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로이•BNJ 위스키, 월터 스코트 소설 속 인물 표방
‘안티퀘리’ 토마틴 증류소 제품…스마트한 병 모양 특징

첫 사진에서 보이는 위스키 미니어처들은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blended Scotch whisky) 제품들이다(사진 1). 두 종류 모두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표이지만 왼쪽의 롭로이(Rob Roy)라는 제품은 Morrison Bowmore사에서 출시한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수입된 적이 있기 때문에 혹시 아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오른쪽 제품은 ‘Bailie Nico Jarvie’라는 위스키인데 싱글몰트로 유명한 글렌모란지(Glenmorangie) 회사에서 출시한 것으로 현존하는 블렌디드 위스키 중 몰트의 함량이 가장 높은 것(약 60%)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BNJ라는 약어로 불리고 있는 이 위스키는 맛 또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어 권위 있는 국제품평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두 제품은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블렌디드 위스키라는 것 이외에 재미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즉 두 제품은 그 이름과 생산 회사는 다르지만 월터 스코트(Walter Scott; 1771~1832)라는 스코틀랜드의 국민작가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들 중 혹시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를 여행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내 중심 중앙도로 한 쪽에 웅장한 위용을 한껏 과시하는 월터 스코트의 기념탑을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단한 기념탑을 보고 있노라면 월터 스코트가 스코틀랜드 국민의 가슴속에 어느 정도의 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가에 대해 여실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월터 스코트는 1771년 에딘버러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걸린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게 되자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어린 시절을 시골 할아버지의 농장에서 보냈다. 그 곳에서 고모 제니에게 들었던 옛날 이야기와 전설들은 훗날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코트는 에딘버러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마친 뒤 변호사가 되었고 1797년에는 결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문학에 대한 열정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독일의 시를 번역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시와 소설로 그 영역을 넓혀 나갔다.

스코트는 특히 역사를 소재로 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종횡무진으로 살린 소설을 통해 당시 영어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는 작가가 되기도 했다. 이런 그의 공적으로 작위까지 받게 되어 훗날 Sir Walter Scott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런 명예에도 불구하고 말년에는 사업에 실패하고 크게 고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건강까지 나빠져 결국 1832년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월터 스코트의 대표작으로는 흑기사 이야기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아이반호(Ivanhoe)를 위시하여 롭 로이(Rob Roy), 호수의 여인(The Lady of The Lake), 웨블리(Waverley) 등이 있다. 여기서 오늘날 스카치위스키의 한 상표 이름으로까지 등장하고 있는 롭 로이는 흔히 스코틀랜드의 로빈 후드(Robin Hood)로도 불리고 있는 실존 인물이지만 앞서 말한 월터 스코트의 동명 소설로 더욱 유명해진 인물이다.
사진 속의 또 다른 위스키인 BNJ는 이 소설에서 롭 로이의 친척으로 등장하면서 글래스고의 치안판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다. 다만 이 사람은 실존 인물은 아니고 월터 스코트가 만든 가공의 인물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스카치위스키 중에서는 이외에도 또 하나 월터 스코트와 관련이 있는 제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두 번째 사진의 안티퀘리(Antiquary)라는 술이 그 것이다(사진 2). 이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도 위스키의 명산지로 잘 알려진 스페이사이드의 토마틴(Tomatin) 증류소 제품으로 스마트한 병 모양이 특징적인 제품이다.
이 안티퀘리 역시 월터 스코트의 또 다른 소설의 이름이다. 안티퀘리는 영어로 고고학자란 뜻인데, 소설 속의 주인공인 로렐이라는 청년이 스코틀랜드 여행 중에 만난 수다스러우면서 학문적 삶에서 도피 중인 것으로 설정되고 있는 한 고고학자를 지칭하고 있다. 월터 스코트가 비록 이론의 여지가 없는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국민 영웅이긴 하나, 오늘날 위스키의 이름에서까지 이렇게 유명세를 떨치게 될지는 아마 본인도 미처 짐작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1>월터 스코트의 소설 롭 로이에 나오는 두 인물을 표방한 위스키 미니어처들.
<사진 2>월터 스코트의 또 다른 소설 안티퀘리의 이름을 딴 위스키 미니어처(5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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