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변호사와 싸우는 미국 의사들<1>

방어의학 소요비용 연간 700억~1천260억 달러
‘부실소송’ 방지 시도 의료보험 요금상승 막는 길

▲ 김일훈 박사
在美 내과 전문의, 의사평론가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만 법조인이 되는 한국 등 동양사회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웬만한 성적만 갖추면 2류 3류 법대입학은 허용되고 졸업생 대부분은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된다. 그 결과 현재 변호사 약115만 명(의사는 약 80만 명)이라는 변호사 과다사회를 이루고, 이것이 소송 과다사회로 이끌고 있다.

민주국가 법률제도에서 소송의 문은 만인에게 열려있고, 여기에 악덕 변호사들은 원고(환자)가 입은 나쁜 진료결과를 의료과오로 몰아서 이를 간교한 방법으로 입증하려고 억지시도를 한다. 그래서 의료과오소송이 난발하고 이것이 우리의사들이 흔히 겪는 ‘부실하고 터무니없는 법률소송’(frivolous lawsuits. 본문에선 ‘부실소송’이라 약칭함)이며, 돈 많이 번다는 의사들이 소송의 표적이 되어왔다.

이번 미국대선에서 민주당후보로 출마했다가 예선에서 떨어진 에드워드 상원의원은 의료소송으로 의사들 등을 쳐서 억만장자가 된 대표자이다. 소송을 두려워하는 많은 의사들은 신변보호를 위해서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남용하는 소위 ‘방어의학(defensive medicine)’을 도입하여, 만일 ‘부실한 소송’을 당하는 경우 “환자를 위해 가능한 진료는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게 대비하고 있다. 이렇듯 ‘방어의학’에 낭비되는 비용은 연방보건부 추정에 의하면 연간 700억 내지 1천260억 달러($70B~126B)나 된다. 또한 수련의의 전문의선택에 있어도 의료소송이 가장 큰 관심사라는 조사가 나왔다.

의료소송 자체비용도 큰 문제이며 의사들의 변호비용은 평균 11만 달러이고, 소송취하되는 경우에도 약 1만5000 달러가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더하여 의료소송은 몇 년이나 끌어나가고 억울하게 소송당한 의사는 비록 승소했어도 그간 겪은 고통과 보험료인상 등 불이익을 참고 견뎌야만 한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을 역임한 교포출신의사 닥터 우준균(Kenneth J. Wooh. 서울의대 1967년 졸업)은 주변동료에게 존경받던 우수하고도 착실한 전문의인데, ‘부실한 소송’에 말려들어 끈질기게 투쟁해 왔다.
‘닥터 우’는 원고변호사의 배후타협안을 물리치고 그의 양심에 호소하여 5년간이나 끈질긴 법정투쟁결과 최종 배심원판결에서 5대 1로 승소했다. 그는 소송의 자초지경과 그간 겪은 심경을 한권의 책으로 출간하여 미국 의학계의 찬사를 받고 있음을 알린다(사진참조: 책명은 SPLIT VERDICT. ‘전원일치가 아닌 판결’).

역소송의 선두주자 오하이오州
그런데 근래에 와서 의사들이 흔히 당하는 터무니없는 내용의 의료과오소송에 대해 역소송한 결과 승소한 케이스가 많아짐으로서 의사들의 용기를 부추기고 있다.
또한 성공한 역소송은 함부로 의사들 호주머니를 노리는 악덕 변호사들에게 “함부로 천박한 소송은 생각도 말라”는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점에서 큰 뜻이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역소송은 미국 50개주에서도 특히 오하이오주에서 많이 시도되어 선공한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2003년 이래 오하이오에서 역소송에 승소해서 소송비용을 지불받은 건수는 모두 8건이나 된다. 원고변호사의 터무니없는 소송에서 승소한 의사들이 제기한 역습(소송)은 금전문제를 떠나서도 근거 없는 주장(소송)을 다시는 하지 말라는 경고메시지를 그들에게 보내는데 가장 큰 뜻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2005년도 이후 오하이오 주정부는 의료소송에 있어 원고측에 ‘전문의 증언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결코 합리적인 소송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런 근거없는 악의적인 케이스와는 맞서서 싸워야만 한다”고 오하이오주 의사회 간사는 선언했다.
의료소송개혁법(Tort Reform)과 더불어 부실한 소송을 방지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는 결과적으로 의료보험 요금상승을 막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역소송에 대한 비용은 보험회사에서 커버하지 않으나, OSMA(오하이오 의사협회)와 산하의 부실소송대책위원회(Frivolous Lawsuit Committee)에서 법적도움과 금전보조를 제공하고 있어 의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N보험회사에서는 의사들에게 부실한 소송에 대처할 법적자료를 제공하는 보험폴리시를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입한 의사는 근거 없다고 믿는 안건에 대해 환자가 자기를 소송하리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보험사는 즉시 “의사가 역소송 할 것이다”는 서한을 원고변호사에게 보낸다. 그러한 결과 그중 약 11% 케이스만이 실제 소송하게 된다는 데이터가 있다. 지난해(2008년) 의사의 역소송해서 승소한 3개의 케이스는 다음과 같다.

▲일반외과의사 J 케이스: 환자는 수술 받은 후에 그의 손가락일부를 잃었다는 이유로 닥터 J를 두 번에 걸쳐 소송했으나, J는 수술과 무관한 결과라고하여 전적으로 부인했으며 전문의 증인도 증언을 철회했다. 그런 다음에야 원고변호사는 소송을 취하했다.
여기서 J는 소송으로 인해 보험사에서 보험요금을 크게(연간 10만 달러) 올리는 바람에 개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물론 원고변호인을 역소송 함으로써 손실액을 되찾게 되었다.
▲흉부외과의사 O 케이스: 관상동맥 바이패스수술시 환자가 출혈로 사망한 케이스에서, 닥터 O는 조수를 섰다가 주집도자와 함께 고소당했다.
판결에서 원고변호사는 터무니없는 소송인데도 끝까지 소송취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비용을 물게 했다.
▲정형외과의사 B 케이스: 잘못된 치료에 책임이 없는데도 환자진료에 함께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당한 닥터 B는 역소송에 승소하여 변호사비용을 건졌다. 원고변호인은 오하이오 최고법원에 상소했으나 패소했다.

법률전문가가 말하는 ‘변호인의 부실한 행위’
△케이스에 대한 검토연구를 고의로 무시하거나, 마땅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
△신빙성 있는 전문가증언이 없거나 소송내용에 대한 실질적 증거가 없는 경우
△피고를 악의적으로 괴롭히려는 의향이 있는 경우
△정당성 없이 소송지연을 획책하는 경우

닥터 우준균
그의 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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