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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병입자 세계 ‘위스키 이해’- 고급편

‘몰트위스키’ 단식증류기•맥아보리만 사용
다양한 이름•숙성기간 같은 싱글몰트위스키 존재

최근 몇몇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 일본 사케가 근래에 들어 꽤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어떤 기사에서는 심지어 “와인은 저리가라, 이제는 사케다!”라는 아직까지는 과장의 느낌이 강한 문구까지 등장하곤 한다. 사실 돌이켜 보면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와인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오늘날처럼 빠른 속도로 보편화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대중화를 넘어서서 오늘날 주위에서 수많은 자칭타칭의 전문가들을 손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와인산업이 성장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게 신문화의 대표주자중의 하나로 그 위세를 떨치던 와인이 어느덧 후발주자에 밀려 구문화의 취급을 받는 것을 볼 때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속도가 빠르다는 뜻도 될 것이다.

위스키의 세계에서도 최근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제품들을 제치고 일부 애주가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 있다. 바로 몰트위스키(malt whisky)라는 것이다. 몰트위스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블렌디드위스키(blended whisky)와는 달리 단식증류기만을 사용해 순수하게 맥아(몰트)보리로만 만들어진 위스키를 말한다. 몰트위스키는 한때 맛이 거칠어 단독 제품으로는 상업화가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으나, 1960년대 유명한 글렌피딕사의 첫 도전 이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상품이 되었다. 몰트위스키는 그 본산지인 스코틀랜드를 떠나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많은 마니아들을 만들 정도로 입지를 확보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와서야 조금씩 그 기반을 다지고 있다.

몰트위스키는 한 증류소에서 나온 증류액만을 사용하느냐 아니면 여러 증류소의 증류액들을 혼합했느냐에 따라 싱글몰트위스키와 혼합몰트위스키(vatted malt whisky)로 나눠진다. 이 중에서 아무래도 싱글몰트위스키가 그 족보가 확실하고 따라서 맛에 대한 일관성도 유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단연 인기를 끌고 있고 실제로도 대부분의 몰트위스키는 싱글몰트위스키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싱글몰트위스키는 그 정의상 한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증류액으로만 이뤄진 위스키이기 때문에 본산지 스코틀랜드의 경우 현존하는 90여개의 증류소에서 다 만들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지명도가 있는 글렌피딕이나 맥켈란 같은 싱글몰트위스키 제품들도 바로 증류소의 이름으로 해당 증류소가 출시한 제품들을 말한다.
그런데 실제 싱글몰트위스키들을 접하게 될 때 이런 간단한 원칙만을 가지고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제품들을 흔히 보게 된다. 한 증류소의 싱글몰트위스키가 여러 다른 회사의 이름을 달고 팔리기도 하고, 거꾸로 한 회사의 이름으로 생산된 여러 증류소의 싱글몰트위스키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몰트위스키의 이해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독립병입자’라는 제도 때문이다.

과거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들에서는 현대적 병입(bottling) 시설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에 증류가 끝나면 증류액들을 나무통에 넣어 주류 중개상이나 숙박업소, 그리고 심지어 부유한 개인들에게 바로 파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금 순환도 빠를 뿐만 아니라 법적 의무기간인 3년 이상 위스키를 숙성시키기 위해 많은 위스키통들을 보관•숙성시켜야 할 창고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설사 창고가 있어 보관하고 있는 경우에도 거래조건만 맞으면 바로 파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러한 전통 때문인지 현대에 와서도 많은 스코틀랜드의 증류소 중 자체적으로 병입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불과 3곳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이렇게 각 증류소들로부터 해마다 원하는 양의 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주류 중개상들은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이들 위스키 숙성 나무통들을 그들만의 방법으로 숙성시켜 나갔다. 이후 소정 기간의 숙성이 끝나면 이들을 병입해 자기 회사 이름과 함께 해당 증류소의 이름을 표기한 싱글몰트위스키를 출시했다. 따라서 A라는 주류회사에서 여러 증류소의 제품들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또 거꾸로 B라는 증류소의 싱글몰트위스키를 이를 확보한 다수의 주류회사에서 똑 같은 제품으로 출시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독립병입자들의 제품들은 그 회사가 어느 정도 신뢰도와 전문성을 가지고 위스키의 숙성 과정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최종 제품의 품질에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같은 이름을 가진 싱글몰트위스키에 같은 숙성 기간의 제품이더라도 다양한 품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관리의 문제점을 인식한 몇몇 유명 증류소들은 최근에 중간 주류업자들에게 가급적 술을 넘기지 않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이미 팔려 나간 옛 술들을 다시 되살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수많은 독립병입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로는 Gordon & MacPhail과 Cadenhead의 두 회사가 있다. Gordon & MacPhail사는 실로 대단한 양의 각종 싱글몰트위스키 재고량을 확보하고 있어 웬만한 주류 전문점에서는 이 회사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이다. 회사의 규모만큼 품질 관리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Cadenhead 역시 유명 회사로 그 규모는 Gordon & MacPhail사에 미치지 못하나 비열여과제품을 처음 출시하는 등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여러분들도 한 사람의 진정한 위스키 애주가가 되려면 독립병입자의 개념을 모르고는 제대로 독립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각종 독립병입자 싱글몰트위스키 제품 미니어처들.
독립병입자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Gordon & MacPhail사의 제품 미니어처들.

곽수연 기자  yeon804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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