나, 일부 애주가들은 순수한 불랑코의 맛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우도 있어 아무래도 그 최종 판단은 역시 각자의 몫이 될 것이다.

멕시코 데킬라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가베(용설란) 밭.
히마도르가 용설란으로부터 피냐를 만들고 있는 장면.

피냐를 오븐에 넣고 있는 모습.
데킬라 증류기.

데킬라 증류 과정의 변화.
데킬라 숙성 창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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