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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돌아가자 ‘위스키 이해’- 고급편

술의 세계에도 웰빙 제조 노력 보여
非냉각여과 제품 등장…자연주의 열풍 반영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지금의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유명한 낭만주의 철학자이다. 인간의 이성이 꽃을 피웠던 계몽주의의 시대에 활동하였던 그는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지주가 되었던 자유인권 사상을 확립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근대적 교육론을 담고 당시 육아교육의 바이블로까지 불렸던 ‘에밀’의 저자이기도 하였지만 젊은 세탁부 출신 여자 사이에 낳은 다섯 명의 아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내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오히려 자기고백을 통한 스스로의 삶의 모순에 대한 뼈아픈 성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쨌던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는 비록 루소에 관해 딴 것은 모르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가자’로 함축되는 그의 사상의 일단만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비록 루소 자신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자연과 사회의 대비를 통하여 인간의 자연적 충동을 찬양하고 자연으로의 건전한 회귀를 주장하였다.
그의 철학에서는 사회가 인간을 사악하게 만들고 각종 제도는 인간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루소가 원한 것은 인간이 다시 자연 상태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처한 단계에서 자연 상태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루소의 어려운(?) 철학을 떠나서라도,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자연주의에 대한 인식이 또 다른 관점에서 의식주 모든 분야에 걸쳐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음식물의 경우 곡물의 재배나 가축의 사육 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 제조 과정에서도 가급적 가공을 피하여 자연 상태 그대로 만들어 제공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 전반에 걸친 흐름이 술의 세계라고 해서 그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가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일부 위스키 제품 라벨에서 볼 수 있는 ‘cask strength’와 ‘non chill-filtered’ 등의 용어이다.

먼저 cask strength라는 용어에 관해 알아보자. 원래 위스키는 증류가 끝나면 60도 후반에서 70도 중반까지의 알코올 농도를 가지게 된다. 이 고 알코올 농도의 예비 위스키에 위스키 본연의 특성을 주기 위해 오크통에 담아 숙성 과정을 밟게 된다.
이때 최소 숙성 기간은 나라마다 법적으로 규정돼 있다. 나무통에서 숙성되는 기간 중에 술은 자연스럽게 증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증발 과정으로 없어지는 몫은 흔히 낭만적으로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보통 1년에 총 용량의 2.5% 씩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천사에게 후하게 인심을 쓰고 나서 남게 되는 술의 알코올 도수는 숙성 기간과 숙성 조건에 따라 달라지나 일반적으로 50~60도 정도로 떨어지게 되고 어떨 때는 50도 이하로까지 감소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스키들을 40도의 법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물을 타서 희석시켜 보통 40~43도 사이로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10~20년 전부터 병입을 하기 전에 술에 물을 타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부에서 일기 시작하였다. 위스키에 물을 타는 행위 자체가 술의 자연스러운 고유의 맛에 손상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고 알코올 농도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애주가들에게도 희석의 정도를 그들 스스로에게 맡겨 자신들에게 맞는 술을 즐기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 통(cask)에서 나온 그대로의 알코올 농도(strength)로 병입하는 것이었다. 이 생각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근래에 들어 이러한 제품들이 조금씩 애주가들의 호응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하나의 자연주의 예는 비 냉각여과(non chill-filtered) 제품의 등장이다.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위스키는 출시 전 냉각여과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위스키를 일정 온도 이하로 냉각시키면 술 속의 단백질과 기타 성분들이 미세한 침전물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을 여과기로 걸러 투명하게 깔끔한 술로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술을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마실 때 얼음(또는 찬 물)을 넣으면 술이 뿌옇게 변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애주가들이 이렇게 혼탁한 느낌을 주는 술을 불순물과 연관지어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업자들의 입장에서도 냉각여과 과정을 당연시 하였다.

그런데 최근 인위적인 냉각여과 과정을 피해 자연 그대로의 술을 그대로 자랑스럽게 출시하는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른바 비냉각여과 제품들인데 술의 원래 성분들을 그대로 보관함으로서 오히려 술맛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근 불고 있는 자연주의 열풍의 인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도 생각된다.
심지어 최근의 일부 제품에서는 나무 통속에서 숙성시킬 때 형성된 찌꺼기까지도 그대로 병에 담아 내놓기도 한다. 말하자면 숙성이 끝난 자연 상태 그대로의 술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라벨에 이러한 표현이 적혀있는 위스키를 발견하여 마시게 될 기회를 가질 때, 그 술에서 어느 정도의 자연주의를 느낄 수 있을지는 결국 각 개인의 몫일 것이다.

싱글몰트위스키의 하나인 아란(Arran)사 제품 미니어처. Arran Malt라는 상표 밑에 non-chill filtered라는 글귀가 잘 보이고 있다.
Blackadder사 싱글몰트위스키 제품 미니어처들. 각각 cask strength 제품들로 왼쪽은 59.3% 그리고 오른쪽은 60.6%의 높은 알코올 농도를 상표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곽수연 기자  yeon804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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